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시오 포체티노(왼쪽)에 이어 토트넘 홋스퍼를 맡게 된 조제 무리뉴 감독. 사진=로이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왼쪽)에 이어 토트넘 홋스퍼를 맡게 된 조제 무리뉴 감독. 사진=로이터

토트넘 홋스퍼가 어느 때보다도 다사다난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과 달리 거액을 들여 탕귀 은돔벨레, 라이언 세세뇽, 지오바니 로 셀소를 영입한 토트넘은 기대와 달리 부진에 빠졌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12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14위로 처졌으며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는 4부리그 소속 콜체스터에 덜미를 잡히며 조기 탈락했다.
5년 동안 토트넘을 이끌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현실을 피할 수 없었다. 토트넘을 잉글랜드 상위권으로 안착시킨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는 쾌거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즌 동안 침체가 길어지면서 구단 측도 결국 분위기 쇄신을 택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경질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사령탑이 임명됐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주인공은 ‘스페셜 원’ 조제 무리뉴 감독이다.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단 한 차례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던 토트넘에 ‘우승 청부사’가 합류했다. FC 포르투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까지 무리뉴 감독이 이끈 팀이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일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팬들이 토트넘과 무리뉴 감독의 만남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토트넘은 23일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리그 13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무리뉴 감독이 토트넘에서 첫선을 보일 경기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토트넘 잠재력 눈여겨 본 야인… 손흥민의 입지는?

포르투를 이끌고 2003-2004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에 본인의 이름을 각인시킨 무리뉴 감독은 2004년 여름 첼시로 떠났다. 첼시는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로 부임한 이후 데미안 더프, 클로드 마케렐레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한 이후 리그 준우승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는 등 가능성을 보인 팀이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뒤를 이은 무리뉴 감독은 첼시를 단숨에 잉글랜드 최강팀으로 만들어냈다. 해당 시즌 첼시는 29승 8무 1패 승점 95점으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최소 실점(15골)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클린시트 경기만 25차례에 달했다. 구단의 엄청난 자금력이 뒷받침됐으나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이 남달랐던 것도 사실이다.

이후 인테르, 레알 마드리드를 거친 무리뉴 감독은 최고의 커리어를 쌓았다. 인테르에서는 이탈리아 역대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했다. 레알에서도 ‘당대 최강’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FC 바르셀로나와의 경쟁 속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코파 델 레이(국왕컵)를 제패하는 성과를 냈다. 어디서든 우승을 거머쥔 무리뉴 감독은 ‘스페셜 원’에 부족함이 없는 지도자였다.

그러나 잉글랜드 무대에 다시 복귀한 무리뉴 감독은 이전과는 달랐다. 첼시 2기 시절 다시 한 번 EPL 우승을 차지한 무리뉴 감독은 2015-2016시즌 리그 17위까지 추락하는 최악의 성적을 내며 경질됐다. 맨유에서는 리그컵과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나 지난해 12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또 한번 경질됐다. 스페셜 원에 걸맞지 않은 결말이었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무리뉴 감독은 신중했다. 경질된 이후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본인의 의지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는 팀을 물색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충분한 지원을 바탕으로 막강한 선수진을 구축했던 무리뉴 감독이 투자에 인색했던 토트넘을 택한 일은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다니엘 레비 회장을 비롯한 토트넘 수뇌부 역시 칼을 빼 든 모양새다. 지난 20일 현지 매체 ‘스카이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레비 회장은 무리뉴 감독과의 협상에서 겨울 이적시장에 그가 필요한 만큼의 투자를 약속했다. 또한 무리뉴 감독에게 현역 지도자 2위에 해당하는 연봉을 지급하면서 우승을 향한 열망과 투자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무리뉴 감독은 구단 측에 현 토트넘의 스쿼드가 충분히 반등을 이뤄낼 수 있는 수준을 갖췄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토트넘의 공식 채널 ‘스퍼스 TV’와의 인터뷰에서도 “현 토트넘의 스쿼드에 정말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기존 선수들로도 충분히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흡족함이 드러나는 발언이었다.

