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먹는 거야?
메타버스는 초월·추상의 의미를 지닌 접두어 ‘메타’(meta)가 세계를 뜻하는 단어 ‘유니버스’(universe)에 접목된 합성어다. 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현실에서는 피자 배달부지만 가상공간을 넘나들며 해킹과 검술로 음모를 파헤치는 한국계 혼혈 주인공이 나온다. 자주 쓰이는 ‘아바타’ 개념도 이 작품에서 비롯됐다.미국 기술연구단체 미래가속화연구재단(ASF)이 2007년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증강현실(AR) ▲라이프 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 네 가지 범주로 정의된다. 디지털 기술로 일상을 온라인상에 기록하거나(라이프 로깅) 현실을 반영·복제한 가상의 지도·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새로울 게 없다.
글로벌 3D·게임 개발 플랫폼 기업 유니티의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전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개념·기술이 조합된 영역”이라며 “우리는 메타버스 키워드가 각광받기 전부터 그 속에서 지내왔다. 요즘에는 이를 3D로 더욱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구현한 것을 일컫는다”고 밝혔다.
김성광 한국VR·AR콘텐츠진흥협회(KOVACA) 사무총장은 “기존에는 가상현실(VR)이라는 단어가 일반적·포괄적으로 쓰였다면 이제는 기술 발전에 따라 VR은 기술 자체를, 메타버스는 인터페이스 측면을 정의하게 되면서 용어의 차이가 생겼다”며 “메타버스는 미래 기술·개념이 아니라 지금의 소셜미디어(SNS)가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광 한국VR·AR콘텐츠진흥협회(KOVACA) 사무총장은 “기존에는 가상현실(VR)이라는 단어가 일반적·포괄적으로 쓰였다면 이제는 기술 발전에 따라 VR은 기술 자체를, 메타버스는 인터페이스 측면을 정의하게 되면서 용어의 차이가 생겼다”며 “메타버스는 미래 기술·개념이 아니라 지금의 소셜미디어(SNS)가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개념원리가 필요해
메타버스가 재조명받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서 찾을 수 있다. 여행과 모임이 제한되고 재택근무·원격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소통(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인터랙션)을 이룰 공간에 대한 요구가 강해졌다.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도 메타버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아직 없다. 시장과 언론에서는 기존 VR·AR과 혼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업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조금씩 주장이 다르다.
지난해 12월 출판된 책 ‘메타버스’의 저자이자 관련 증권사 리포트 다수를 감수한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 교수는 “아바타로 살아갈 수 있는 디지털화한 세상”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VR 중에도 메타버스화한 게 있고 아닌 게 있다”며 “좀비물 VR 게임의 경우 눈앞에 3D 가상세계가 펼쳐진다고 해서 좀비와 살 것은 아니잖나. 그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경험을 줘야 메타버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주장하는 메타버스의 특징은 경제활동이다. 이 점에서 현실의 물리적 대상을 가상세계에 복제해 실험·예측 등에 활용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도 구분된다.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등 기존 게임 콘텐츠의 경우 이런 속성을 가졌지만 제한적이다. 게임 내 재화 거래가 일어나지만 현실 수익성과 무관하거나 유관하더라도 별도 플랫폼 또는 음성적인 경로를 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인류 문명과 야생 동물 사회의 주요 차이점 중 하나가 경제활동”이라며 “기존 MMORPG는 현실 경제활동을 모방할 뿐 소비자의 창작·판매 욕구를 충족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트윈으로 마련된 공간에서 사람들 사이에 활동이 일어난다면 메타버스가 되는 것”이라며 “시각적인 환경은 부차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든 사용자가 그 안에서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으면 된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인류 문명과 야생 동물 사회의 주요 차이점 중 하나가 경제활동”이라며 “기존 MMORPG는 현실 경제활동을 모방할 뿐 소비자의 창작·판매 욕구를 충족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트윈으로 마련된 공간에서 사람들 사이에 활동이 일어난다면 메타버스가 되는 것”이라며 “시각적인 환경은 부차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든 사용자가 그 안에서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으면 된다”고 부연했다.
