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박승주 기자 =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50여년 전 이를 조사한 국가정보원의 문서를 공개하라고 재차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4-1부(부장판사 김재호 이범균 이동근)는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임재성 변호사가 국정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임 변호사는 이날 선고가 끝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3년 넘는 기간 동안 4번의 판결이 나왔다. 이렇게 긴 싸움을 이어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정부가 고려할 여지는 있겠지만 4번씩이나 판단을 이행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일인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첫 판결 이후 정부는 대형 법무법인까지 선임해서 대리를 했다. 이렇게까지 많은 세금을 들여서 방어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국정원은) 판결을 수용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서 정보를 공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서 민변 측이 공개청구한 정보는 1968년 2월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마을에서 발생한 민간인 70여명에 대한 학살사건 관련 자료다. 이 사건은 '제2의 미라이 학살'로 불렸을 만큼 학살규모나 양태가 처참해 외교적 논란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변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부는 1969년 11월 학살에 관련된 1중대 1소대장 최영언 중위, 2소대장 이상우 중위, 3소대장 김기동 중위를 신문했는데 국정원이 현재까지 신문조서 목록을 보유하고 있다.
민변은 2017년 8월 해당 문건의 목록을 공개하라고 국정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정원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민변은 서울행정법원에 비공개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2018년 7월 국정원의 비공개처분이 위법해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1심 법원은 "당시 작성한 문서들을 1972년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촬영해 보관했으며 그 목록이 존재한다고 인정된다"며 "자료는 약 50년이 경과한 사실에 대한 사료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정보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등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국정원은 항소했지만 2심도 민변 측의 손을 들어줬고 이 판결은 확정됐다.
그러나 국정원은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해당 문건에 대해 비공개 재처분을 했고, 민변은 지난해 3월 비공개재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두 번째 비공개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민변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이 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중 최영언, 이상우, 김기동 3명의 생년월일을 제외하고 취소한다"면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국정원 측은 즉각 항소했지만 이날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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