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피해자 측이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 뉴스1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텔레그램 문자 내용을 공개하면서 박 전 시장 측근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박 전 시장 측근들은 앞서 "A씨에게서 피해 호소나 인사이동 요청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시장 성추행 관련 방조·묵인 의혹을 놓고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단기간에 진상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경찰 조사 대상에 오른 서울시 관계자 20여명이 방조·묵인 혐의를 한목소리로 부인할 경우, 반박 불가능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이상 혐의 입증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A측이 반박 증거로 제시한 텔레그램 문자를 수사관이 얼마나 의미 있는 증거로 판단하느냐 후에 법원이 재판에서 증거력을 인정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거짓말탐지기, 대질조사를 동원하는 방법도 있지만 서울시 관계자들이 이를 전면적으로 수용할지는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방조·묵인은 대표적으로 입증이 힘든 혐의다. 단순히 성범죄를 인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범행하기 더 쉽게 만들었다는 정황이나 증거가 있어야 입증될 수 있다. 이를테면 범행 낌새를 눈치채고 자리를 비켜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단둘이 있게 하는 경우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는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는 방조 혐의를 적용해 형사 책임을 지게 하기 어렵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해야 혐의가 입증된다"고 말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17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8.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방조·묵인에 초점을 두면서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게 애초 경찰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시 '6층 사람들'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사실상 '진실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6층 사람들'이란 서울시 비서실장을 비롯해 박 전 시장의 핵심참모로 근무했던 측근을 의미한다.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방조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던 당일(17일) 입장문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고소인 측의 주장만 제시됐을 뿐,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객관적 근거를 통해 확인된 바는 없다"며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조했다거나, 조직적 은폐를 했다는 주장 또한 근거 없는 정치적 음해이고, 공세"라는 주장을 펼쳤다.

앞서 13일 경찰 조사를 받은 김주명 전 서울시 비서실상(현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 역시 “성추행 의혹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며 방조와 묵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 측은 "모르쇠로 일관해서도, 입막음을 주도해서도 안 된다"고 즉각 '6층 사람들'을 비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측은 17일 A씨 측 입장문을 내고 "A씨가 고충을 호소한 '6층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피해자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용 전체를 삭제하는 행위, 텔레그램에서 탈퇴하는 행위를 통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그 근거로 텔레그램 문자를 공개했다. 지난 2017년 6월 인사담당 과장과 면담 후 또 다른 상사 B씨에게 보낸 문자다.

A씨는 "인사과장이 무슨 일이 있어도 박 시장을 설득해 꼭 인력개발과 보내준다"고 적었고, B씨는 "(내년) 1월엔 원하는 곳으로 꼭 보내드리겠다"고 답했다.

A씨 측은 "서울시청 관계자 중 일부는 거짓말탐지기 거부, 대질조사 거부, 휴대폰 임의제출 거부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진상규명까지 여러 난관이 겹쳐 진상규명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포렌식으로 조사해 사망 경위를 밝히겠다는 계획도 가로막힌 상태다.

유족 측이 제기한 '포렌식 절차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고, 법원이 유족 측 신청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동안 경찰은 포렌식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경찰 안팎에서는 "박 전 시장 휴대전화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6층 사람들이 일종의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한 '휴대전환 포렌식' 없이는 진상 규명은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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