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개발에 성공한 셀트리온이 올해 전 세계 우려가 큰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도 도전한다. 앞으로 6개월 내로 동물실험과 임상개발을 완료하고 올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의 자신감은 지난해 '렉키로나주' 개발 초기 단계부터 새로운 변이 코로나19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확진자 혈액을 통해 확보해놓은 '38개의 중화항체 풀'에서 나온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출부위인 스파이크 단백질 중 특정 부위들에 달라붙어 무력화시킬 수 있는 중화항체들을 뽑아내 모은 일종의 보물 보따리인 셈이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영국발, 남아공발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렉키로나의 억제력 '세포실험'을 진행한 결과, 렉키로나는 영국발 변이주엔 효과를 보였지만 남아공발 변이에는 맥을 못추었다. 대신 셀트리온이 보유한 38개 중화항체 중 32번 항체가 남아공 변이주에 특효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16일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장(전무)은 <뉴스1>과 전화 인터뷰에서 "곧 렉키로나와 32번 항체를 남아공 변이주 감염 실험동물에 주입해 실제 중화능 차이가 (세포실험 결과와) 동일하게 내오는지 확인 한 뒤 임상시험도 바로 진행할 것"이라며 "32번 항체는 이 과정에서도 치료 효과를 보일 것으로 관측한다"고 기대했다.
권 본부장은 "셀트리온은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을 미리 예상했다"며 "우리가 마련해 놓은 '항체 풀'이 있기 때문에 다른 변이가 생겨도 언제든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렉키로나와 32번 항체를 조합한 이른바 '칵테일' 요법으로 남아공 변이주 억제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실험용 동물 입고를 마친 상태다. 동시에 질병청으로부터 남아공 변이주 분양 절차를 밟고 있다. 이후 동물실험과 임상1~2상까지 마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임상3상은 현재 진행 중인 렉키로나 3상으로 갈음(가교 임상)해 생략될 가능성이 있지만, 새 치료법의 임상2상이 먼저 종료될 경우엔 조건부로 우선 허가신청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셀트리온이 이번 연구개발에 뛰어든 까닭은 남아공 변이주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현존하는 변이 바이러스 중 심각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영국 변이주에 비해 전 세계 확산 속도가 상당히 느린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선 확진자 중 5%가 영국 변이주에 감염된 상태이고, 10일 이후 두배씩 증가해 3월말에는 영국변이가 점령할 것이란 연구까지 나온 상태다.
렉키로나는 질병청 실험 결과, 이러한 영국 변이주에 약효를 발휘했다. 다만 남아공 변이주엔 무력했다. 영국 변이주는 현재 전 세계 우점종인 'G그룹(G유전형)' 바이러스의 수많은 염기서열 중 한 부위에서 큰 변이가 발생했다. 하지만 남아공 변이주의 변이 부위는 크게 두 곳이 더 있다. 기존에 만들어 놓은 백신과 치료제의 효과를 비껴갈 수 있도록 몸뚱이를 더 변형한 셈이다.
이를테면 남아공 변이주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 중 'RBD(Receptor binding domain)'에서 'E484K(글루탐산→라이신)'과 'K417N(라이신→아스파라긴)' 등 2곳의 아미노산이 더 치환됐다. 그 밖의 다른 부위들에도 변이가 발생했다.
다행히 셀트리온의 32번 항체와 '32번 항체+렉키로나' 칵테일 요법 모두 영국과 남아공 변이주에 대한 중화능력이 확인돼 임상 계획까지 세우게 됐다.
이번 치료제 개발기간은 지난해 렉키로나때보다 더욱 단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2월말부터 렉키로나 연구개발을 시작해 12월 29일 허가신청까지 약 10개월만에 개발을 모두 마친 바 있다. 이후 허가심사를 거쳐 올 2월 5일 조건부 허가(임상3상 별도 조건)를 받았다. 당시도 보통 5~10년 걸리는 신약개발 기간을 크게 줄인 것이지만, 올해는 지난해 확보해 놓은 항체 후보물질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시간을 더욱 아낄 수 있다. 이미 세포실험도 끝난 상태로 동물실험과 임상만 남아있다.
권 본부장은 "작년에는 렉키로나 개발을 최우선적으로 진행해 밤샘 작업도 많았고, 임상 피험자 모집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면서 "올해도 마찬가지의 상황이지만 그래도 한 번 경험해봤기 때문에 맷집이 생겼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권기성 본부장은 "최근 변이주를 진단할 수 있는 PCR 진단키트 기술도 발전했다"며 "이를 적극 활용해 다른 변이주가 발생하더라도 우리의 플랫폼에서 적합한 항체를 선별해 신속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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