맨유를 이끌었던 지난해 12월 사우샘프턴과의 리그 경기를 앞뒀던 무리뉴 감독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현재의 맨유가 해리 케인은 물론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을 영입할 순 없다”며 토트넘의 핵심 선수들을 향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는 그들을 직접 이끌면서 본인의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된 무리뉴 감독이다.

'우승 청부사' 무리뉴 감독이 토트넘에게도 트로피를 안길 수 있을까. /사진=토트넘 공식 트위터
'우승 청부사' 무리뉴 감독이 토트넘에게도 트로피를 안길 수 있을까. /사진=토트넘 공식 트위터

한편 이번 시즌의 손흥민은 그야말로 토트넘의 핵심 선수다. 대회를 가리지 않고 총 15경기에서 8골 4도움으로 활약 중이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홀로 5골을 넣으며 대회 득점 3위에 오른 상태다.
세부 기록을 살펴봐도 손흥민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손흥민은 리그에서 평균 2.3회 드리블 성공(팀 내 1위), 유효 슈팅 1.2회(팀 내 1위), 키 패스 1.4회(팀 내 3위) 등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이전과 달리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이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손흥민은 해리 케인과 함께 고군분투하며 토트넘을 지탱해왔다.

에버튼전 당시 앙헬 고메즈와의 경합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에 연루되기도 했으나 충격에서 벗어난 손흥민은 본인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중이다. 선수진의 기강과 성실함, 헌신 등을 강조하는 무리뉴 감독에게 실력과 태도를 모두 겸비한 손흥민은 주전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무리뉴 감독의 전술에도 손흥민은 적합한 자원이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 축구를 구사하는 무리뉴 감독은 데미안 더프, 아르옌 로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앙헬 디마리아, 에당 아자르 등 빠르고 파괴력을 지닌 자원들을 기용해왔다. 손흥민 역시 지공 상황보다는 주력을 살릴 수 있는 역습에서 더 위력을 발휘하는 만큼 두 인물의 조합은 궁금증과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웨스트햄을 상대로 좋은 기록을 남겼던 토트넘의 손흥민. /사진=로이터
그동안 웨스트햄을 상대로 좋은 기록을 남겼던 토트넘의 손흥민. /사진=로이터

◆‘원정 약세’ 토트넘… 무리뉴-손흥민, 웨스트햄 ‘킬러’

토트넘은 감독 교체 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기에 기대만큼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체제에서 반등에 나설 토트넘에게 웨스트햄은 최적의 상대다.
현재 웨스트햄은 토트넘 이상으로 부진에 빠졌다. 지난 9월 리그컵에서 3부리그 소속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에 충격적인 0-4 대패를 당한 경기를 포함해 공식전 7전 동안 2무 5패에 그쳤다. 가장 최근인 번리전에서도 0-3으로 크게 패했다. 빅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경질 직전까지 왔다.

무리뉴 감독은 웨스트햄을 상대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다. 무리뉴 감독은 그동안 웨스트햄을 상대로 16경기에서 11승 3무 2패(승률 68.6%)를 거뒀다. 웨스트햄보다 무리뉴 감독에게 더 많은 승리를 헌납한 팀은 토트넘(13승, 승률 59.1%)과 리버풀(12승, 승률 42.9%) 뿐이다. 승률은 웨스트햄전이 압도적이다.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전설’ 차범근의 유럽 통산 득점을 뛰어넘은 손흥민(123골)은 3경기 연속 득점에 도전한다. 웨스트햄을 상대로 한 기록은 매우 좋다. 지금까지 웨스트햄전 6경기 동안 3골 5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지난해 11월 FA컵 4라운드에서도 홀로 멀티골을 터뜨리며 시즌 무득점 행진을 마감한 바 있다.

다만, 토트넘이 그동안 리그 원정에서 극심한 약세를 보인 점은 불안 요소다. 토트넘은 지난 1월 풀럼과의 리그 23라운드 이후 리그에서 열린 원정에서 승리가 없다(3무 9패). 지난 에버튼 원정에서도 1-1로 무승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