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박승희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지 한 달이 흘렀다. 검찰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하려는 시민들이 헛걸음을 하거나, 구체적 사건에서 검경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발생하며 일선청도 대검찰청도 새로운 형사사법제도 안착에 분주한 모습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1일부터 시행된데 따라 검찰에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려던 시민들이 돌아가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엔 새해 들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할 대상범죄 예시'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개정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 수사범위가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 등으로 제한되며 이밖의 범죄는 모두 경찰이 수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안내를 해도 검찰에 제출하는 경우엔 접수한 뒤 경찰에 이송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A부장검사는 "사건은 조금 줄어든 것 같은데 이의신청 사건이 얼마나 나올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경찰에서 기록관리 부분이 잘 될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예전엔 경찰이 송치한 기록만 봤지만 이제는 수사권 조정으로 송치, 불송치, 수사중지, 한 기록 내 송치·불송치가 혼재된 건을 검찰이 모두 봐야 한다. 이 때문에 기록검토 인력 충원이 필요하단 얘기도 나온다.
B부장검사는 "검찰 수사권 박탈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그로 인해 변화해야 하는 역할 등 주목받지 않는 것들이 많다. 검찰수사관의 역할도 그런 부분인데 일원적으로 의견을 정리할 여력이 아직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선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이 내부망을 통해 검사실 소속 검찰수사관이 기록검토를 하도록 매뉴얼을 만들자고 제언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검사 업무 떠넘기기 아니냐는 반발 등 격론이 일면서다.
검사의 수사지휘를 대체할 경찰의 '책임수사관제'에 대해서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부장검사는 "검찰 조직엔 법률전문가 2000여명이 있다"며 규모와 역량 문제를 짚었다. 국가수사본부에 배치되는 책임수사관은 91명이다. C부장검사도 "검사도 수사를 십년은 해봐야 알까말까 한다"고 했다.
경찰 단계 내사에서의 사건 암장 가능성, 내년부터 검사 입장에서는 '무기'인 검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것 등에도 검찰 내부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C부장검사는 "사건이 송치되면 검찰이 열심히 보겠지만 그게 아니라 (불송치 관련) 단순 기록이 송부된 상태에서 60일 이내에 (검토)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이용구 법무차관 사건 같은 내사사건은 이의신청인이 없어 암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기사를 폭행했으나 경찰이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B부장검사는 "각론적 부분은 실무를 하면서 어떻게 정착은 되겠지만, 검찰이 가야 할 거시적 방향에 대한 논의는 여력이 없어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며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일선청도 수사권 조정에 대응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차장검사 산하에 송부기록전담부를 만들고 최임열 부장검사, 부부장검사 3명을 뒀다. 이 부서는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을 90일간 검토한 뒤 경찰에 재수사를 1번 요청하는 일 등을 맡는다. 수사중지 사건도 30일간 검토해 경찰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대검은 일선청이 바뀐 제도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 내달 중 사건 이송건수, 검찰의 재수사 요청건수 등 각종 통계자료를 취합해볼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일선청이 문의한 내용을 반영, 연구검토해 대검이 세부지침, 업무연락 등을 내려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 내부망엔 수사권 조정 관련 질답게시판과 관련 지침 등이 있는 자료게시판도 새로 만들어졌다. 일선청이 질의를 올리면 대검 연구관들이 답변을 달아 공통된 문제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검은 지난해 12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간편 매뉴얼 초본을 마련한데 이어 의견 취합을 거쳐 올초엔 최종본을 배포했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구체적 업무지침도 별도로 마련해 내려보냈다.
대검 관계자는 "(시행) 한 달밖에 안돼 지금은 제도가 안착됐다, 안 됐다고 할 수 없다. 최소한 3개월은 해봐야 안다"며 "전체적으로 지켜보면서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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