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이 젊어졌다. 창업주와 2세대 경영인의 시대가 저물고 60세 이하 젊은 경영인이 전면에 등장하며 3·4세 경영 시대의 포문이 활짝 열렸다. 오직 성장을 목표로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선대와 달리 젊은 4대그룹 총수는 실리와 합리를 중점을 두고 새로운 방식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서로 경계를 허무는 데 거부감이 없다. 젊은 총수가 몰고 온 4대그룹의 변화 움직임과 이들 그룹이 추진하는 새로운 성장전략 및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점검해봤다.
카카오톡
카카오톡나에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카페블로그
텔레그램
링크복사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공정거래위원회 총수 지정 순. / 그래픽=김민준 기자
━
맞수 대신 맞손… 4대그룹 총수 '팀코리아'로 뭉쳤다
━
국내 4대 그룹이 모두 40~50대 젊은 총수 체제 진용을 갖추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전 1~2세대 경영인이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경영체제에서 회사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었다면 새롭게 경영 전면에 나선 3~4세대 총수들은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경영스타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특히 젊은 총수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자주 만날 만큼 남다른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위기극복과 미래 성장에 함께 힘을 모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3·4세대, 경영 전면에
삼성은 27년 동안 기업을 이끌었던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장남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대를 개막했다. 올해 만 52세인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부친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사실상 그룹의 경영을 진두지휘해왔고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의 총수로 인정받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10월14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부친 정몽구 회장 대신 만 50세의 나이로 그룹의 공식 회장으로 취임해 3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5월 고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 총수에 올라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구 회장은 올해 만 42세로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젊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대그룹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인 1998년 회장에 취임했다. SK그룹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과 부친인 최종현 회장에 이은 3대 회장으로 엄밀히 따지면 2세대 경영인으로 분류되지만 4대 그룹 총수 중 최연장자(만 60세)로서 이들의 활발한 교류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현재 4대 그룹 총수들은 선대와는 다른 경영스타일을 보여준다. 이전 세대에선 성장을 중심에 두고 경쟁을 벌이면서 갈등을 빚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1990년대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후발주자인 삼성은 현대차 출신 인재를 적극 영입했고 1997년엔 기아자동차 인수를 놓고 현대차와 경쟁하는 등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지금은 관계가 완전히 달라진 양상이다. 최근 이건희 회장의 빈소에 이재용 부회장이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를 직접 운전하고 나타나 화제가 됐다. 가족들만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이 회장의 영결식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해 이 부회장을 위로하는 등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이 부회장과 정 회장 외 4대 그룹 총수들은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공식석상에서 함께 회동한 것은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가 마지막이지만 비공식적으론 정기적인 만남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초에도 서울 시내 모처에서 4인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등 친목을 다졌다. 특히 단순한 식사를 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위기극복 방안을 비롯해 경제계 현안 등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등 미래먹거리 힘 합친다
4대 그룹 총수들이 남다른 친분을 이어감에 따라 재계에선 이들의 협업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전기차 배터리분야에서는 4대 그룹의 공동 구상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시장은 ▲2019년 610만대 ▲2020년 850만대 ▲2025년 2200만대 등으로 고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글로벌시장 규모 또한 2020년 303GWh에서 2025년 1270GWh로 팽창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1월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환담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전신 기자 급성장하는 시장을 잡기 위해 중국과 유럽 등의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도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엔 현대차가 가세해 모빌리티회사와 배터리회사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모빌리티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5월과 7월 충남 천안 삼성SDI 공장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전고체 배터리 기술과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6월에는 충북 청주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구 회장과 협력을 모색했으며 7월에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공장을 찾아 최 회장과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신기술 분야 협력 방안에 머리를 맞댔다.
