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서울·경기지역 피해자협의회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2차 소송도 준비할 방침이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집행위원장 대표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생겼지만 관련 법안이 생기고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으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현재까지도 많은 피해자들은 생을 마감했고 남은 피해자들도 어렵게 살고 있어 조사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피해자는 소송을 준비하면서 진술서를 쓴 이후로 악몽을 꾸고 이유 없이 화나고 불안해서 손이 떨린다고 말했다”며 “전형적인 공황장애 증상이다. 기억을 떠올리는 것 자체로도 지옥을 되살리며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이번 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이 인정돼 다른 피해자들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며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권력이 부랑자 단속을 명분으로 무고한 시민을 강제로 수용하고 무자비하게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부산 북구에 위치했던 형제복지원은 1975~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장애인, 고아 등 3000여명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강제노역과 학대를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복지원 운영 기간 51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형제복지원 원장이었던 고 박인근씨는 부랑인들을 울주작업장에서 강제노역에 종사시킨 혐의(특수감금)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수용이 정부 훈령에 따른 것이므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와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박씨에 대한 당시 대법원 판결에 관해 비상상고를 권고했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2018년 11월 비상상고 신청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비상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은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를 비상상고의 이유로 정하고 있다”며 “법령 적용 과정에서 전제 사실을 오인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