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의 재산을 분할하라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다.

최 회장 측은 14일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에 재상고장을 냈다.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단은 "최태원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관련 사안은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다만 법률적 측면에서 재상고의 실익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지 않고 법리 오인이 있었는지를 살피는 법률심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법원이 앞선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뒤 서울고법이 그 취지에 따라 재산분할액을 다시 산정한 만큼 재상고하더라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선 재상고를 통해 최종 판결 확정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그 사이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지급이 완료될 때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내라고 명령했다. 만약 재상고 없이 파기환송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최 회장은 하루 약 1억30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재상고를 통해 최종 판결 시점을 미뤄 지연이자를 피하고 자금을 조달할 방안을 찾으려는 의도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지만 최 회장이 2015년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면서 대외적으로 두 사람의 갈등이 알려지게 됐다. 이후 최 회장은 2017년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합의에 실패하자 정식 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은 이혼을 거부해오다 2019년 12월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SK 주식 1297만5472주 중 648만7736주를 분할해 달라는 내용의 맞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채 부동산과 예적금 등 1300억원 규모의 재산만을 분할 대상으로 인정, 최 회장이 노 관장에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665억원 규모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2024년 5월 2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에게 전달돼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는 노 관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2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1조3808억원의 재산을 분할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은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으므로 이를 재산 기여로 인정한 2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고 봤다. 이에 이혼 여부와 위자료 20억원 등은 그대로 확정한 채 재산분할 규모만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원을 지급하고,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SK㈜ 주식 가치의 증대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해 재산분할 규모를 9440억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국내 이혼 재산 분할액으로 역대 최대 금액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