잇단 회동 이후 현대차는 SK이노베이션과 함께 ▲리스·렌탈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 ▲배터리 관리 서비스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등 전기차 배터리 관련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협력 체계를 검증해 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에선 조만간 현대차가 삼성·LG와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한국이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모빌리티 분야에서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4대 그룹 중심의 ‘K-모빌리티 동맹’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특히 4대 그룹 모두 미래모빌리티를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데다 반도체·전장·통신 등 관련 분야의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협력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4대 그룹 총수들이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서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는 데다 실리와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성장을 위해 경계를 허물고 서로 힘을 합치는 사례가 더욱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각 사, 뉴시스
━
세대 교체 마친 4대그룹, 선대와 다른 성장 키워드는?
━
‘글로벌·친환경·디지털·사회적 가치’ 4대그룹 오너 3~4세들의 공통점이자 선대 회장과 이들을 경계 짓는 차이점이 있다. 빠르게 전개되는 산업구조 속에 글로벌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사회와 호흡해야 하는 3~4세들은 창업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의 선대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경제가 어렵던 시절엔 사업 개척을 통해 번 돈으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이 가장 큰 가치였다. 이젠 다르다.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수를 잘 읽어야 한다. 너무 빠르거나 느려서도 안된다. 이윤 창출만을 목표로 삼아서도 안된다. 이 모든 것이 4050 오너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로 ‘퀀텀점프’
삼성은 이병철 선대 회장이 내건 ‘사업보국’ 창업이념에 따라 미래먹거리가 될 신수종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별세한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모두 그랬다. 삼성은 이 회장의 한국반도체 인수로 사업 방향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64메가 D램부터 10나노 8기가 DDR4 D램까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삼성의 D램 경쟁력은 철옹성이다.
D램에서 승기를 굳힌 이 부회장은 비메모리 반도체로 시선을 돌렸다. 시스템반도체를 대신 만들어주는 파운드리 사업에선 점유율 17.4%로 2위까지 올라간 상태다. 다만 1위 업체 ‘TSMC’(53.9%)와 격차가 상당해 이 시장 1위를 목표로 하는 삼성의 발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최근 국경을 넘나들며 ASML 등 노광장비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EUV 장비 확보 및 기술 개발을 논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투자도 현재 진행형이다. 올 4분기 시설투자액 9조7000억원 중 78%(7조6000억원)가 반도체 투자로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에는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라인을 가동해 5나노 제품을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2세대 5나노와 1세대 4나노 모바일 제품 설계도 4분기 내 완료한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시장을 키우려면 비메모리 분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생태계가 달라 점유율을 크게 늘리긴 어렵지만 미국의 중국 제재로 반사이익을 누릴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모터’ 넘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상용화가 진행되면서 130년의 역사를 가진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의 총수 교체는 자동차 시장의 판이 완전히 달라진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현대차의 올 3분기 친환경차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과 유사하지만 아직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량에 비교하면 미미하다.
정 회장은 미래차 부문 연간 투자액을 20조원으로 늘리고 수소전기차 생산과 상용화 전략을 짜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에 성공한 뒤 유럽 수출을 시작했다. 올 연말까지 40대를 추가 수출한다.
당장 내년부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신형 전기차 모델을 연이어 출시한다. 정 회장이 최근 삼성·LG·SK의 배터리 사업장을 방문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5분 충전에 최대 609㎞를 달리는 자사 대표 수소전기차 ‘넥쏘’의 차기 모델은 앞으로 3~4년 내 공개할 계획이다. 충전시설 확대는 수소전기차 보급과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내에 설치된 수소차 충전소는 36곳에 불과하다.
주요 4대그룹 2세·3~4세 오너 주력사업 비교. /그래픽=김은옥 기자
◆세상의 ‘행복’ 실험 SK그룹은 최종현 회장이 석유·화학 산업의 수직계열화와 정보통신 사업 진출이란 물꼬를 텄다면 최태원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바이오·배터리·반도체 등 3대 축 중심으로 사업 재편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를 통해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 전체를 90억달러에 인수하며 과거 최종현 회장이 2차 오일쇼크로 접어야 했던 반도체사업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SK하이닉스는 시장점유율 11.4%에서 22.9%로 업계 5위에서 2위로 올라서게 됐고 삼성전자(33.8%)와의 격차도 줄어든다.
