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습진 치료를 위해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피부과에서 진료를 거부당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피부질환 진료는 수가가 낮아 수익을 낼 수 없으니 진료 볼 시간에 보톡스·필러 놓는 게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비단 피부과만의 문제는 아니다. 안질환 진료 대신 라식·라섹 수술만 전문적으로 하는 안과, 분만시설 대신 산후조리원만 있는 산부인과 등 이미 개원가에선 ‘돈 되는 것만 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동네에 분만을 도울 의사가 없어 원정 출산을 나서는 임신부가 생겨날 정도다.

강남의 한 의사는 “청담동·압구정동 등 피부과가 밀접해 있는 지역일수록 월세가 높아 수가가 낮은 피부질환 진료만으로 운영이 어렵다”며 “영업시간에 피부질환 진료를 보면 오히려 적자를 본다”고 털어놓았다.

현실이 이렇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수가 개정 없인 비(非)보험진료 쏠림 현상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그만큼 의료계뿐 아니라 국민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이란 의견이 다수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한 의료계는 집단휴진을 선언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긴 장마로 신음하는 국민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려면 예과(2년)-본과(4년)-인턴(1년)-레지던트(4년) 등 11년이라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수익이 높은 진료를 선호할 수 있다. 다만 정부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전에 스스로 의료서비스 행위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를 향한 불만의 화살이 결국 국민을 향한다는 점에서 다른 방법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은 결국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하는 파워 게임으로 변질됐다. 합의점을 조속히 찾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빨리 풀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