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선언으로 각국 증시는 물론 부동산까지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 붕괴과 함께 잇단 사이드카 발동으로 투자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집값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 아파트 시세는 눈 깜짝할 새 수억원씩 떨어졌다. 주식·채권과 펀드로 이뤄진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변액보험도 수익률에 경고등이 들어왔다.<편집자주> 

/사진=이미지투데이

[Cover Story]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본-증시 이슈


#코스피 l500선이 붕괴된 3월23일 A은행 강남PWM(자산관리)센터에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지난달까지 플러스이던 퇴직연금펀드 수익률이 증시 하락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해당 센터 은행원은 “국내 증시에 유례없는 폭락장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펀드에 퇴직연금을 고객들은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채권형으로 갈아탈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변액보험에 가입한 직장인 박민우(가명)씨는 최근 투자실적을 알려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주식형을 주로 담은 변액보험 적립금이 1000만원 넘게 빠져서다. 박 씨는 “지금 주식비중을 낮추면 손실이 그대로 확정되고 중도해지하면 원금손실 더 커질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노후자산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증시하락에 노후자산의 수익률이 고꾸라져 노후 안전판이 흔들릴 위기다.

TDF 너마저… 연금펀드 수익률 곤두박질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3월23일 기준 국내 56개 연금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12.28%로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면서 주식형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이 -33.68%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주식자산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연금글로벌배당프리미엄증권자투자신탁1(주식혼합)은 1개월 수익률이 -22.86%로 집계됐다. 이 연금펀드는 글로벌 고배당 주식에 투자하는 구조로 글로벌 증시 하락에 수익률이 직격탄을 맞았다.


개인연금의 수익률도 곤두박질쳤다. 한국투자신종개인연금 중소밸류증권전환형 투자신탁의 1개월 수익률은 -34.67%다. 3개월 수익률은 -37.35%, 6개월 -37.3%, 1년 -40.49% 등으로 투자기간을 길게 볼수록 수익률 그래프는 하락세를 보인다.

주식에 90% 이상 투자하는 이 펀드는 호전실업, 동성화학, 포스코강판 등 국내 기업을 종목으로 담는다. 코로나19 여파로 의류·화학·철강산업의 주가가 떨어져 개인연금 펀드 수익률도 동반 하락했다.

또 다른 개인연금 미래에셋하나1Q개인연금 증권자 투자신탁(주식혼합)의 1개월 수익률도 -13.79%를 기록했다. 3개월 수익률은 -11.83%다. 이 펀드의 자산비중은 해외수익증권(36.43%), 국내유동성 자산(14.49%) 국내주식(4.73%), 해외주식(6.9%) 등으로 구성돼 글로벌 증시 하락에 변동성이 커졌다.


노후 준비상품의 대세로 떠오른 생애주기형펀드(TDF)의 수익률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화신종개인연금 TDF2025증권전환형 투자신탁(재간접형)의 1개월 수익률은 -17.17%, 3개월 수익률은 -14.17%로 내렸다.

올 초 가동된 이 펀드는 국내외 주식비중을 높게 유지한 뒤 2025년 채권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 운용한다. 코로나19 여파에 국내외 주식에 투자를 늘린 TDF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퇴직연금 중에선 그나마 채권자산 비중이 높은 삼성퇴직연금 GREATCHIA40증권 투자신탁2의 수익률이 -4.64%로 손실이 적었다. 농협중앙회, 한국농어촌공사, 신한은행 등 국내 금융공공기관의 채권 투자비중이 높아 증시하락 여파를 적게 받았다는 평가다.
최황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연금펀드 수익률이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코스닥의 폭락”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에는 연금펀드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변액보험 비상, 위기 속 탈출구 찾아야

‘셀프연금’으로 불리는 변액보험의 수익률도 비상이다. 변액보험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고 그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 채권형 보험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변액보험의 적립금은 한달 새 13조원이 증발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변액보험 적립금은 3월23일 기준 91조5224억원으로 한달 전(104조7405억원)보다 13조2181억원 줄었다.

변액보험은 주식시장이 활기를 띨 때 잘 팔리는 특성이 있다. 일반펀드보다 수수료가 적고 10년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반대로 증시가 출렁일 때 유탄을 맞는다. 2008년 금융위기에 코스피 1000선이 무너지자 변액보험 수익률은 -15%까지 내려갔다.

변액보험 가입 시에는 사업비 운용구조와 수익률을 동시에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 보험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는 사업비는 약 10~15%에 달한다. 펀드수익률이 연 3%라고 가정하면 10년이 지나야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불안전할 때 섣불리 해지하는 것은 금물이다. 변액보험의 해지환급률이 낮게 책정돼 원금손실이 큰 데다 최저보증도 적용되지 않아서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변액보험은 장기성 상품인 만큼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드 비중을 조절해 수익률 관리에 나설 것을 조언한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증시반등에 수익률이 오를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 우량채권과 펀더멘탈이 강한 글로벌 우량기업주식 등 분산투자가 대안으로 꼽힌다.

변액보험에 담을 해외주식은 미국보다 중국이 유망하다. 최근 코로나가 번지고 있는 미국펀드는 한달 수익률이 20% 넘게 떨어진 반면 중국펀드 수익률은 -5%로 손실을 줄이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가 30% 넘게 빠진 것과 비교하면 중국펀드의 손실율은 낮은 편이다. 투자 종목은 증시불안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4차산업·IT업종이 꼽힌다.

심현정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증시가 연일 널뛰기를 보일 땐 ‘한방’을 노리는 투자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자산배분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노후자산은 장기투자 관점에서 증시반등을 노려 위험자산 비중을 선별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8호(2020년 3월31일~4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