회사는 12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도 추진 중이다. 또 최 회장은 정밀화학과 근접하면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제약산업을 선택하고 신약 개발 조직을 꾸준히 지주사 직속으로 두고 지원하기도 했다.
최종현 회장의 인재 양성 노력은 최태원 회장에 이르러 사회적 가치 추구로 진화 발전했다. 그는 SK의 기술로 한 개인부터 전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사업적 성과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젊은 LG 생존법 ‘디지털 전환’
구광모 LG 회장은 구본무 회장과 전략적 차이를 두는 것보다 기존 사업에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구 회장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내부 업무 환경부터 개선하고 있다. LG는 계열사 IT시스템을 올해 50% 이상, 2023년까지 90% 이상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주요 소프트웨어 표준화·업무지원로봇 도입·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전담 조직 구축 등을 통해 제품 생산·서비스 등 경영활동과 업무 방식 전반에 디지털을 녹일 계획이다.
전장사업도 새로운 LG의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다. 오는 12월 예정된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역시 이 일환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비에서 30%를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부품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곳이 많지 않아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LG그룹 산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이스라엘 전장 스타트업 ‘오로라랩스’에 23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미래먹거리 발굴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재계 1·2위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의 3세 경영시대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완전한 세대교체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배구조 개편과 지분승계라는 과제가 남아있어서다. 양사는 그동안 수차례 지분 승계와 맞물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천문학적인 자금조달 문제와 외국계 투기자본의 반대 등에 부딪혀 작업을 완료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대기업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압박하는 데다 보험업법 개정 등을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더이상 개편 작업을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상속세만 ‘10조’ 삼성, 지배구조 개편 어쩌나
삼성의 지배구조는 수년 동안 풀지 못한 숙제다. 2018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긴 했지만 지주회사 체제도 아니고 금융과 비금융부문 사업이 혼재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삼성의 지배구조 체제 개편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을 겨냥해 “삼성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지 적극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17.48%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와 삼성전자 지분 5.01%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보유했다. 여기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지분 4.18% ▲삼성전자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에스디에스 0.01% 등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선 이 회장의 지분승계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이 회장 지분에 대한 상속세가 역대 최고액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별세 직전인 10월23일 종가 기준 18조2251억원으로 유족들이 납부해야할 금액은 10조원을 넘어선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등 유족이 상속세 재원마련을 위해 배당을 늘리거나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계열사의 지분 일부를 처분할 것으로 예상한다.
변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 이하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를 구분하는 방법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흡수해 삼성물산 중심의 사업지주 회사와 삼성생명을 축으로 한 금융지주 회사를 나누는 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한다”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삼성전자에 매각한 뒤 그 대금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현대차 ‘순환출자’ 해소 시나리오는 현대차 역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과제를 떠안았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내 4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기아차(17.28%)→현대모비스(16.53%)→현대차(33.88%)→기아차 ▲기아차(17.3%)→현대제철(5.8%)→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차 ▲현대차(4.9%)→현대글로비스(0.7%)→현대모비스(21.4%)→현대차 ▲현대차(6.9%)→현대제철(5.8%)→현대모비스(21.4%)→현대차 등 4가지다.
2018년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합친 뒤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의 주식을 사들이고 지배구조를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2018년 무산된 개편안을 다시 보완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모비스 전체 기업 가치의 60∼70%를 차지하는 AS 부문을 분할해 상장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이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해당 방안은 합병 비율을 시장에 맡기기 때문에 주주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각각 존속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존속회사와 사업회사 간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존속회사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사업회사 지분을 공개매수하고 대주주가 이에 참여하는 안이다. 이 경우 ‘대주주→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존속회사 합병법인→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사업회사 합병법인’ 구조가 완성된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조립이나 AS 사업 등이 완성차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고 대주주의 합병 투자회사 지분율도 22.5%까지 확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기아차(17.2%)와 현대제철(5.8%)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순환출자 구조를 끊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평모 연구원은 “이 경우 현대차 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10월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