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투헬(왼쪽) 첼시 감독과 샘 앨러다이스 WBA 감독. 한달여 간격을 두고 새 팀에 부임한 두 감독의 분위기가 극명히 엇갈린다. /사진=로이터
시즌 도중 감독 교체는 프로축구단 입장에서 최후의 수로 통한다. 성적이 나쁘면 가장 쉽게 눈길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이지만 동시에 선수단 구성이나 운영 방식을 시즌 도중에 통째로 갈아엎어야 하는 위험부담도 안고 있다.
24라운드까지 진행된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현재까지 첼시와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WBA) 단 2개 팀이 시즌 도중 감독실 명패를 바꿨다. 감독 교체 이후 1~2개월이 지난 가운데 공교롭게도 두팀의 분위기는 극명히 갈린다. 한팀은 부진을 털고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반면 다른 한팀은 오히려 리그에서 최악의 지표로 추락하며 강등권 탈출이 요원해졌다.

리그 4연승에 선수들 부활까지… '투헬 매직' 빠진 첼시

토마스 투헬(왼쪽) 첼시 감독이 16일(한국시간)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첼시는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선발 출전한 티모 베르너와 전반전 교체 투입된 올리비에 지루가 각각 한골씩 터트려 팀 승리에 일조했다.
감독 교체 이후 완연한 상승세로 돌아선 첼시다. 앞서 첼시는 지난달 리그 순위가 9위까지 밀려나자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프랭크 램파드 감독을 경질했다. 현역 시절 구단에서 600경기 이상 출전한 레전드이자 지난 시즌 악조건 속에서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시킨 인물도 일시적인 성적 하락 앞에서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램파드 감독의 후임으로는 지난해 12월까지 파리 생제르맹을 이끌었던 토마스 투헬이 도착했다. 투헬 감독의 부임을 두고 현지에서는 기대와 더불어 우려의 시선이 교차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파리를 이끌며 일련의 성적을 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그동안 거친 구단마다 선수, 운영진과 잡음을 냈던 건 비판점으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운영진의 입김이 거센 첼시였기에 단기간에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자리를 오래 보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투헬은 단 5번의 리그 경기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부임 바로 이튿날 치른 울버햄튼 원더러스전을 0-0으로 마친 투헬의 첼시는 이어진 리그 4경기를 모조리 잡아냈다. 5경기 동안 득점은 7골을 넣으면서 실점은 단 1골에 그치는 효율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그 사이 9위였던 순위도 다시금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로 끌어올렸다.


투헬 체제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단순한 성적에만 있지 않다. 램파드 감독 체제에서 다소 뒤로 밀리거나 부진했던 선수들이 회생 가능성을 보였다.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 수비수 마르코스 알론소, 미드필더 카이 하베르츠와 공격수 티모 베르너 등이 모두 한결 나아진 경기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천덕꾸러기'가 된 케파는 최근 첼시가 치른 공식전 2경기에 선발 출전해 모두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베르너는 1000분만에 리그 득점을 신고했다. 이번주 돌입하는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다면 투헬의 입지는 보다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경기 수 적은데 실점은 더 늘어… 앨러다이스 커리어 첫 강등 직면?

샘 앨러다이스(오른쪽) WBA 감독이 지난달 열린 울버햄튼 원더러스와의 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첼시가 순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모습을 WBA는 순위표 최하단에서 그저 부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첼시보다도 먼저 감독을 바꾸는 결단을 내렸지만 경기력은 오히려 최악의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 2위로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 WBA는 돌아온 첫 시즌 초반부터 '윗공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초반 10경기에서 단 1승(3무6패)에 그치며 이미 강등권에 내려앉았다. 셰필드 유나이티드가 워낙 저조한 성적으로 꾸준히 꼴찌 자리를 지킨 탓에 최하위 추락은 피했지만 결코 강등권 탈출 전망이 밝지는 않았다.

강등 위협에 직면한 WBA 운영진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WBA는 첼시보다 한달여 앞선 지난해 12월 중순 슬라벤 빌리치 감독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샘 앨러다이스 감독을 선임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지도자 앨러다이스 감독은 단 한번도 자신이 맡은 팀을 강등시키지 않은 '특급 소방수'로 특히 명성이 높다.

하지만 앨러다이스 체제로 2개월째에 접어든 현재, WBA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빌리치 감독이 경질되던 시점인 13라운드까지만 해도 WBA는 1승4무8패 승점 7점을 거둔 상태였다. 총 10골을 넣고 26골을 실점해 득실차는 -16이었다.

11경기를 더 치른 현재, WBA의 성적은 2승7무15패 승점 13점에 그친다. 2개월 동안 기록한 성적은 1승3무7패. 빌리치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성적이다. 와중에 득점은 단 9골 추가한 반면 실점은 무려 29골이나 먹었다. 빌리치 감독보다 적은 경기를 치렀음에도 더 많은 실점이 몰린 것이다.

이 때문에 WBA의 득실차는 -36(득점 19골, 실점 55골)까지 뚝 떨어졌다. 실점의 경우 최하위 셰필드(40실점)보다도 무려 15골이나 더 많은 리그 최다기록이다.

WBA의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강등 마지노선인 17위 뉴캐슬(승점 25점)은 고사하고 똑같이 강등권인 18위 풀럼(승점 18점)과도 두경기 가까운 차이가 난다. 승수는 단 2승으로 꼴찌 셰필드(3승)보다도 적다. 심지어 그 셰필드에게마저 이달 초 1-2로 패하며 팀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는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강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지난 14일 1-1 무승부를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앨러다이스 감독의 경력에 흠집이 나지 않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 극단적인 반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