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은행 1위는 어디일까.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대학생 1045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 카카오뱅크가 27.5%의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17.7%)과 신한은행(13.6%) 등 주요 은행을 제친 결과다.
예나 지금이나 은행은 최고의 ‘신의 직장’ 중 하나로 꼽힌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높고 안정성과 전문성도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갓 대학을 졸업한 인재는 은행 문턱을 넘기 위해 이른바 ‘은행 고시’를 치뤘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금융권 채용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며 인재가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등 IT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서다.
‘신의 직장’ 채용인원 ‘뚝’
국내 5대 은행의 지난해 공채인원은 약 2300여명이다. 상반기에는 약 900여명을 뽑았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정이 달라졌다. 5대 은행 중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곳은 NH농협은행(280명)이 유일하다.하반기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만 430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하반기 250명을 채용한다. 우리은행은 전년(750명)에 비해 대폭 줄어든 160명, 하나은행도 전년(200명)보다 줄어든 150명을 뽑는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생명은 아직 공채인원을 결정하지도 못했다. 은행권은 코로나19로 대규모 채용시험을 치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대면금융서비스 수요감소가 주 요인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물론 은행도 IT금융서비스를 대폭 확충하며 관련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몇년 전부터 시중은행은 공채 파트에 ‘IT’ 관련 인력 수급내용을 따로 추가했다. 하지만 IT공채는 주로 경력직을 뽑는다. 갈수록 금융권이 신입 공채보다는 IT업계 경력직 인력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은행·보험·카드 업종 구분 없이 모두 점포수를 줄이는 추세”라며 “비대면 서비스 확충은 전문적인 IT기술이 필요한 부서다. 핵심인력이 필요한 부서는 해당 업계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권을 비롯해 대기업이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신입 공채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은행이 채용규모도 확정하지 못하며 갈팡질팡하는 사이 인터넷은행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가칭) 등 인터넷은행 세 곳이 잇따라 모집 공고를 내며 채용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초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과 코어뱅킹(예·적금·외환·대출 등 은행 시스템 전반을 지칭하는 말) 등 총 20개 분야에서 개발자를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케이뱅크 역시 코어뱅킹 개발 및 운영 담당자 등 10여개 분야 전문가를 뽑는다. 토스뱅크(가칭)의 본인가를 준비 중인 ‘토스혁신준비법인’도 핵심 IT 시스템인 코어뱅킹 분야 경력 개발자 등 10개 분야 전문가를 채용한다.
1억 스톡옵션·한달 휴가 주는 핀테크
업계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은행과 IT핀테크 회사를 선호하는 구직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인터넷은행의 경우 창구에서 대면영업을 하는 인력이 필요 없다. 즉시 전력감을 뽑아 부서에 바로 배치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하루에 1~2차 면접을 보는 등 채용 속도전으로 구직자의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다. 경력직 입장에서는 1~2차 면접에 임원 대면면접까지 절차가 많은 시중은행 채용절차보다 이런 방식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복지혜택도 구직자의 입맛을 당기는 요인이다. 카카오·케이뱅크·토스 등에선 시중은행에 못지않은 고연봉과 자유로운 휴가·복리후생·유연 근무제 등을 누릴 수 있다. 토스는 입사자에게 전 직장 연봉의 최대 1.5배와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주는 파격 대우까지 보장하며 인재 채용에 적극적이다. 카카오뱅크도 ▲연 500만원 복지포인트 ▲만 3년 근속 시 한달 휴가 ▲휴가비 200만원 ▲유연근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IT회사의 성장잠재력은 구직자에게 가장 큰 메리트다. 인터넷은행 업계 관계자는 “사내문화도 보수적인 은행보다 유연한 편이며 연봉 역시 엇비슷한 수준”이라며 “특히 언택트 기조 확산으로 핀테크의 비전이 매우 밝다는 점은 인터넷은행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밝혔다.
채용문화 변화와 별개로 채용시장은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대형 핀테크회사의 경우 전문개발자나 IT 업무 특화자 등 이공계열을 선호한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입사시험은 ‘삼성고시’와 맞먹을 정도로 고난이도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공계열이나 고능력자가 아니면 핀테크회사 입사 자체가 힘들 수 있다. 시중은행 채용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금융권 취업을 원했던 일반 구직자의 경우 핀테크 쪽으로도 눈을 돌리기 어려워진다. 또한 구직문화 자체가 경력직을 선호하는 수시채용으로 가고 있어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준비생의 경우 어려움이 가중된다.
김용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채용 방식도 경력직을 선호하는 선진국 고용시장처럼 변해갈 것”이라며 “비대면 확산으로 IT금융업계가 전문화된 인력을 꾸준히 채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신 신입 공채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