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는 외환보유고, 2009년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경제의 한 부분에서 발생했던 위기라면 코로나19는 경제가 아닌 외부충격에 의해 불거졌다. 코로나 백신 개발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경제적 충격은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다.
올 상반기 미국·유럽은 주식시장이 폭락했고 국내 주식시장은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내 집 마련 수요가 강해 서울 집값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오르는 실정이다.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해 유동자금은 140조원 불었지만 실물경제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기업과 가계가 투자와 소비를 줄이면서 금융권에만 맴도는 것.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뛰지만 실물경제는 침체에 빠지는 ‘자산-실물 괴리’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재테크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경제가 한꺼번에 붕괴돼 연초 세웠던 투자수익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서다.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재테크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머니S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 新재테크 전망’이라는 주제로 금융·주식·부동산시장 전문가 99명에게 ▲코로나19가 재테크 계획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시장 전망과 투자전략 ▲하반기 정치·경제 변수 등을 물었다. 설문은 8월24일부터 9월4일까지 총 12일간 진행됐고 ▲은행 프라이빗뱅커(PB) 30명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연구원 39명 ▲부동산 전문가 10명 등 총 99명이 참여했다.
10명 중 9명 “코로나 충격 심각”
재테크 전문가 10명 중 8명은 코로나발 위기가 금융·주식·부동산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대답했다. ‘매우 심각’과 ‘심각’에 각각 54명(54%)·33명(33%)이 답했고 ▲‘보통’ 10명(10%) ▲‘적다’ 2명(2%)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시대에 변동성이 큰 시장은 ▲주식(43명·43%) ▲외환(26명·26%) ▲금융(21명·21%) ▲부동산(7명·7%) ▲대체투자(2명·2%) 순으로 대답했다.먼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충격과 유가와 금값 하락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에 변동성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9월21일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7.55% 상승한 27.78을 기록했다. 당분간 VIX지수의 상승세가 예상된다.
금융시장은 저금리 신호가 강하게 켜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0.00~0.25%로 동결하며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방침을 시사했다. 영국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0.1%로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0.50%로 동결했다.
김현주 하나은행 PB부장은 “오는 10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에 미·중 갈등과 미국 연준의 저금리 기조를 봤을 때 신흥국의 통화는 여전히 불안하다”고 진단했다.
김현정 우리은행 PB팀장은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으로 통화량이 증가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채권가격은 하락 위험이 커졌다”며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복이 늦어질수록 저금리에 대출을 받은 기업의 부도 리스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호균 삼성증권 수석 매니저는 “‘닷컴버블’ 때와 다르게 한국과 미국 증시는 현재 이익이 증가하는 종목이 주도하고 있다”면서도 “저금리 상황에 기업의 성장보다 주가 상승세가 빠른 것으로 코로나 여파가 지속될 경우 주도주가 하락하면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재확산·미국 대선 ‘남은 변수’
올해 금융·주식·부동산시장의 주요 이슈를 묻는 질문(중복응답)엔 단연 코로나19 재확산(67명·22%)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정부는 8월30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상향했고 지난달 14일 2단계로 완화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신규 확진자가 하루새 110명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남아 있어 거리두기 1단계 복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두번째 이슈는 미국 대통령선거(49명·16%)다. 미국은 9월29일을 시작으로 10월15일과 22일 등 TV토론을 총 3차례 진행한다. 이에 따라 후보자의 지지율 변동과 공약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감세정책은 개인 가처분소득과 기업의 세후이익을 개선해 미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고 추가 감세에 나설 경우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이 전망된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소득세율과 법인세 인상 등 고소득 개인과 기업의 세율을 올린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같은 반기업 정책은 경제와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승빈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연구원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경제정책이 변하고 증시 주도업종이 달라질 것”이라며 “바이든이 대선에 성공할 경우 증세정책으로 미국 내수가 위축되고 수출 상대국인 한국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의 하반기 이슈는 ▲국내 경기둔화(35명·11%) ▲저금리 정책(28명·9%) ▲대출규제(12명·4%)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 가계대출 상승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부동산 규제에도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젊은층의 ‘패닉 바잉’도 문제로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6조3000억원 늘었다. 주담대는 지난 6월 5조1000억원에서 7월 4조원으로 다소 줄었으나 8월 말 다시 늘었다. 제2금융권에서는 8월말 2000억원 증가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실물경제 침체 속에서 부동산 시장이 보합 또는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오랜 저금리기조에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라며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대출 이용 불가로 투자 수요가 줄어들 경우 부동산 시장의 우상향은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테크 수익률, 예금금리 두배
지난달 말 기준 안정적인 금융상품으로 불리는 예금상품 금리는 연 1~2%대다. 다수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재테크 기대수익률을 예금상품 금리의 두배 이상인 ‘4~5%’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재테크 기대수익률은 ▲5%(37명·41%) ▲4%(29명·32%) ▲기타(14명·15%) ▲3%(9명·10%) 순으로 답했다.김미애 NH농협은행 PB팀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은 공격적인 투자자에겐 10년여 만에 찾아온 저점매수 기회”라며 “정기예금에 플러스 알파 수익을 기대하는 단기채권 펀드와 박스권 등락을 염두에 둔 지수형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증시는 미국과 한국이다. 최근 한국증시와 글로벌 증시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증시 등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거치는 동안 한국증시는 꾸준히 상승해 연고점을 새로 썼다.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지는 한편 한국증시가 그동안 저평가된 점도 낙관론의 근거다.
권진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에 투자자 절반은 포트폴리오를 수정했으나 단기 투자 가치가 하락하는 움직임은 적다”며 “미국과 국내 주식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회사채는 연준이 내년까지 회사채를 매입할 것으로 알려져 강한 수급이 지탱하는 시장”이라며 “공격적인 투자자는 미국의 4대 주요 기술주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아마존)에 투자해 수익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재테크 기대수익률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14명은 ‘알 수 없음’이란 대답을 내놨다. 불확실한 금융시장은 투자의 기회인 동시에 원금손실을 일으키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유병창 신한은행 PB팀장은 “지난 2월 코로나19 유행으로 증시가 공포에 휩싸였을 때 외국인은 무려 13조원을 매도했으나 개인투자자는 13조원을 매수했다”며 “5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2차 유행과 8월 광화문 집회발 3차 유행에도 개인투자자는 대규모로 주식을 매수했고 그 결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7.8%·29.3% 상승이라는 성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는 지난 20~30년간 증시급락은 오래가지 않고 반드시 급등이 뒤따른다는 걸 지켜봤다”면서도 “코로나 위기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금융위기로 전이되고 있어 재테크는 기대수익률보다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