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폐업만 남았다”는 친구의 말이 스쳤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무산 이후 최근까지 인수 대상자 물색과 재매각을 추진했다. 불과 지난달만 하더라도 재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제는 법원의 주도 아래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이번에도 인수자를 못 구한다면 사실상 폐업만 남은 셈이다.
그동안 이스타항공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시간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의 사드(TT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앙심을 품은 중국이 ‘한한령’을 내렸다. 중국 의존도가 컸던 이스타항공은 관광객이 크게 줄어 타격을 입었다. 2019년 하반기부터는 한국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번졌다. 중국과 일본 노선이 ‘캐시카우’였던 만큼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더불어 쌓여온 감춰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2019년 말 이스타항공에 매겨진 성적표는 영업손실 793억원이었다. 전년(2018년)엔 조금이나마 영업이익(53억원)을 기록하던 수준에서 불과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스타항공만이 아니었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조차도 1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에서 347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만큼 ‘노 재팬’ 여파는 상당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촉발된 이스타항공 사태는 경영 실패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면서도 “국회의원인 이상직 전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제주항공과 매각 절차를 추진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매각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지난해 3월 이스타항공의 모든 비행은 ‘셧다운’ 됐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완전자본잠식인 상태. 지난해 1분기 기준 자본과 부채는 각각 마이너스 632억원과 2074억원이다. 제주항공은 7월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사이 회사의 주인이었던 노동자는 철저하게 버려졌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추산한 임금 체불 규모만 해도 250억원을 넘어섰다. 직원들은 이스타항공이 체납한 고용보험료 5억원 때문에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조차 못 받은 채 무급 휴직을 시작했다. 급기야 직원 605명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당했다. 1600여명이 이스타항공에 재직 중이었지만 남은 직원 수는 5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스타항공의 기업회생 신청이 너무 늦었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되자마자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했지만 회사가 인수자를 찾기 위해 시간을 끄는 동안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나서는 모습은 씁쓸하다. 경영진은 하루빨리 ‘매각’이라는 희망고문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