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검찰에서 성폭력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학교에서 받은 징계처분까지 취소되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양모씨가 서울대학교를 상대로 낸 정학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며 "징계사유인 성희롱·성폭력 관련 형사재판에서 성희롱·성폭력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민사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양씨가 피해자를 데리고 모텔에 가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점과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양씨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볼때, 비록 양씨의 성폭력 혐의에 대한 검찰의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이 양씨의 행위가 서울대 인권센터 규정에 정해진 '성희롱'에 해당하므로 양씨의 학생 징계 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학원생인 양씨는 2018년 6월 같은 운동부 소속인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추행했다는 사실 등으로 학교 인권센터에 신고당했다.


인권센터는 조사를 실시한 후 양씨의 행위가 성희롱 내지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정학 12개월에 처할 것을 요구하는 결정을 했고 총장에게 이를 통보했다.

총장으로부터 징계권을 위임받은 사범대학장은 2019년 3월 양씨에게 정학 9개월 처분을 통지했고, 양씨는 총장에게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피해자는 양씨를 형사고소했는데, 검찰은 피해자가 모텔에서 약 5시간 수면한 후 화장실에서 세수를 할 정도라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어느정도 깰 수 있는 상태로 보이므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며 "양씨는 피해자의 묵시적인 동의하에 신체접촉행위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는 당시 매우 취해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설령 자의에 의해 모텔에 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성적인 행위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면서 "검찰의 무혐의 처분만으로 징계사유가 없어진다고 할 수 없고,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에서 5시간 정도 잠이 들었다가 깨서 양치를 했다고 해서 곧바로 주취상태에서 벗어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 "양씨는 모텔에 갔다와서 자신이 피해자에게 사귀자고 하지 않자 화가 나서 고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피해자에게는 당시 남자친구가 있었고 이 사건 때문에 자해를 하기도 하고 외국에 나가 있기도 했는 바, 단순히 양씨가 사귀자고 하지 않아 화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에 소문이 퍼지고 운동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진술로 양씨를 음해하고 여러차례 자해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봐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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