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i./사진=전민준 기자

허락된 시간은 72시간이었다. 72시간 중에서도 휴식과 업무, 육아시간을 빼면 BMW 330i를 제대로 타볼 수 있는 시간은 불과 10시간이 채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달릴 땐 가혹하게 달렸고 가족과 함께 할 땐 안락함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폭설이 내린 다음날 원주 치악산 일대를 찾아 윈터타이어를 낀 330i를 눈길 위에 굴려도 봤고 야간드라이빙을 위해 성남에서 고양까지 새벽 1시 왕복 120㎞ 주행하기도 했다. 퇴근 후엔 가족들과 앞마당 주차장이 달린 레스토랑에 다녀오기도 했다. 패밀리카로 새 차를 산 것처럼 하루하루 330i를 의무적으로 느끼고 달려봤다.

◆ BMW에게 3시리즈는?


330i(G20)는 스포츠카와 세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긴 BMW의 플래그쉽이다. 330i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주행성능과 주행감각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섀시부분에 있어서 눈에 띄게 발전했고 타이어를 비롯해 잘 달리고 재밌게 달리기 위한 여러 기반을 마련했다.


외모도 새로운 디자인이 담겼다.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개성이 뚜렷하지만 부담 없는 느낌으로 어디서나 그 존재감을 발휘한다. 전면에서 봤을 때 근육질의 몸매가 헤드램프를 감싸는 느낌도 좋다. 전작인 F30에서의 실패 요인을 꼼꼼하게 다듬었다. 패밀리카로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디자인인데 이런 측면에서 봐도 330i는 합격점을 줄 만 했다.

실제로 G20는 공을 많이 들인 차다. 독일 BMW에서는 별도 전담팀을 구성해 F30를 넘어서는 G20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BMW가 가장 잘 만드는 그리고 BMW를 가장 잘 표현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별동대 구성도 가능했다.
330i./사진=전민준 기자

◆ 일상을 즐겁게 만드는 스포츠 드라이빙
기자가 330i를 처음 만난 건 2019년 상반기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시승행사 때였다. 행사 시작과 함께 베일을 벗은 매력덩어리 330i. 감격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외곽 고속도로를 타고 고속으로 달렸던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행사를 구성한 건 그만큼 BMW가 3시리즈의 주행성능에 대해서 자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때 만난 330i는 모든 스포츠세단을 잊게 만들만큼 잘 달렸다. 그 330i를 약 1년 만에 다시 본 순간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이번엔 이 차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했다. 첫 날 코스는 오후 6시 서울역에서 출발해 성남시까지 약 25㎞를 주행했다. 퇴근 후 일상주행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했다.


시승차는 4기통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BMW 뉴 330i xDrive는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40.8㎏‧m의 힘을 갖춘 차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는 중저속에서 더 잘 어울렸다. 고속에서는 풍절음 등과 섞이며 BMW 사운드 제너레이터 특유의 음색이 잘 들을 수 없는데 중저속에선 가볍게 가속하고 변속이 이뤄질 때마다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울려 퍼진다. 30㎞/h의 정체구간에서는 얌전한 프리미엄 스포츠세단의 모습을 유지했다.

퇴근시간이었기 때문에 강변북로에서 청담대교까지는 저속으로 이동했다. 앞차와 나란히 가다가 옆 차선에 자리가 비우면 재빨리 파고드는 것. 330i를 타며 즐길 수 있는 소심한 쾌감이다. 신호등에서 좌회전 할 때 살짝 과격하게 도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청담대교를 건너 수서를 지나면 교통정체가 풀린다.

60㎞/h에서 80㎞/h를 넘나들며 약 10㎞ 주행할 수 있다. 탄탄한 하체, 견고한 섀시, 서스펜션은 조화를 이루며 일상영역에서 가속을 즐겁게 만들었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서 연비를 보니 11.6㎞/ℓ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차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준수하다.

◆ 330i 타고 외식 가는 기분은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이동했다. 330i는 기존 차체 크기를 키우고(이전 모델 대비 전장 76㎜, 전폭 16㎜, 전고 6㎜, 휠베이스 41㎜가 더 길고 넓고 높아졌다) 승차감을 부드럽게 셋팅하며 4인 가족이 타는 패밀리카로 변신했다는 평이 자자하다. 카시트 2개를 장착해도 레그룸은 매우 여유로웠다.

5살과 3살 아이가 뒤에서 신발을 벗고 발을 통통 거릴 만큼 공간은 넓었다. 카시트를 2개 장착하고 가운데 앉는 건 불가능하다. 전폭은 좁지 않지만 아이소픽스가 중간으로 몰릴 편이어서 카시트 2개 장착 후 가운데 공간은 여유롭지 않다. 일전에 M340i를 타고 외식 갔을 때는 속도감이 2열로도 전달돼 아이들이 힘들어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아빠 괜찮아”라고 연신 말한다.
330i./사진=전민준 기자

◆ “야간주행, 재미있다 재미있어”

이튿날 밤엔 성남에서 출발해 일산 킨텍스까지 야간주행을 했다. 고속에서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업무의 스트레스를 드라이빙으로 풀 수 있을까. 발진과 함께 경쾌하게 내닫는 감이 좋았다. 딱딱한 승차감을 예상했는데 노면 요철을 한 번 걸러서 전달해주는 터라 큰 불편함이 없었다. 직선 주로 주파 능력은 뛰어났다.

부담 없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을 수 있는 구간에 들어서 풀 가속하자 제로백 5.8초를 기록했다. 속도를 떨어뜨려놓고 급가속을 하면 변속기는 재빠르게 기어를 낮추고 운전자 다리 힘에 맞춰 차의 전진을 도왔다.

진정한 재미는 자로 잰 듯한 코너링이다. M 스포츠가 적용된 330i에는 제법 단단한 스프링과 스태빌라이저, 그리고 전자식 디퍼렌셜 기어가 장착된다. 코너에서 머리를 깊숙하게 밀어 넣어도 뒷바퀴는 레일을 깐 듯 앞바퀴를 따라 선을 그리면 움직인다.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상황에도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와인딩 로드에선 xDrive가 빛을 발했다. 코너를 날카롭게 돌면서도 도로를 움켜쥔 채로 흐트러짐 없이 달리는 자세, 뒷바퀴를 굴려 민첩하고도 묵직한 힘으로 치고나가는 주행감이 우수했다. 스티어링휠에 부착된 패들시프트를 활용하면 8단 자동변속기를 능동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코너링 시 RPM을 잃지 않고 엔진 제동을 하는 데 요긴했다.

과거 3시리즈는 패밀리카로 타기엔 공간이나 감성적 측면에서 스포츠세단에 집중한 경향이 짙었다. 이번에 타본 330i는 패밀리카로 손색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일상 주행할 때 꿈틀거리는 레이서로서 본능을 참는다면 프리미엄차로 승차감과 정숙성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차가 바로 330i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