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국내 배터리업계와 미국 완성차업계 간 합종연횡이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사를 설립한 데 이어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손을 잡았다.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배터리 점유율 1위인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의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사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완성차업체는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오는 2025년부터 미국에서 연간 약 60GWh(기가와트시)의 전기차 배터리, 셀, 모듈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LG·GM 이어 SK·포드 '배터리셀' 합작투자
이는 약 100kwh(키로와트시) 용량 배터리가 필요한 전기 픽업 트럭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합작법인명은 '블루오벌SK'로 포드의 파란색 타원형 엠블럼인 블루오벌과 SK이노베이션의 SK를 합친 것이다. 생산공장 위치는 미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1·2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조지아주와 포드 생산기지가 있는 미시간주, 미주리주, 오하이오주, 일리노이주 등이 후보지로 떠오른다. 합작법인의 지분구조에 대해서는 논의하고 있다.
양사는 향후 약 6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투자와 현재 건설하고 있는 조지아주 공장에 투자된 3조원 등 총 9조원 외에도 시장 상황을 고려하며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과 미국 완성차업체와의 협력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많다. 바이든 정부는 관용차나 스쿨버스 등을 전기차로 바꾸고 역내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관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中 배터리 견제' 의지 담긴 듯
이 가운데 배터리 기업 선택지는 많지 않다. 현재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셀 공장을 확보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일본 파나소닉 등에 그친다. 중국 배터리사도 배터리셀 공장을 지을 역량은 갖고 있지만 언제든 미·중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지 진출이 요원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중국 견제'에서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배터리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포드의 전기차 공장을 찾아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라며 "그들(중국)이 전기차시장에서 이기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 기준 국내 배터리3사의 합산 점유율은 30.9%로 중국의 41%에 밀렸다. 업체별 1위 자리에도 중국 CATL이 올랐다. 중국 시장을 뺀 점유율에서 국내 배터리 순위는 올라간다. 올 1분기 중국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31.3%의 점유율로 파나소닉을 밀어내고 1위를 나타냈다. 삼성SDI는 10%의 점유율로 3위를 유지하며 CATL(9.9%)을 앞섰다. SK이노베이션은 9.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5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터리사와 완성차업체 간 합종연횡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2025년 1257GWh이지만 공급은 1097GWh에 그친다. 배터리 수요가 처음으로 공급을 초과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스를 설립하고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35GWh 규모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미래형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스웨덴 노스볼트와 폭스바겐그룹은 합작사 '노스볼트츠바이'를 만들고 독일에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