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 중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분이 바뀌었다고 해서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정씨는 2019년 1월 중앙선 전동차 안에서 피해자 A씨의 몸을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정씨가 왼손으로 추행했다고 진술했으나 1심 법정에서는 왼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추행했다고 번복했다.

1심은 "A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정씨도 일부 접촉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한 점, A씨가 수사기관에서 범행 장면을 재연했고 임신 상태로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추행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정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는 추행 당시 코트가 다 열려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당시 CCTV 영상에 의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사실과 배치되며 피고인이 왼손으로 추행했다고 하다가 오른손으로 추행했다고 번복했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했다.


또 "피해자는 사람이 많은 전동차에서 피고인에게 소리를 지르며 추행사실을 항의하고 홀로 피고인을 전동차 밖으로 끌어내린 뒤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인데 추행 행위에 대해 일정 시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참았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반대로 피고인은 피해자의 진술 외에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다소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을 솔직히 진술해 그 주장을 믿을 만하다"며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더듬었다는 취지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경찰 조사 당시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이이어서 경황이 없었고 흥분한 상태였다는 피해자의 진술 번복 동기와 경위를 납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CCTV 영상은 전동차 안의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전동차를 타기 전 계단 및 승강장에서의 영상과 전동차에서 내린 이후 이동하는 뒷모습 영상 등에 불과해 피해자가 전동차 안에서 코트 단추를 풀었다는 진술과 객관적으로 배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이 피해자가 항의하고 신고한 행위로 피해자의 성격을 속단했는데 이는 성범죄 피해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에 부족하거나 양립 가능한 사정, 혹은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수적 사항만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 그 증명력을 배척한 원심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2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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