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2021년 여성신년인사회'.(여성가족부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여당가족부'.
지난해 여성가족부에 씌워진 오명 중 하나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권력형 성범죄에 침묵을 지키며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여가부를 일컬었다. 부처 폐지론의 단골 소재로도 쓰였다.

그런 여가부가 29일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2001년 여성부를 시작으로 타 영역 업무를 넘겨받거나 주기도 하면서 현재는 여성, 가족, 청소년, 권익 등의 업무를 주관하는 여성가족부가 됐다. 그간 탈도 많았던 여가부의 20년을 되돌아본다.


◇호주제·낙태죄 폐지, 여성 경제활동 확대…여성 권리 향상

여가부는 지난 20년간 성평등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성차별제도를 개선하는 데에 앞장섰다.

2003년 전 중앙부처에 여성정책 책임관제를 도입한 후 2019년 8개 부처에 양성평등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2006년 성인지 예산제도, 2011년 성별영향평가를 도입함으로써 성평등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에 성인지 교육 근거를 마련하고, 2019년 성인지교육대상을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했다.


2005년에는 '호주제 폐지'라는 성과도 거뒀다.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구성원의 신분 변동을 기록하는 호주제는 수십년간 대표적은 성차별 제도로 꼽혔다.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올해부터는 형법상 낙태죄가 폐지됐다. 여성계는 "여성 건강권을 보장하고 자기결정권을 확대한 것"이라며 환호했다.

여가부는 여성의 경력 유지를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여성이 원하는 시기에 다시 일할 수 있도록 2008년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을 제정하고,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새일센터 이용 인원은 2013년 약 21만명에서 2019년 약 54만명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여성(15~6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0년 54.5%에서 지난해 59.1%로 높아졌다.

여성의 단순한 경제 활동 참여뿐만 아니라 여성 고위직 참여를 늘리는 노력도 있었다. 공공·민간 부문 모두 여성 대표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공공기관 임원 비율은 2014년 11.7%에서 2018년 17.9%, 2020년 6월 20.8%로 높아졌다.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 비율은 2017년 14.8%, 2019년 20.8%, 2020년 6월 21.9%로 증가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기업과의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에 지난해까지 100개 기업이 참여하는 등 민관이 협업해 성별균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데 앞장섰다"고 말했다.

아울러 Δ성매매방지법 제정(2004) Δ성폭력방지법 제정(2010) Δ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2018) 등 여성폭력에 대한 대응과 지원이 강화됐다. 가상세계와 현실을 넘나들며 여성을 위협하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서도 Δ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개관(2018) Δ디지털 성범죄 24시간 상시 전문상담 지원(2020) 등이 추진됐다.

◇권력형 성범죄 앞에 여성 '무력'…가족·청소년 정책 '답답'

이 같은 성과에도 여가부의 역할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다수다. 특히 지난해 여가부에 대한 비판은 극에 달했다.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 박원순·오거돈 등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굵직한 사건이 잇따랐지만 여가부는 침묵을 지켰다. 여성을 대표하는 여가부의 '액션'이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가족, 청소년, 보육 등 여가부가 맡은 다른 분야의 업무도 마찬가지다. 여가부는 가정폭력, 다문화·한부모가족과 같은 가족 정책을 다루는 주무부처다. 여기에 보육 업무가 일부 이관돼 '돌봄' 영역까지 책임지고 있다. 이에 저출산, 보육, 가족 등 웬만한 업무가 여가부 소관으로 보인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여가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아동, 청소년, 가족, 여성 등 많은 부분에 발은 걸치고 있지만, 복지부(아동·저출산), 교육부(돌봄), 법무부(성폭력) 없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제로에 가깝다.

또 다른 여가부 관계자는 "업무 범위에 비해 조직이나 예산, 권한이 미약해 국민 기대 부응하기 힘들다"며 "게다가 여가부를 둘러싼 이슈나 환경이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어서 힘에 부친다"고 토로했다.

◇여가부는 '돈 먹는 하마'?…잇단 폐지론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여가부가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없애자'는 주장이 나온다. 여가부는 10여년간 부처 폐지론에 휩싸였다. 한 번 나온 폐지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사건이 있을 때마다 터져 나왔다.

군가산점제로 비롯된 젠더 갈등, 게임 셧다운제 같은 동떨어진 정책, 잇단 권력형 성범죄에서의 미온적 반응 등 폐지 주장의 이유는 다양했다.

여가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실정에 대해 "오히려 여가부에 권한을 더욱 실어줘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가부가 '돈 먹는 하마'라고만 보지 말고 여가부의 실제적인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역할을 왜 못 하는지를 들여다 봐야 한다"며 "여가부가 인력, 재정이 가장 덜 투여되는 부처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윤김지영 교수는 "여가부는 최근 사회 흐름에 따라 비혼, 동거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려고 하고 복지혜택을 주려고 했다"며 "정책에 있어 재정, 인력이 부족한 건 한계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가부의 올해 예산은 1조2325억원으로 전체 예산 556조원의 0.2%에 불과하다.

윤김지영 교수는 "여성과 아동의 인권,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등 문제는 여가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법무부, 행안부, 교육부, 복지부와 협의해야 한다"며 "여가부가 발의한 정책이 잘 되지 않는 건 여가부의 무능력 때문이 아니라 각 부처의 협업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가부에게 더 많은 재정과 인력, 권한을 배치해야 하고 부처 간 유기적인 협업을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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