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찬 기자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광물값이 상향곡선을 그린 데 이어 철광석과 구리 등 제조업에 필수적인 자원마저 연일 브레이크 없는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원자재 가격의 완만한 상승은 경기회복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지만 지나친 상승은 제조업체 원가 부담을 늘려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주요 광물 가격 줄줄이 상승세

주요 광물가격 추이.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코미스) 광물 가격 정보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리튬 가격은 지난해 연간 평균 1㎏당 37.3위안(약 6500원)에서 5월14일 기준 82위안(약 1만4400원)으로 133.2%나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니켈 가격 역시 톤당 1만3789.31달러(약 1565만원)에서 1만7404달러(약 1976만원)로 26.2% 늘었다.

리튬과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인 ‘리튬이온 이차전지’ 필수 원재료다. 배터리 원가의 40%인 양극재의 소재로 리튬과 니켈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들 광물의 가격이 오를수록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물론 배터리업체는 통상적으로 소재 업체와 장기 계약을 맺고 이때 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수년에 걸쳐 원자재를 공급받기 때문에 현재 가격 인상이 제조원가에 곧바로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계약 갱신 시점에 가격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면 계약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별다른 영향이 없다”며 “만약 원가부담이 커지면 배터리 제조 원가가 높아지면서 전기차 가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소재 외에 철광석과 구리 가격도 올 들어 대폭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광석은 철강·조선·자동차·건설 등 주요 전방산업에 두루 사용되기 때문에 ‘산업의 쌀’로 불린다. 구리 역시 다양한 제조 분야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필수 원자재다. 특히 구리 가격 흐름은 경기 선행지표로도 활용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평균 1톤당 108.84달러(약 12만3500원)에서 지난 14일 226.46달러(약 25만6900원)으로 109.6% 폭등했다. 이 기간 구리 가격 역시 1톤당 6180.63달러(약 701만원)에서 1만212달러(1159만원)으로 급등했다.

원자재 가격의 원만한 상승은 경기회복의 신호이지만 급격한 상승은 수요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예를 들어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 철강사가 기초 철강재인 후판과 열연강판 등의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수요 업체 원가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

올해 원자재 상승세 지속될 듯

구리를 비롯한 주요 광물가격이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현재 선박 제조에 사용되는 후판 국내 유통가격은 톤당 11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후판가격이 톤당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자동차·가전의 기초소재로 쓰인 열연강판 유통가격 역시 1월 말 1톤당 78만원에서 현재 110만원대로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은 철강 사용 비중이 높지 않지만 자동차는 완성차 가격에서 원자재 비중이 30%에 달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높다”며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론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리도 마찬가지다. 구리는 기존 산업은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분야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철도와 전력망, 주택 건설 등 대다수의 인프라 구축에는 무론 전기차와 전기버스 등에도 기존 내연차 대비 2~6배 이상 많은 구리가 사용된다. 대기업은 원가와 제품가격을 연동해 리스크에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는 연·월 단위로 공급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가격 상승에 대비하기 힘들고 그에 따른 충격이 더욱 크다.

문제는 가격 상승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및 글로벌 경기회복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달러 약세 등으로 산업용 원자재 시장에 투기자금이 몰리고 있어 당분간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구리 가격 상승 흐름이 가장 강하게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규연 한화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반등 국면에 생산과 투자가 확대되며 구리 수요가 늘어나는 통상적인 사이클과 함께 각국의 친환경 정책 도입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다른 원자재 대비 구리의 가격 상승 압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구리 정광 채굴량이 가장 많은 칠레와 페루에 코로나19 확산이 더 심해지고 있어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채굴 작업이 어려운 시점”이라며 “올해 구리는 공급 대비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며 초과 수요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한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