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애완동물’을 키웠다면 이제 더불어 살아가는 식구로 반려동물을 대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아낀다는 ‘펫팸족’(Pet+Family)이란 신조어가 등장한 이유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는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키운다. 여기에는 단순히 미용용품과 패션, 사료 등만 포함된 게 아니다.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며 의약품, 의료기기 등에 대한 니즈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기존 동물의약품 개발·판매는 중소제약사에서 활발하게 이뤄졌으나 최근 대형제약사들이 새 판을 짜고 있다. 2005년까지 동물의약품 제조업이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돼 있었으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5년새 국내 동물의약품시장 규모가 7745억원에서 1조1273억원으로 50% 이상 급증하면서 대형 제약사들도 속속 동물의약품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사료, 영양제 출시로 유통 기틀 마련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동국제약이다. 동국제약은 최근 자회사 ‘동국생활과학’을 설립하고 반려동물사업과 기능성 음료분야를 맡겼다. 동국생활과학은 펫 전문 드러그스토어 ‘캐니월드’도 담당하며 역량을 키우고 있다. 앞서 동국제약은 이마트를 통해 ‘몰리스케어’를 출시하고 사료, 영양제 등을 판매하며 기틀을 닦았다.

대웅제약도 지난해 12월 동물의약품 브랜드인 ‘하트 리트’ 상표를 출원했다. 대웅제약은 해외 지사를 통해 심장사상충약, 구충제, 영양제 등을 수출할 목표다. 유한양행 역시 동물백신 전문기업 ‘바이오포아’의 지분 6.13%를 취득했다.


바이오기업도 동물의약품시장에 뛰어들었다. 신기술이 접목된 바이오의약품으로 반려동물에 최고의 치료를 원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동물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벤처들은 이런 시장 특성 때문에 제대로 만들어낸다면 글로벌을 석권할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이들이 담당하는 분야는 신약부터 의료기기까지 다양하다. 우진비앤지는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타 바이오기업과의 업무협약(MOU)으로 동물신약 개발을 적극 진행 중이다. 우진바이오는 선진 기준은 ‘EU-GMP’에 맞춰 준공된 우진바이오(우진비앤지 자회사) 백신공장을 통해 반려동물 백신 6종 개발 국책과제를 담당한다. 이밖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아프리카돼지열병 소독제, 돼지써코바이러스 예방백신 개발, 식욕촉진 사료감미제, 조류독감(AI) 억제용 사료첨가제 등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반려견 치매를 치료하는 신약도 개발 중이다. GNT파마는 최근 반려견도 사람과 비슷하게 뇌세포 손상 등으로 인지장애를 겪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활성산소와 염증을 동시에 억제하는 다중표적약물 ‘로페살라진’을 연구하고 있다.


동국제약 몰리스케어플러스. /사진제공=동국생활과학
동국제약 몰리스케어플러스. /사진제공=동국생활과학

◆해외 사례에 ‘바이오의약품’ 개발 봇물
국내 변화는 글로벌 흐름과 맞물린다. 글로벌 동물의약품시장은 2016년 322억달러에서 내년 40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개발에 역량을 쏟는 해외기업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조에티스’의 강아지용 아토피치료제 ‘사이토포인트’는 2016년 말 출시 이후 지난해 1억2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5%나 급증했다. 사이토포인트는 동물의약품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 성공사례로 평가되며 연구개발(R&D)에 불을 지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동물의약품시장은 백신, 벼룩·진드기기피제, 항감염제 등이 주를 이뤘으나 이제 수익성이 높은 바이오의약품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체외진단기기 등 의료기기에도 집중하는 양상이다.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화하자 업계도 반려동물의 위험인자를 미리 파악하겠다는 니즈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로젠이 2015년 업계 최초로 출시한 반려동물 유전자검사 서비스 ‘마이펫진’은 올 들어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려동물의 구강 상피세포를 면봉에 묻혀 택배로 보내면 반려동물의 유전자를 검사해 질환·혈통을 알려주고 어떤 품종과 교배해야 좋은지 알려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2015년 12월 서비스 출시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매출도 지난해 대비 1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물용 체외진단기업 애니벳의 성장세도 괄목할만하다. 애니벳에 따르면 2017년 16억3181만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3억6850만원으로 45.1%나 증가했다. 애니벳은 혈액·소변 등을 통해 반려동물 건강상태를 검사하는 체외진단기기와 진단시약을 생산하는 바디텍메드의 자회사다.

◆‘동물약’ 취급 약국 ↑… 영역확장 기대

동물의약품이 업계의 화두에 오르자 국내 약국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동물약국 허가를 받는 약사들이 늘었다. 원인으로 일반의약품시장 위축 등 다양하지만 반려동물 인구수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크다.

10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약국 2만2895개 중 5827개소가 동물약국 허가를 받았다. 동물약국협회 조사에서 2014년과 2015년 동물약국 수가 각각 2917개, 3305개였던 것을 미뤄보건대 최근 몇년새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이에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물용의약품은 미래 성장동력이 창출되는 유망산업으로서 타 산업에 비해 성장가능성이 매우 큰 산업”이라며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의약업계에 ‘사업 확장’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