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주점 매니저로 일하던 백모씨(28)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가게 매출이 급감하자 지난 6월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됐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일이 배달라이더다.
백씨는 "다른 가게도 사람을 거의 줄이는 상태여서 다른 일도 잘 안 구해진다"며 "라이더는 개인 오토바이와 2시간 교육만 받으면 돼 일을 바로 시작하기에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이 일을 계속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코로나로 사업을 정리한 중년 아저씨, 자가용 끌고 다니며 일을 하는 중년 아주머니들까지 보일 정도로 배달라이더 숫자가 늘어 그만큼 건당 수입도 줄고 있다"고 했다.
백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실업자가 됐지만 통계상으로는 수입이 있기 때문에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주당 1시간 이상만 일하면 고용 통계상으로는 취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2708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명 넘게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3월 이후로 6개월 연속 감소세다.
그러나 백씨처럼 사실상 실업자인데도 통계상 '취업자'로 잡히는 수치까지 고려하면 코로나19 실업난으로 시름하는 이들은 이보다 더 많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역대급 취업난 속에서 '경력 공백'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실직자가 '취업자'로 둔갑하는 사례도 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던 A씨(29)는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기한없는 무급휴직이나 사직을 선택하라는 권고를 받게 됐다.
A씨는 "일한 경력이 6년이 됐지만 요즘 취업이 너무 어려워서 경력 공백을 만들면 안 된다는 헤드헌터 말에 무급휴직을 했다"고 했다. 무급휴직 2개월 차인 그는 회사에 소속을 두고,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다닌다.
2개월째 수입이 없고, 10번 가까이 면접을 보고 있지만 A씨는 아직까지 통계상으론 '일시휴직자'이자 '취업자'로 분류된다. 무급휴직 6개월이 지나서도 일자리 복귀를 못하면 실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속마음으로는 일을 하고 싶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할 수 없이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B씨(43)는 초등학생 자녀들의 2학기 개학을 앞두고 두 달 전쯤 일을 그만뒀다.
B씨는 "비대면 수업 때문에 아이 둘만 집에 두면서 육아 문제로 남편과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며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고, 2학기도 계속 비대면으로 갈 거 같아서 남편 요청대로 내가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한 일이라 언제든 일을 구하면 어떻게든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수업할 때까지는 일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B씨는 완전히 구직을 단념하기로 마음을 정한 전통적인 비경제활동인구와 다르다. 일을 하고 싶지만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할 수 없이 일을 그만둔 사례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선 사례들처럼 통계와 현실의 격차가 정책의 사각지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의 정책은 대부분 '실업자' 위주로 짜여있다. 이 경우 사실상 실직을 경험했지만 '1시간 이상 일을 하는' 배달노동자와 일을 하고 싶어도 돌봄 노동으로 인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정책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IMF 때만 하더라도 노동시장에 충격이 생기면 거리에 노숙자가 눈에 보이고, 그들 실직자를 대상으로 타깃팅을 해서 정책을 펴면 됐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용 통계상 분류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흐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난지원금 지원 등을 통해 통계상으로 분류가 모호한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과 함께 통계가 수집되면 이를 계기로 다음번에는 소득보장 정책을 설계할 때 훨씬 정교하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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