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8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음식배달대행 종사자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2020.12.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배민맛'
배달 앱의 대표 격인 '배달의민족'과 '맛'을 합친 이 신조어가 온라인에서 소소하게 회자되고 있다. 이 신조어는 배달음식 특유의 맛뿐 아니라 배달음식을 다 먹고 난 뒤의 후회감까지 뜻한다.

한 네티즌은 배민맛이 포장 비닐을 칼로 찢을 때의 느낌부터 다 먹고 난 뒤 몰려오는 후회와 생각보다 맛있지 않다는 실망, '배달 음식을 끊어야겠다'는 다짐 등까지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내 이야기" "무슨 말인지 알겠다"라면서 공감을 표했다. 네티즌 A씨는 "앱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까지만 딱 좋다"라며 "음식을 배달받는 순간부터 약간 후회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배달음식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돌연 배달음식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집밥이 최고'라며 집밥 관련 백종원과 에드워드 권의 간단 레시피에 열광하고 '집밥 브이로그'를 보며 '남들은 뭘 먹는지' 살핀다. 집밥 열풍에 온라인몰의 식재료 매출도 껑충 뛰었다.


◇"느는 건 뱃살·쓰레기, 얇아지는 건 지갑"

"배달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엔 즐겁죠. 그런데 막상 먹고 나면 맛이 자극적이고 양이 많아서 불쾌해져요"

직장인 강모씨(28)는 독하게 마음먹고 2주째 배달음식 유혹을 떨쳐내고 있다. 대신 지난주에는 식재료를 주문해서 직접 순두부찌개를 직접 끓였다. 강씨는 매일 배달음식만 먹다 보니 소화도 안 되고 건강도 나빠졌다고 했다.

사람들은 배달음식을 줄이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로 건강을 들었다. 배달음식은 자극적인 맛이 많아서 먹은 뒤 소화가 안 되고 살이 찐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이후로 매일 배달음식을 먹던 대학원생 서모씨(28)도 한 달 전부터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서씨는 "배달 음식을 먹을 때는 늘 더부룩했던 속이 집밥을 먹으면서 잠잠해졌다"고 말했다.

새해 목표로 '집밥'을 결심하는 사람도 생겼다.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음식 끊기'와 '집밥 먹기'를 새해 목표로 삼은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매일 배달음식을 먹던 프리랜서 이모씨(35)도 늘어난 몸무게에 놀라 집밥으로 식단을 바꿨다. 이씨는 "배달은 보통 2인분 이상 시켜야 하니 일부러 나눠 담지 않으면 많이 먹게 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2월2일 서울시내 대형마트 채소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0.1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배달음식은 최소 주문금액에 맞춰 주문해야 하다 보니 주머니는 빠르게 얇아지고 플라스틱 쓰레기는 빠르게 쌓인다는 의견도 많았다.
1인 가구 이모씨(38)는 지출 부담에 배달음식을 줄였다. 그는 "식당에서는 7000~8000원이면 먹을 텐데 배달시키면 2배 이상 돈이 나간다"며 "배달료도 아깝고 남는 것도 아까워 안 먹게 된다"고 말했다.

한 달째 배달음식 대신 집밥을 먹는 직장인 이모씨(29)는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만족스럽다. 배달음식을 시키면 매일 플라스틱 쓰레기를 한아름씩 버려야 했는데 집밥을 먹으면서 쓰레기가 하나도 안 나오는 날이 많아졌다.

이씨는 "산더미 같은 배달음식 쓰레기를 버릴 때면 내가 너무 대충 사는 것 같아 '현타' 올 때가 많았다"며 "집밥은 귀찮긴 해도 먹고 나면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몰 반찬 판매 96% 증가, 유튜브서도 집밥 인기

집밥을 찾는 경향은 온라인 주문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30일 불고기·갈비찜·잡채와 같은 메인반찬류 판매량이 전월보다 96% 증가했다. 양념과 소스류 판매도 48% 늘었다. 순두부찌개 양념 판매량이 가장 높았고 토마토·로제 파스타 소스가 뒤를 이었다.

요리 기본 재료인 식용유와 참기름 등 오일류 판매는 49%, 애호박·콩나물 등 밑반찬 재료로 쓰이는 채소 판매량은 30% 늘었다.

티몬에서도 지난해 12월2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집밥에 필요한 식용유와 올리브유 판매량이 전달보다 194% 급증했다. 요리에 필요한 그릇·식기 등 판매는 105% 늘었고 냄비와 칼, 솥도 46% 더 팔렸다.

유튜브에서도 집밥 관심이 뜨겁다. 자취 요리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하루한끼'는 구독자 4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 유튜버가 2019년 올린 '계란볶음밥 만들기'는 조회 수 1억뷰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음식은 평준화된 맛"이라며 "조미료가 많을 것 같다는 느낌과 '내가 안 보이는 곳에서 비위생적으로 만들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합쳐져서 집밥을 찾게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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