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이낙연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입주 청사를 방문했다. 야당을 향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지명 '최후통첩' 시한을 열흘가량 앞둔 상황에서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행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의 공수처 입주 예정 사무실을 찾아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게 하는 국회가 법을 마비시키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공수처법 시행일(7월15일)로부터 세 달째 표류하는 공수처 상황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지속돼선 안 되는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시한까지) 열흘남짓 남았는데 저희들이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와서 절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에 대해 26일까지 공수처장후보 추천위원을 제안해달라고 통보했다"며 "볼썽사나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루라도 빨리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방문을 마친 직후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위법상태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다. 야당의 바른 조치를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이날 방문은 공수처 출범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행보다.
최근 공개석상에서 최종시한을 통보한 데 이어, 직접 공수처 입주 예정 건물을 찾아 데드라인(기한)이 임박했음을 상기시킨 셈이다. 이날 방문에는 이 대표 외에 최고위원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신동근·김종민 의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26일까지 야당 교섭단체 몫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지명을 마치지 않을 경우, 모법(母法)인 공수처법 개정에 착수할 방침을 밝힌 상태다. 27일부터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가동해 계류중인 개정안을 심사하고, 내달 초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오른 개정안은 백혜련·박범계·김용민 의원 대표발의안으로, 야당의 비토권(거부권) 삭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 구성 시한을 명시하거나 여야 몫 추천위원 각 2명씩을 모두 국회의장 추천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이다.
민주당은 앞서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박경준 법무법인 인의 대표변호사를 추천위원으로 선정했지만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자체를 위헌으로 보고 지명 불가 의사를 밝혀 왔다.
민주당 내에서는 야당이 비토권 사수를 위해 시한 내 위원을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위헌'을 이유로 위원 지명을 거부하다 비토권이 삭제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야당은) 비토권을 갖고 있으니 권한을 행사하며 야당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우리 몫인 2명 중 1명은 어느정도 이야기가 됐다"고 밝힐 정도로 지명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지명과 동시에 공수처 출범에 속도가 붙는 만큼 시한 직전까지 최대한 여론전을 펼치며 공수처의 위법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민의힘의 위원 지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진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라고 규정한 만큼, 전향적으로 공수처 출범에 응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야당 입장에서는 공수처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문제를) 파헤치면 정국의 주도권을 갖고 갈 수 있고, 파헤치지 못한다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공수처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꽃놀이패인 셈"이라고 했다.
이어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공수처 1호 사건으로 하자는 조건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비토권을 행사해서 중립적인 공수처장을 세우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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