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오렌지 삼킨 신한금융] ② 오렌지 품은 신한, 구조조정 필요한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의 통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양사의 조직문화와 영업구조 등이 크게 다르다면 화학적 통합을 이루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방대해진 인력으로 구조조정 가능성도 높고 노조와 사측 간 갈등도 야기될 수 있다. 합병 이후 각 부문별 시너지 효과를 통해 여러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통합으로 가는 과정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신한금융지주가 두 회사의 합병을 내년 7월로 확정하며 올해 통합작업을 본격 추진한다. 하지만 통합 전후 인력 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수합병(M&A) 시 항상 고용문제가 불거지듯 양사 통합 시에도 유사한 문제가 나올 수 있어서다.
통합 후 임직원 수 2000명… 많을까 적을까
신한금융은 지난달 말 ‘뉴 라이프(NewLife) 추진위원회’를 열고 생명보험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일을 내년 7월1일로 확정했다. 신한금융은 2018년 9월 오렌지라이프를 2조2989억원에 인수했고 올 1월엔 자사주 외 잔여지분 40.9%를 취득,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신한생명(34조1793억원)과 오렌지라이프(33조8705억원) 합병 시 총자산은 약 68조원이 돼 NH농협생명(64조8154억원)을 제치고 업계 4위권 생보사가 된다.
통합작업에 있어 가장 큰 관심사는 인력 구조조정이다. 2019년 12월 기준 양사의 임직원 수는 신한생명 1254명, 오렌지라이프 778명이다. 통합할 경우 임직원 수가 2000명을 넘게 된다. 생보사 중 3000~5000명 수준인 ‘빅3’(삼성·한화·교보)를 제외하면 임직원 수가 2000명이 넘는 회사는 없다. 업계 4위인 NH농협생명의 임직원 수는 1050명이다.
통합 회사가 부서별로 겹치는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희망퇴직을 받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인력을 줄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총자산 68조원에 당기순이익만 40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사의 임직원 수로 2000명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통합을 선언하며 언급한 ‘규모의 경제’와 ‘탑티어 보험사’에 도달하기 위해선 오히려 더 많은 직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지점 수도 각각 123개, 97개로 업계 1, 2위를 기록 중이다.
신한생명 측도 “회사 규모가 커져 양사에서 인력문제로 할 수 없었던 업무나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다”며 “업무가 늘어나는 만큼 직원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오렌지라이프 측은 업무가 겹치는 중복부서는 없다고 주장한다. 오렌지라이프 관계자는 “양사 문화가 워낙 달라 겹치는 업무가 한정적”이라며 “지점도 신한생명은 주로 지방에, 오렌지라이프는 서울 등 수도권에 주로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문국 사장, 구조조정 초읽기?
업계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정문국 사장은 과거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성과급제를 도입했고 이 과정에서 노조가 장기파업에 돌입하자 지점장을 포함해 100여명을 해고했다.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대표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구조조정으로 20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때 ING생명은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3년 고용’을 보장받았지만 구조조정이 진행된 케이스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통합 일정을 이번에 발표한 만큼 앞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PCA생명과 합병한 미래에셋생명은 전 직원을 고용승계했다. 하지만 이후 희망퇴직과 점포통폐합 등을 실시해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118명이 퇴사했다.
합병 후 1265명이던 미래에셋생명의 임직원 수는 2018년 12월 1085명, 지난해 말 기준 1050명으로 줄었다. 합병 전인 2018년 2월 미래에셋생명의 총 임직원 수는 1024명이었고 PCA생명은 297명이었다. 미래에셋생명의 임직원 수는 사실상 합병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보험업계에선 통합 신한-오렌지도 내년 7월 이전이나 이후에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으로 본다. 회사 규모 등을 떠나 보험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인력감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적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모든 보험사가 인력을 줄이고 부서를 통합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통합 신한-오렌지가 2000명 이상의 임직원 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