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쿠팡 뉴욕증시 상장 이후 마켓컬리, 야놀자 등 한국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기업들이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과 관련해 국내 상장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손 이사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혁신 기업들이 국내 증시 상장에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상장요건 등을 완화하고 심사 과정에서 차세대 성장기업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상장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쿠팡의 미국 뉴욕거래소 상장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쿠팡이 국내가 아닌 미국 상장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차등의결권' 문제 때문이었다. 해외에서는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할 수 있어 소유주(오너)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상법, 거래소 상장 규정 모두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미국에 상장한 직후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달하는 등 '상장 대박'을 터트리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던 비상장 기업들 역시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손 이사장은 "쿠팡이 국내 증시가 아닌 미국 증시 상장을 택한 것은 오너의 지분희석 문제, 대주주가 외국계 펀드인 점, 본사도 외국에 있는 부분 등 기업의 개별적인 상황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며 "국내 기업이 해외 상장을 추진할 경우 기업들의 상장 유지 비용, 회계·법률 자문 비용, 소송 리스크 부담도 큰 측면이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거래소는 혁신 기업들을 국내 증시로 유인하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시장의 문턱을 낮췄다.
기존에는 코스피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시가총액 6000억원과 자기자본 2000억원의 요건을 충족해야 했지만 이를 시가총액 5000억원과 자기자본 1500억원으로 완화했다. 또 시가총액 1조원이 넘으면 그것만으로도 상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요건을 신설했다.
여기에 유니콘기업,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등 차세대 성장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성장성 중심의 상장제도를 마련하고 질적심사에 다양한 기술평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 심사 과정을 개선할 계획이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운영하는 코스닥시장의 경우 시장평가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현재 복수의 전문기관을 통해 기술평가를 받아야 상장이 가능한데 이를 완화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또 성장형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기업성장투자기구(BDC) 상장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BDC는 다수의 비상장 기업에 필요한 자금과 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투자 기구다.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거래소에 상장한 뒤 총재산의 60% 이상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집합투자기구다. 비상장기업 또는 코넥스 상장기업, 코스닥 상장기업(시총 2000억원 이하), 중소·벤처기업 관련 조합지분(구주) 등에 60% 이상을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설립해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거래소는 BDC를 통해 비상장 혁신기업에 안정적인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투자자에게는 높은 투자 기회와 투자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