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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지난해 12월 A씨는 황당하고 불쾌한 경험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또래의 남성으로부터 속옷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이 남성은 제주에서 살고 있던 20대 초반의 파키스탄 출신의 외국인이었다.


A씨는 남성의 요구를 거절했지만 이 남성은 계속해서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에서의 디지털 성범죄가 제주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심화정 여성긴급전화 1366제주센터장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제주센터 상담 533건의 10% 이상은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것이었다.


심 센터장은 이날 오후 제주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2020년 제1차 여성·가족정책포럼 디지털 성범죄와 지역사회 대응방안’에서 토론자로 나서 “뉴스에서 볼 법한 디지털 성범죄가 제주에서도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다”며 주요 피해 유형을 공개했다.

주요 피해사례를 보면 아르바이트를 가장해 피해자를 유인한 후 자신을 회사 대표자라고 속여 성착취물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피의자가 SNS 등을 통해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성착취물을 확보하고 이를 이용해 다시 협박하는 범죄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킹을 통해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경찰 등 관련 기관을 사칭하며 피해자들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제주에서의 디지털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어 최근 3년간 총 220여 건의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이화진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제주지역 성폭력 범죄는 지난해 505건, 2018년 489건 발생했다.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명 당 78건꼴로 발생해 전국에서 높은 발생 비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범죄는 지난해 69건(13.7%), 2018년 79건(16.2%) 발생했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범죄는 지난해 23건(4.6%), 2018년 21건(4.3%) 발생했다.

제주지역 디지털 성범죄는 올해에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 성폭력 범죄는 지난 1~5월 총 192건 발생한 가운데 카메라 이용 범죄는 18건(9.9%), 통신매체 이용 범죄는 11건(6.0%) 발생했다.

이에 따라 실제 많은 피해자들이 상담을 통해 피해 사실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오후 제주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2020년 제1차 여성·가족정책포럼 디지털 성범죄와 지역사회 대응방안'.2020.7.23 /뉴스1© News1

여성긴급전화 1366 제주센터 상담실적을 보면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서만 올해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30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이뤄진 48건의 63%에 해당한다.

유형별로 보면 촬영물 유포가 13건(43.3%), 유포 불안이 6건(20.0%), 불법촬영 3건(10.0%), 사이버 괴롭힘 및 성희롱 3건(10.0%), 몸캠 및 해킹 2건(6.7%), 기타 3건(10.0%) 순이다.

오규식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대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특정 지역에 한정되기보다는 우리나라 전체적인 분위기와 문화, 세계적인 추세가 반영된다”며 “일반적 성범죄와 달리 모두가 타겟이 될 수 있고 특히 경제적, 심리적으로 취약한 약자가 피해자가 된다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플랫폼이 되는 SNS 업체가 직접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예방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청소년 등 취약계층에 범행에 노출되지 않도록 오프라인 범죄 대응책에 상응하는 보호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가 가장 절실히 원하는 지원은 바로 삭제 지원”이라며 “그러나 현재 방식으로는 불완전하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삭제 지원의 공백은 피해자에겐 곧 가혹한 방관이 된다”며 “피해의 원천적 차단을 위해 하나하나의 성착취물 삭제가 아니라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고 운영자를 처벌하는 한편 국가적 차원에서의 디지털 성폭력 전담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열린 ‘2020년 제1차 여성·가족정책포럼 디지털 성범죄와 지역사회 대응방안’은 제주여성가족연구원과 성평등교육진흥협의회에서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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