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가운데 백혜련 소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김진 기자,이균진 기자,유새슬 기자 = 12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처벌 수위가 여야 심사를 거듭할수록 낮아지고 있다. 사망 사고 발생 시 사업주·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에 '50억원 이하 벌금'을 적용하기로 한 데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를 정부안인 '손해액의 5배 이하'로 잠정 결정했다.
또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공무원 처벌 특례조항'은 삭제를 유력 검토 중이며, 소상공인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마라톤 회의를 통해 이 같은 협의를 이뤘다.


중대재해법 관련 세 번째 심사인 이날 회의에서는 Δ사업주·경영책임자 및 법인에 대한 처벌 규정 Δ공무원 처벌 특례조항 Δ징벌적 손해배상제 Δ다중 공중이용시설 적용 여부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주요 쟁점에서는 정부안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정부안보다 후퇴했다. 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안대로 '(손해액의) 5배 이하'로 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은 '3배 이상 10배 이하', 박주민 민주당 의원안은 '5배 이상'을 규정했으나 정부 입장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중대재해로 사망 사고 발생 시 사업주·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10억원 이하 벌금'인 정부안보다 수위를 낮춘 것으로, 징역 하한을 낮추고 벌금 하한도 없앴다.


법인에는 사망 사고 시 '50억원 이하 벌금'을, 부상이나 질병 발생 시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법인이 위험방지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하는 등 고의가 인정됐을 때 해당 법인의 전년도 매출액 또는 해당 기관의 전년도 수입액의 10% 범위에서 벌금에 가중할 수 있도록 한 강은미·박주민 의원안 조항은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백 의원은 "임의적 병과가 추가돼 벌금형과 징역형을 함께 선고할 수 있는 형태로 했다"며 "하한은 낮췄지만 임의적 병과가 가능하도록 해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만큼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벌금형) 하한을 없애고 상한을 높여 사례에 따라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쪽으로 합의했다"고 했다.

여야는 중대재해 관련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무원의 책임을 묻는 '공무원 처벌 특례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박주민 의원안은 관련 조항에서 '1년 이상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3억원 이하의 벌금'을 담고 있고, 정부안은 직무유기를 규정한 '형법 제122조' 위반을 처벌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백 의원은 "원래 박 의원이 낸 안도 인과관계상 문제가 있고, 부처안도 문제가 있다. 취지엔 동의하나 지금 형태로 갈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과관계 입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예를 들어 20년 전에 인허가를 해줬다가 사고가 났는데, 20년 전 잘못된 인허가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들이다"라고 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장 앞에서 의원들과 함께 손팻말을 들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1.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다만 소상공인 피해 우려가 제기된 다중이용시설 적용 여부와 유예 부칙 조항을 놓고서는 여야 및 정부가 의견을 달리해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정부는 이날 경영책임자 개념 적용이 불분명한 공동주택이나 아파트, 올해부터 안전관리법이 적용되는 학교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중이용시설과 관련해서는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제한을 둬야 한다며 관련법 적용을 받는 소상공인을 제외하고, 면적 제한을 두자는 의견을 냈다.

민주당은 유예 조항과 더불어 면적 1000㎡이하 업소에 대한 적용을 제외하자는 주장을 펼쳤으나, 국민의힘은 정부가 영세 소상공인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위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징역을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며 "정부가 지자체가 매뉴얼을 잘 만들어서 10평짜리든 1000평짜리든 안전조치를 잘 할 수 있게 시스템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백 의원은 "부칙 관련해서는 유예기간 문제가 남았다"며 "국민의힘이 많은 문제제기를 해서 더 이상 논의가 어려워 내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과관계 추정조항과 관련해서는 "부칙 유예 조항과 공중이용시설 논의를 다 끝내고 법조문 전체를 훑는 작업을 할텐데 그때 최종 결정할 듯하다"고 했다.

1소위는 6일 오전 회의를 갖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으로, 가능한 한 6일 중 법안 의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앞서 여야는 오는 8일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을 합의해 처리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단식 농성까지 불사하며 중대재해법 처리를 촉구한 정의당과 산재 피해자 유족들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정의당에서는 강은미 원내대표가 고(故) 김용균씨·이한빛PD 유족과 지난해 12월11일부터 단식 농성을 시작했으나 지난 2일 건강 악화로 이를 중단했으며, 김종철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의당은 수위를 대폭 낮춘 소위 협의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이날 "중대재해법의 핵심은 대기업의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것인데, 매출액 10분의 1 이상에 대한 처벌을 가중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삭제돼 대기업에 대한 처벌이 상당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김응호 부대표도 통화에서 "실제 판결에서 처벌 규정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기업 봐주기"라며 "처벌 규정의 하한을 삭제했다는 것은 법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남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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