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과학자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과학책방 갈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1.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기후변화(Climate Change). 변화하지 않고 지속되어야 할 것,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 인류가 생존 환경을 등한시 한 결과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지난 100년만에 1도 가까이 올랐다. 자연적으로 가장 빠른 온난화 속도보다 20~25배 빠르며 이 속도가 유지되면 지구는 파국을 맞는다. 지난해 우리도 경고등이 깜박이는 걸 경험했다. 통상적인 장마철이 훨씬 지난 여름의 끝에서부터 50일이 넘는 오랜 기간동안 세찬 비가 한반도에 쏟아졌다. 호주에선 7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가뭄이 계속됐고 거대한 산불이 발생했으며 러시아는 폭염에 시달렸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파괴, 이로 인한 식량 위기로 이어져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 체계를 불안정하게 한다. 막연한가. 그렇다면 더 단순화해 이런 단면을 소개할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예를 들자. 지구 온도 상승으로 동토가 줄게 되면 그 땅에 묻혀있던 바이러스들이 되살아난다. 그리하면 코로나19와 같은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우리를 다시 공격할 수도 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현 경희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이러한 위기에 대해 끊임없이 설파하고 있는 '기후위기 전도사'다.


생명력이 충만한 붉은 흙, 그리고 파랗게 맑은 하늘이 상징했던 지구는 우리가 파괴하기 전으로 되돌이키긴 어렵게 됐다. 그러나 조천호 교수는 파국으로 가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는 걸 상기한다.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기후위기를 최우선으로 인식, 공감대를 확장하고 이를 막기 위해 연대하는 것. 개인의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가장 크게 힘을 쓸 수 있는 건 각 정부와 국가들의 행동 변화라고 강조한다. 한 발 늦어서 선진국들이 만들어 놓은 기후변화 대응 프레임을 따라가야 하는 우리나라의 발걸음은 더 빨라져야 한다고도.



다음은 조천호 교수와의 일문일답.


◇날씨는 기분, 기후는 성품…성품이 변하면 '죽을 때 가까운 것'

-우선 기후변화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개념 설명을 해달라.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등의 단어들과 혼재돼 쓰인다.

▶ 날씨와 기후의 차이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다. 쉽게 비유하자면 날씨는 우리의 기분, 기후는 성품이라고 보면 된다. 날씨는 계속 변해야 하는 것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한여름'이 변하지 않고 매일 계속되면 그게 폭염이고, 그게 2~3년 계속되면 사막화가 찾아온다. 기후는 날씨의 30년 평균인데 쉽게 변하면 안 된다. 우리가 사는 공간과 먹고 입는 살아가는 방식 등은 기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성품이 변하면 '죽을 때가 가까웠나'라고들 하잖나. 그런데 지금 날씨는 지속되고 기후는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기후의 변화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하루 날씨의 변동폭이 크고 그건 회복 탄력성이 좋다는 얘긴데 이런 곳에서도 기후 변화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것은 자연적인 것이 있고 사람이 초래하는 것이 있다. 인위적인 후자가 문제인 것이다. 성장 일변도로 치닫다 보니 화석연료의 사용이 과도하게 늘어났고 이로 인해 온실가스가 발생해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가 이뤄지는 것이고 지구 평균 기온이 너무 빠르게 상승하면서 생태계도 파괴되고 이 생태계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인류는 생존을 위협받게 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런데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란 단어를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이나 위기(crisis), 붕괴(breakdown)란 표현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지구 온난화 역시 지구 가열(global heating)로 바꿔서 쓰고. 상황은 상당히 위급한데 이것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어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이렇게 했다고 한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부정하는 그룹을 통상 기후변화 회의론자(climate sceptic)라고 써 왔는데 이것도 기후변화 부정자(climate denier)로 바꿔 쓰기로 했다. 기후변화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저는 대체적으로 기후변화란 단어를 쓰지만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은 구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위기란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100년간 1도 오른 기온, 과거보다 25배 빨라…사실상 '인류세'

-기후위기가 이토록 심각한 속도로 진행된 건 언제부터라고 보면 되는가.

