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자급화 시기를 2022년 상반기로 잡고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오는 6월 말까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임상3상 시험 대신 이미 승인된 코로나19 백신과의 비교임상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전방위적인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막대한 임상3상 비용 해결책은 비교임상뿐?
통상 백신 등 신약의 개발엔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초기 연구와 비임상 단계를 거쳐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임상1상에서 안전성을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2상과 3상을 거치면서 약물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전 세계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백신은 예외다. 화이자는 팬데믹 선언 직후인 2020년4월 임상1·2상에 돌입한 이후 같은 해 12월 FDA 긴급승인을 획득했다. 민간기업의 우수한 기술력과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질병 발견 1년도 안 되는 시점에 세계 첫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이 탄생할 수 있었다.
미국은 화이자에 약 2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얀센(약 1조7000억원)과 모더나(약 4조6000억원) 등에도 아끼지 않았다. 영국 정부 역시 아스트라제네카(AZ)에 1조원 넘는 통 큰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반면 국내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2021년 예산 550조원인 정부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임상시험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K-백신에 지원한 자금은 2020년 490억원, 2021년 687억원이 전부다.
정부가 이미 개발된 AZ·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 등 백신 대비 나쁘진 않다는 비열등성을 입증하면 되는 ‘비교임상’ 카드를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약처는 6월 말까지 비교임상 등을 담은 백신 개발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면역대리지표(ICP) 신속 정립을 위해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ICP 정립 시 국내 개발 백신에 활용 가능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비교임상이 현실화되면 국내 사용승인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관계자는 “임상3상에는 2~3만명의 대규모 참여자 모집이 필요하고 비용도 수천억원이 소요되지만 한국 정부에 미국 정부처럼 막대한 물량 선구매를 통한 개발비용 지원이 힘들다”면서 “비교임상으로 3상이 진행된다면 참가자 수가 10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들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산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개발 당시 MSD ‘조스타박스’와 비교임상으로 임상3상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SK바사 “올 3분기 3상 진입… 내년 상반기 출시 목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5곳이다. 이들은 임상1상과 2상이나 2a(2상 초기)상을 진행하고 있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정보에 따르면 임상3상 진입 가시권에 있는 기업은 제넥신과 SK바이오사이언스 정도다.
제넥신은 DNA 백신 GX-19의 안전성·내약성·면역원성을 탐색하기 위한 1·2a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국내 210명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은 5월7일 2a 투약까지 마무리됐다. 임상3상이 임박한 제넥신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글로벌 임상 진행을 결정했다. 인도네시아 제약사 칼베파르마에 1000만회분 백신을 우선 공급하고 칼베파르마는 임상 3상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5월18일에는 한미약품과 245억원 규모의 위탁생산 계약을 맺으며 상용화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성영철 제넥신 대표는 “글로벌 수준의 생산시설과 노하우를 가진 한미약품과 함께 DNA 백신을 안정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DNA 백신 상업화 생산 성공을 위해 양사가 협력체계를 굳건히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60명을 대상으로 한 1·2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면역증강제를 포함한 SARS-CoV-2 재조합 단백질 나노입자 백신(GBP510)의 안전성·내약성·면역원성을 평가한다. 건강한 만 19~55세 성인 50명을 대상으로 임상1상(NBP2001) 시험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임상 결과 수집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두 물질을 비교평가해 임상 데이터가 우수한 파이프라인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면서 “올 3분기에 임상3상 진입,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2020년 12월4일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345명을 대상으로 1·2a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유바이로직스와 셀리드도 각각 1·2상, 1·2a상 단계가 한창이다.
백신 개발 업체는 “말뿐인 코로나19 백신 국산화 외침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며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위한 자금 지원과 정부 선구매 등 차선책도 함께 준비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