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당시 '행방불명' 수형인에 대한 재심 개시 절차가 시작됐다. /사진=뉴스1


제주 4·3 사건 당시 법률적 절차 없는 군사재판으로 수형생활을 한 후 행방불명된 수형인에 대해 법원이 재심 개시 절차를 시작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8일 오전 201호 법정에서 제주 4·3 사건 행방불명인 349명의 유족들이 청구한 재심 사건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첫 심문 절차를 열었다.

앞서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행불인 협의회)는 두차례에 걸쳐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청구인만 393명에 달했지만 최종 서류 접수절차에서 349명으로 결정됐다.


유족들은 지난 2월 2차 재심 청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4·3 특별법 개정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수형인 유족은 뜻을 모아 죽기 전에 명예회복을 하고자 한다"며 "법원은 재심 사건을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8일 재판부의 첫 심문에 앞서 "지난 세월 많은 유족들이 가슴에 원통함을 간직하며 살아왔다. 모두 병들고 쇠약해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조속한 재판 진행을 재차 강조했다.

재심 청구 정당성과 이유는 충분하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다만 재심 청구인 400여명의 요건과 유형이 다른데다 사건을 맡은 변호인그룹도 4개로 나뉘어져 법원이 심리를 진행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당사자가 아닌 청구인들이 4·3 당시 행해진 불법구금이나 고문 등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생존자가 아닌 그 가족들이 요건을 증명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법원은 전체 청구인 349명을 10~20여명씩 나눠 재판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재판부는 "심문 기일이 정해진 만큼 유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며 관련 절차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주지법은 당시 어린 나이였던 행불인들의 유족들의 진술 자체만으로 입증이 어려울 경우 4·3진상보고서와 수형인명부 등의 남은 기록을 토대로 구금 및 불법체포 사실을 가려낼 방침이라고 전했다.

사법부는 지난 1월 4·3 사건 당시 ‘법률이 정한 절차‘ 없이 행해진 군사재판에 대해 불법성을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재심 사건도 앞선 결과를 따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제주 4.3사건은 지난 1948년 4월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여순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등과 더불어 민간인이 억울하게 학살되거나 희생된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