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직업소개소엔 구직자 대신 냉기만이 가득했다.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놓인 기다란 소파에는 먼지만 쌓이고 있다. 소장은 난방기를 모두 끈 썰렁한 사무실에 홀로 남아 방한복을 푹 뒤집어 쓰고는 휴대전화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주로 음식점 관련 일자리를 소개하던 이곳에는 2019년까지만 해도 하루 20~30명의 구직자가 몰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고 간 지금은 일자리가 끊기다시피 해 구직자가 단 1명도 없었다.
텅 빈 소파를 앞에 두고 자리를 지키던 소장은 창밖으로 보이는 광장시장을 가리켰다. 그는 "코로나19로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식당들이 9시 이후엔 문을 닫아야 하다 보니 수익 악화에 있는 직원들도 내쫓고 있는 상황"이라며 "음식점 일자리를 하루에 한 건 찾는 것도 힘든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일자리가 끊긴 지 오래됐지만 생계절벽에 몰린 일부 구직자들은 답답한 마음에 아직도 직업소개소에 연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장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얼마 전 단골구직자 1명이 A씨에게 "아직도 일자리가 없냐"며 연락을 해왔지만, 그는 "아직 없다. 좋은 소식이 있으면 꼭 도와주겠다"면서 통화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풍경은 인근에 있는 다른 직업소개소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장 이모씨(50대)는 "코로나19 사태 전엔 하루 식당·목욕업종에서만 일용직 계약이 20~30건씩 성사됐는데 지금은 하루 2건을 찾는 것도 어려워졌다"면서 "간혹 단골 구직자들이 '식당 일자리 안 나왔냐'며 전화를 해오지만 아무런 일자리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몇몇 구직자들은 오는 17일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식당 일자리가 조금이라도 생길지 모른다는 희망에 직업소개소에 전화를 걸기도 했다. 종로5가의 다른 직업소개소 직원 김모씨(59)는 희망을 품고 연락한 한 구직자와 대화하느라 한참 동안 수화기를 놓지 못했다.
통화를 마친 김씨는 책상에 놓인 장부를 펼쳐 보이더니 "여기 적힌 수십 명의 이름이 모두 식당 일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혹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일자리가 생기면 주방장 일자리에 넣어 달라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빗발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요식업소 일자리가 사라지며 타격을 입은 이들은 비단 해당 업종 종사자들 뿐만이 아니다. 젊은 음식점업 종사자들이 미화·경비업종으로 일자리를 옮기면서 해당 업종에 종사하던 60·70대들이 밀려나는 경우도 흔하다.
인근의 직업소개소장 윤모씨(50대)는 "식당일에 종사하던 50대가 건물 미화직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빈곤층 60·70대 노인들이 밀려나기도 한다"며 "자식들에게 부양받지 못해 일자리를 찾는 빈곤 노인들이 빈손으로 돌아한다"고 혀를 찼다.
직업소개소 소장들은 코로나19 사태에 일자리를 잃게 된 구직자 대부분이 경제적 소외계층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장 이씨는 "구직 계층이야 다양하지만 하루 벌고 하루 먹으며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뜩이나 힘들 텐데 수입이 끊겨 더 어려울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채용정보 웹사이트 워크넷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비스업종 구인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특히 여행·숙박·오락 서비스직의 경우 2019년 11월보다 53.8%가 감소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0년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는 전년보다 15만9000명이 줄어 6.9%가 감소했고, 지난 달(2020년 12월)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31만3000명이 줄어 13.4%가 감소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비슷한 일자리를 만들기는 어렵고, 사회안전망도 이들을 품기엔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부가 만든 재정 일자리에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을 흡수하는 한편, 민간기관과 협력해 직업훈련·인턴 기회를 제공해 다른 부문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