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가 한국 영화 시장에서도 쑥쑥 자라나고 있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한파로 뒤덮인 극장가에 훈풍을 몰고 왔다.
지난 토요일 저녁시간대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미나리’ 상영관이 두 차례 매진됐다. 같은날 영등포 대형쇼핑몰 내 영화관에서도 오전부터 ‘미나리’를 관람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를 찾은 한 30대 관람객은 “영화 ‘반도’ 이후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 윤여정 배우가 이 영화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극장에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토요일에만 총 22만2782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는데 일일 관객 수가 20만명을 넘은 것은 영화 ‘도굴’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흥행했던 지난해 11월15일(21만6000명) 이후 111일만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각각 1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살아있다’나 300만명을 돌파한 영화 ‘반도’처럼 공격적인 속도는 아니더라도 ‘미나리’가 꾸준한 흥행 기록을 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카데미 청신호… 극장가도 숨통 트나
‘미나리’가 극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란 전망은 일찌감치 나왔다. 각종 해외 영화제를 휩쓸고 있어서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기점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까지 석권하며 전 세계 85관왕에 올랐다. 골든 글로브는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만큼 영화 ‘기생충’을 잇는 또 다른 글로벌 대작이 나오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영화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담았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은 담담한 시각으로 가족의 현실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배우 윤여정, 한예리 등 쟁쟁한 한국 배우부터 지명도 높은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이 열연해 제작부터 주목됐다.
85관왕의 기염을 토하는 동안 영화와 감독, 배우들의 열연이 매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이다.
실제로 상영관 내에서 물을 제외한 음식물 취식이 금지돼 매점 이용객은 음료 구매만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상영관 입장 전 QR코드 인증과 다인용 동시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 측정도 거치도록 했다.
일부 영화관은 아예 매점을 닫기도 했다.
지난 7일 강남구의 한 극장을 찾은 20대 관람객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음식물 먹는 것 자체를 막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더니 주말에도 매점 운영을 안하더라. 대신 일회용 손소독티슈를 배치해놨는데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잠실에 위치한 대형쇼핑몰 관계자는 “미나리 개봉일이었던 지난 3일과 이번 주말엔 영화관 관객이 크게 늘었다. 밀집도가 높아지는 만큼 영화관 내 카페 테이블부터 엘리베이터까지 방역에 더욱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극장가의 달아오른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300~400명대를 오가며 확산세가 꺽이지 않고 있어서다.
질병관리청 중앙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46명이다. 해외에서 호평 받고 국내에 상륙한 영화 ‘미나리’의 흥행세가 코로나19 확산세 마저 꺾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