미국 로블록스? 한국엔 ‘제페토’
이런 관점에서 로블록스는 메타버스에 부합한다. ‘세컨드라이프’나 ‘마인크래프트’ 등 비슷한 서비스가 먼저 존재했지만 ‘로블록스’는 저작도구 기반으로 콘텐츠 순환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난다. 자체 화폐인 로벅스(Robux)는 게임을 플레이해 얻을 수 있고 타인이 제작한 콘텐츠 이용에 소비할 수 있다. 개발자 환전(DevEx) 프로그램을 통해 현실 달러로 환전도 가능하다.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로블록스는 메타버스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메타버스 안에서 이용자가 상호작용·창작·경제활동 등을 할 수 있다”며 “외부와 교류가 자유롭지 않은 코로나19 시대에 높은 자유도와 다양성을 바탕으로 타인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네이트제트의 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다. 네이버 카메라 앱 ‘스노우’의 기능 중 하나였다가 2018년 별도 서비스로 출시됐다. 얼굴인식과 AR 기술 기반으로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이용자와 교류하면서 여러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가상공간을 제공한다.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는 2억명(해외 90%)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빅히트(70억원)·JYP(50억원)·YG(50억원) 등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사의 투자도 받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제페토 내부 생성 콘텐츠는 5000여개, 이용자인 크리에이터가 직접 생성한 콘텐츠는 50만개 이상이다. 건강한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라며 “디즈니와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부터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과도 협업 중이다. 기업 규모나 브랜드 인지도를 떠나 다양한 협업 성공사례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제페토 내부 생성 콘텐츠는 5000여개, 이용자인 크리에이터가 직접 생성한 콘텐츠는 50만개 이상이다. 건강한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라며 “디즈니와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부터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과도 협업 중이다. 기업 규모나 브랜드 인지도를 떠나 다양한 협업 성공사례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ICT업계에서도 메타버스 시장 공략을 준비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자사 ‘점프VR’ 플랫폼을 통해 소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버추얼 밋업’을 선보였다. 가상공간에 최대 120명까지 동시 접속해 자신의 아바타로 콘퍼런스와 공연 등 다양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다. 올해 순천향대학교 신입생 입학식은 이곳에서 진행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앞으로 혼합현실(MR) 기술은 게임과 같이 혼자 즐기는 범위를 넘어 소셜 기능이 가미된 플랫폼 기반으로 더욱 각광받으며 미래 콘텐츠 발전을 이끌어갈 전망”이라며 “SK텔레콤 역시 ‘버추얼 밋업’ 중심으로 소셜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접목된 플랫폼 활성화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앞으로 혼합현실(MR) 기술은 게임과 같이 혼자 즐기는 범위를 넘어 소셜 기능이 가미된 플랫폼 기반으로 더욱 각광받으며 미래 콘텐츠 발전을 이끌어갈 전망”이라며 “SK텔레콤 역시 ‘버추얼 밋업’ 중심으로 소셜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접목된 플랫폼 활성화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세는 메타버스, 흐름에 올라타라
업계에서는 메타버스가 일시적인 붐이 아니며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바라본다. 메타버스의 정착에는 기술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사회적·문화적 기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 IT기기에 친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출생) 및 알파세대(2010년대 이후 출생)의 부상도 앞날을 밝게 한다. 미국 16세 미만 어린이·청소년 중 약 55%가 로블록스에 가입돼있으며 제페토도 10대 이용자 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한다.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곳은 마케팅과 고객경험(CX) 관련 분야다. 현실에서 구축이 어려운 수준의 체험형 매장을 가상공간에 꾸며 고객에게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고객이 궁금해하는 핵심부품을 상세히 보여주거나 충돌 실험 등을 가상으로 겪어보는 장을 마련할 수도 있다. 게임사의 경우 오랫동안 확률형 아이템에 묶였던 수익모델을 다변화할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김성광 KOVACA 사무총장은 “메타버스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처럼 획일화되지 않고 ‘게임 비즈니스 속 SNS·관광·쇼핑’이나 ‘SNS 비즈니스 속 게임·쇼핑·공연’ 등으로 복합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국경과 산업 범위를 초월하는 서비스 특성상 법·제도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광 KOVACA 사무총장은 “메타버스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처럼 획일화되지 않고 ‘게임 비즈니스 속 SNS·관광·쇼핑’이나 ‘SNS 비즈니스 속 게임·쇼핑·공연’ 등으로 복합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국경과 산업 범위를 초월하는 서비스 특성상 법·제도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우려는 개인정보보호와 디지털 격차(디지털 디바이드)를 꼽을 수 있다. 메타버스가 현실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정보보안 관련 필요성과 요구사항은 더욱 증대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게임이나 가상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본격적인 메타버스가 기존 IT 제품·서비스 이상으로 높은 벽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가 대세라면 더 늦기 전에 이 ‘네버랜드’에 발을 들일 필요가 있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과연 MZ세대나 그 이후에만 초점을 맞추느냐에 대해선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가 주로 활동하는 세상을 그 부모가 전혀 모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메타버스는 앞으로 경험경제를 넘어 실감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바라봐야 한다. 정부도 메타버스 관련해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과연 MZ세대나 그 이후에만 초점을 맞추느냐에 대해선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가 주로 활동하는 세상을 그 부모가 전혀 모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메타버스는 앞으로 경험경제를 넘어 실감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바라봐야 한다. 정부도 메타버스 관련해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