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류영준 핀테크산업협회장, 류재수 금융경제원 상무이사./사진=뉴스1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다음주부터 국회에서 본격 논의된다. 전금법을 둘러싸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데다 카드사와 핀테크업체들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풀어야 할 쟁점이 산더미다.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금법 개정안은 다음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다. 정무위 내부에서도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한은과 금융위 간의 갈등, 핀테크 특혜 논란 등과 관련해 이견이 있어 해당 개정안이 정무위를 통과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 vs 금융위 합의점 찾을 수 있을까

우선 한은과 금융위 간의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양 기관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거센 논쟁을 벌였다. 이 총재가 해당 개정안을 ‘빅브라더(사회통제권력)법’이라고 비판하자 은 위원장은 “지나치게 과장했다”며 “이는 오해로 화가 난다”고 맞섰다.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핀테크 관리를 위해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위가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한은이 개정안 발의 전부터 반발한 대목이다.


한은은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하는 곳은 한은이 관리·감독하는 금융결제원이 유일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중앙은행 역할인 지급결제 업무에 금융위가 과도하게 관여한다는 비판이다.

또 개정안이 통과되면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들은 고객의 모든 전자지급거래 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고 금융위는 별다른 제한 없이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한은은 “금융위가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이유로 핀테크 거래정보 수집하겠다는 것은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해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중국 정부도 핀테크 업체의 내부거래를 들여다보지 않고 있고 세계 어느 정부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금융노조, 금융정의연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카드사 “신사업 명목으로 특혜 과도하다” vs 핀테크 “동일 비교 억울하다”

개정안에는 간편결제 업체에 소액 후불 결제 기능도 허용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1인당 후불 결제 한도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수준인 30만원으로 정해졌다. 실제로 네이버파이낸셜은 다음달부터 월 30만원 한도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선보인다. 금융위는 이를  혁심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일정 기간 규제 특례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간편결제 플랫폼을 통한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가 허용되는 첫 사례로 꼽힌다.

핀테크업체들은 소액 후불결제사업도 허용된 만큼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사가 할 수 있는 신용카드업을 라이선스 없이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주도한 규제들로 카드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핀테크 업체들은 신산업이라는 명목으로 과도한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홍배 금산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감시·감독도 제대로 되지 않는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허용이 제2의 카드대란, 제2의 사모펀드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창근 금산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소액 후불결제는 은행의 여신기능과 매우 유사하다”며 “개정안은 리스크가 커 금융소비자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핀테크업체들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적용 대상이 돼야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핀테크 업계는 간편결제 사업자와 신용카드 사업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간편결제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카드론, 리볼빙 등 다양한 여신 거래를 할 수 있지만 간편결제는 이러한 여신 거래를 할 수 없을뿐더러 연회비도 받지 않는다”며 “또한 후불결제를 하더라도 이자 수익을 낼 수 없어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핀테크 발전의 싹을 자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