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동학개미’(개인투자자)는 난리가 났다. 지난달 게시된 청와대 국민게시판 글에서 청원자는 “요즘 주식투자가 대중화되며 개미도 공부를 많이 해서 멍청하지 않다. 국민연금은 아직도 개미가 ‘순딩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건 엄청난 착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투자자정의연합회(한투연)의 비판 강도는 더 셌다. 한투연은 지난 4일 전북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며 “국민연금은 주식 투매의 총알받이로 국민을 이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의 기록적인 순매도가 나온 배경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있다.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는 16.8%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국내주식 가치는 176조6960억원으로 비중이 21.2%에 달했다. 올해 목표치보다 4.4%포인트를 초과했다.
국민연금이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기 시작한 첫날(2020년 12월24일) 코스피지수는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2800을 넘어섰다. 이후 코스피는 ‘3000 시대’를 열며 순항 중이다. 국내 주가가 오르자 국민연금이 주식 비중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무려 45거래일이나 순매도를 계속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국민연금 자산비중 목표치 설정의 유연성이다. 연기금은 수익성·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5년 단위로 중기자산배분 계획을 짠다. 올해 국내 주식투자 비중 목표치 16.8%는 2018년 결정한 5개년 중기 자산배분 계획에 따른 과정이다. 자산비중 목표치 자체가 지난 10여년 간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물던 시기에 수립된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뜨거워진 증시를 감안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현재 증시는 수십조원의 자금을 투입한 개미와 연관돼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3000을 넘어서며 뜨거워진 증시에 지속적으로 찬물을 붓는 국민연금의 매도 행위가 달가울 리 없다. 만약 개미가 연기금이 쏟아낸 물량을 사들이지 않았더라면 국내 증시 하락 폭이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
올해 국민연금이 전체 금융자산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16.8%에 맞추려면 23조7000억원 가량을 추가 매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분간 순매도 행진이 지속된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 낸 돈을 굴려 향후 연금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해 존재한다. 당연하게도 국민연금은 엄청난 돈을 굴리며 ‘큰 손’으로 군림한다. 국민에게 은퇴 시 연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갖춘다면 순매도일이 45거래일이든 450거래일이든 비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원칙에 있는 수익성 및 공공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최근의 ‘매도 폭탄’이 공공성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례가 없는 특수한 증시 상황인 만큼 국민연금의 자금운용에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국민의 돈을 굴리는 ‘국민의 연금’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