▶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로 봐야할 것 같다.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이라 불리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1950년부터 최근까지 인구는 25억명에서 78억명으로 거의 세 배 늘었고 전 세계 경제 규모와 에너지 사용 등이 급속도로 늘었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1도나 올랐다.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interglacial period· 빙하기에 빙기 사이 지질학적으로 따뜻한 평균 기온을 유지하는 때)로 변하는 1만년 동안 지구 기온이 4도 올랐던 것에 비하면 속도가 25배까지 높아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승용차가 시속 100km로 달리다가 갑자기 2500km로 달리게 됐다. 이렇게 질주하는 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 아닌가. 약한 생물들부터 하나하나 멸종되고 있는데 젠가 게임과도 같은 멸종이 계속 진행되면 생태계가 우르르 무너진다. 그러면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생물체, 인류까지 멸종하게 된다.

-그래서 인류가 지질시대를 바꿨다며 '인류세'(Anthropocene epoch)에 접어들었다는 주장도 있던데.

▶ 자연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 했던 속도의 기후변화를 인간이 초래하고 있으니까. 천천히 변한다면 생태계가 어떻게든 맞춰보려는 적응 노력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인류가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roscope)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시작하고 화석연료를 쓰기 시작한 시점부터 인류세에 살고 있다고 보는 주장이 있다.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 파울 크루첸이 처음 쓴 말이고, 아직 학회에서 최종 승인이 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현재를 인류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류세의 지층을 후대에서 발견한다면 플라스틱 더미와 원자폭탄 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등을 이 시대 신호로 잡을 것이다.

인류세로 표지 기사를 실은 2015년 3월 네이처.(출처=네이처 갈무리) © 뉴스1

-온실가스, 대체로 이산화탄소(CO2)로 인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난 100년간 1도 높아졌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데, 그렇다면 인류가 최악의 국면에 빠질 수 있는 시점은 언제라고 보나.
▶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이 속도라면 오는 2030~2052년 사이에 1.5도가 오르게 된다고 봤다. 실제 지금 지구가 1년에 0.02도씩 오르고 있는데 추세선을 그려보면 2040년경엔 1.5도 상승하게 된다. 2도가 오르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되니까 이걸 막아보려고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2도가 넘게 오르게 되면 '이상한 날씨'가 항시화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탄력성이 없어져 기후를 회복될 수가 없어진다. 생물다양성이 붕괴하고 CO2 농도가 짙어진 바다에서도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대대적인 식량난이 일어난다. 마트 가도 먹을 걸 안 파는 거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져 살 곳이 확 줄어들게 된다. 난민 문제도 심각해질 거다.

-지난해엔 코로나 때문에 CO2 배출량이 크게 줄었다고 하지 않나. 그러면 속도는 좀 늦춰진 것 아닌가.

▶ 마개가 막혀 있는 욕조에 수도꼭지가 열려서 물이 계속 차고 있다. 욕조는 막혀 있으니까 누적된 양은 줄지 않고 양만 달리 계속 누적되는 것이다. 그러니 위험이 사라진 건 아니다. 온실가스는 며칠이면 완전히 사라지는 미세먼지와 달라서 수백년 동안을 간다.

◇'기후깡패' 한국…에너지 전환 10년 날려, 수출 경쟁력 악화

-우리나라가 '기후깡패'(climate villain) '기후악당'으로 불릴 정도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력을 덜 하고 있다고 국제사회로부터 지목을 받는다고 한다. 진짜 그런가.

▶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볼 때 그 수준의 노력을 다 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 전문 매체인 클라이밋홈뉴스(Climate Home News)가 지난 2016년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CAT) 분석을 인용해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를 세계 4대 기후깡패로 분류했다. 아쉬운 면이 있다. '녹색 성장'이란 걸 내세운 정부도 있지 않았나.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대로 한 것은 없었고 오히려 엉뚱한 일만 했다.

