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배터리 연구원들이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업계가 미국과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공장 증설을 검토하면서 '배터리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심 전기차 시장에 공장을 세워 주요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미리 생산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에 4680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680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 46밀리미터(㎜), 높이 80㎜의 규격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름 21㎜, 높이70㎜의 2170 원통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5배, 출력이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에너지 대비 밀도 5배, 출력 6배 이상의 신규 폼팩터 제품 개발로 입지를 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테슬라의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미국 테네시주에 전기차 배터리 셀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양사는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23억달러(약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총 3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테네시 공장의 규모는 오하이오주 공장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올해 상반기 내에 구체적인 공장 위치와 투자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경쟁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21.5GWh 규모의 배터리 1·2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1공장은 중대형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 제품은 독일 폭스바겐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ID4'에 들어간다. 2공장은 미국 포드 전기트럭에 적용하는 NCM구반반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1공장은 내년 초, 2공장은 2023년 가동이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1·2공장 가동 등을 통해 2025년까지 배터리 연간 생산능력을 연간 19.7GWh 수준에서 1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공장 운영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전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22개를 침해했다며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해 10년간 제한적으로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만약 미국 대통령이 ITC의 최종 결정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면 공장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미국에 집중하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 달리 삼성SDI는 유럽, 중국에만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한 상태다. 미국에는 제작된 셀을 조립하는 배터리 팩 공장만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도 헝가리 법인 증설에 나선다. 투자액은 9420억원이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30GWh에서 40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연내 중국 톈진공장 증설도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 톈진에 원통형 배터리, 스마트폰 파우치형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1·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업계는 인건비와 물류비, 해외완성차업체와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미국, 유럽, 중국 등 3국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3국 공장 중심으로 시장을 대응하는 한편 신규 거점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