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그래픽=김은옥 기자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한진칼의 상황이 복잡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필두로 KCGI와 반도건설 등 3자연합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별도의 주주제안을 내지 않았음에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모습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대주주이자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 내 성별 다양화, ESG경영위원회 설치, 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이변이 없다면 이번 정기 주총에서 산은이 제시한 해당 안건들이 무난히 통과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조원태 회장 측과 3자연합 모두 거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ESG 경영위원회 설치를 제외하고는 이미 자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왔지만 지난해 2월부터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했으며 현 의장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맡고 있다.


3자연합도 이번 산은의 정관변경안이 그동안 자신들이 줄곧 외쳐왔던 안건인 만큼 반대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산은의 이같은 주주제안은 '제도화'에 목적을 두면서 사실상 조원태 회장에 대한 경고성 제안으로 평가한다. 산은은 조원태 회장과 3자연합 그 어느쪽에도 우호적이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선 산은에 굳이 밉보일 필요가 없다.


조 회장과 3자연합의 지분 구도는 산은의 유상증자 이후 달라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10일 기준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은 36.66%다. 반면 3자연합의 지분율은 40.41%로 조원태 회장 측보다 약 3.75% 높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10.66%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 결정적인 역할이 가능해서다.

그동안 우위를 점하지 못한 조원태 회장측과 3자연합의 표대결이 산은의 움직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이번 산은의 투자로 정부가 대한항공의 경영권에 직접적인 개입이 가능해졌다"며 "오히려 그동안 탈이 많았지만 이제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산은의 개입으로 그동안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돌아갔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꾀하고 있던 산은과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라는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3자연합이 올해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하지않은 배경을 두고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렸다고 해석한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산은의 상황은 흔히 고스톱에서 마지막 화투짝 2장이 각각 다른 두 사람에게 점수를 나게 하는 화투짝일 때 발생되는 '쇼당'과 같은 입장"이라며 "이사회 구성이 어느쪽 인사가 배정되느냐가 이번 정기주총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