유럽도 뒤늦었지만 그 무렵부터서야 제대로 기후변화에 대응했는데 10여년 지난 지금 보라. 그들은 이미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등 앞서가며 기후변화의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그걸 따라가야 하는 형편이 됐다. 10년 전 태양 에너지가 비싼 에너지라고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제일 싼 에너지가 됐다. 가격이 89% 떨어졌다. 풍력 에너지 가격도 70%가 떨어졌고. 자본과 기술혁신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걸 못 따라갔고 지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생 에너지 사용 비중이 꽤 낮은 쪽에 속한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하고 그랬지만 민간에서 기술개발과 혁신은 계속 일어났다. 그 결과 미국은 전체 에너지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쓰고 있고 일본도 그 비중이 20%인데 우리는 5%가 채 안 된다.

-앞으로 탄소국경세(탄소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에 부과하는 관세. 유럽연합이 2023년부터 매기기로 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언급했다) 같은 것을 물리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로 굳어지면 경제적 타격이 직접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앞서가고 있고 이제는 '사다리 걷어차기'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10여년을 날렸기 때문에 쫓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악화한다. 중소기업들까지 여파가 갈텐데 화석연료를 기본으로 쓰다가 하루아침에 그 인프라를 바꿀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쉽지 않다.

-기후변화 문제에 원자력 발전 문제를 연결시키는 주장도 있다. 클린 에너지라면서.

▶ 제가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 대비 꽤 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갖고 있는 나라다. 리스크가 상당히 큰 것이다. 안전에 신경쓴다던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회복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는가. 그리고 경제적인 관점에서라도 원자력보다는 재생 에너지 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지금 가격들이 엄청나게 떨어졌고 계속 더 떨어질 것이다. 원자력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후쿠시마 사건처럼 생각지도 않았던 위험들을 막아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니까. 시장에선 이미 평가를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핵 폐기물에 대한 대책도 없으면서 덮어놓고 원전 얘길 하면 안 된다.

기상과학자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과학책방 갈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1.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대전환의 시대…위험 인식하는 것, 탈출할 수 있는 '반동의 힘'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를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데엔 어떤 계기가 있었나.

▶ 있었다. 기상학과를 졸업하고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에 30년 몸담았는데 슈퍼컴퓨터에 전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짜던 일을 오래 했다. 그러다가 2005년 안면도에 있는 기후감시센터에 발령을 받았다. 가서 미세먼지 농도 같은 것들을 매일매일 체크하고 그 누적량을 관찰하게 됐는데 예사롭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확 들었다. 그래서 조금씩 관심을 더 갖고 접근하던 중에 미국 기상연구소에서 2년동안 깊이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이 시간들은 스스로가 던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시간이었다. 왜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세상이 무너지는가에 대한 답을.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이 절실한가. 플라스틱 덜 쓰고 채식을 하는 등 개인들의 노력도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역시 결정적인 건 정치의 영역일까.

▶ 그렇다. 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해야 할 때다. 굉장히 중요한 전환의 시대이고, 우리 정부도 기후위기에 위기감을 느끼고는 있어서 '2050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돼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 선언'도 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사회적 불안정성이 극대화하면 오히려 모든 걸 통제해 달라고 권력을 위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를 탄생시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니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기후위기는 막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기후변화,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울리히 벡이 저서 <위험사회>에서 얘기했던 '해방적 파국'의 개념을 예로 들어 얘기하곤 하는데, 기후위기란 계기가 없었다면 인간은 사는 방식에 대해 깊숙하게 성찰할 수 없었을 것이다. 파국으로 갈 수 있으니 지금까지 내달려 왔던 방식, 대량생산하고 대량소비하고 에너지는 고갈되든지 말든지 갖다 쓰고 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라는 게 기후위기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인간의 욕망은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근대 사회의 역동성이 '배고픔'에서 나왔다면 오늘날 사회의 역동성은 '위험'에서 나온다. 바로 이러한 역동성이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험을 인식하는 것이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반동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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