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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대법원이 형법 제114조가 개정되며 추가된 '범죄집단'에 대해 '특정 다수인이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 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계속적인 결합체'라고 설시했다.
지휘·통솔체계가 입증돼야하는 '범죄단체'와 달리 범죄집단은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면 인정되는 것으로 넓게 해석했다. 이같은 대법원의 판단이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사방' 일당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범죄단체조직과 범죄단체활동,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씨에게 징역 1년4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범죄집단죄를 인정하라'며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징역 10월 등의 가벼운 실형을 받은 2명과 집행유예, 벌금형 등을 받은 나머지 일당도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전씨는 피해자들을 속여 중고차량을 불법으로 판매해 금원을 가로챌 목적으로 2016년 6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인천에 '외부사무실' 등에서 범죄단체를 조직·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나머지 19명은 범죄단체에서 가입·활동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인터넷 중고차량 매매사이트 등에 허위 또는 미끼 매물을 올리고 외부사무실로 찾아온 고객에게 해당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속인 뒤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판 혐의를 받는다. 대표와 팀장, 전화상담원(TM, 고객 응대 및 유인), 딜러(출동조, 가짜 계약 체결 후 다른 차량 판매)로 역할을 나눠 추후 수익을 분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원심은 이 사건 외부사무실은 합동범 및 공동정범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을 구성하는 일정한 체계 내지 구조를 갖춘 범죄집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 및 역할 분담, 범행수법, 수익분배 구조 등에 비춰볼 때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외부사무실'이 특정 다수인이 사기 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 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 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들이 중고차 사기판매 업무와 관련해 '텔레그램' 대화방을 개설한 뒤 정보를 공유하거나 각종 보고를 했으며, 대표와 팀장이 한 달에 1~2번 회의를 열어 단속정보 등을 공유해 팀원들에 전파하는 행위가 범죄집단 구성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회식비를 대표인 전씨가 부담하고 전씨가 옮긴 사무실로 직원 모두 이전했다는 사실도 반영했다.

범죄집단에 대한 대법원의 첫 설시는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각자 역할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사방' 일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사방이 '수괴' 조씨를 중심으로 조직원 38명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총 74명의 청소년 ·성인 피해자를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범죄집단으로 보고 있다. 각 구성원들은 피해자 물색·유인, 성착취, 성착취 영상물 유포, 수익금 인출로 역할을 나눠 체계적으로 박사방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조씨를 비롯한 박사방 일당은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는 인정하면서 범죄집단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향후 재판에서 대법원이 적시한 Δ특정 다수인 집합 Δ공동 목적 Δ역할 분담 Δ반복·계속성 등의 구성 요건을 '박사방'이 얼마나 충족할지에 따라 이들의 범죄집단죄 인정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사방'에 대해 최소한의 통솔체계가 없어도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범죄집단 혐의에 대한 유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고차 불법판매 일당이 외부사무실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에 모여 각자 역할을 분담해 유기적으로 움직인 것과 달리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이뤄진 범죄이기에 법원이 '온라인 모임'의 '조직 체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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