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주말 리뷰]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요동친다. 11년 전 시장을 개척했던 선두주자들이 이제 막 뛰어든 후발주자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배달의민족 위상이 전만 못하다. 그 자리를 노리는 건 막대한 자금력과 추진력을 갖춘 쿠팡이츠다. 현재 업계 투톱은 조만간 새 주인을 맞이하고 다른 새로운 주자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앞으로 배달앱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이미 현장에선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요기요’ 팔리고 ‘티몬’ 뛰어들고… 배달앱 ‘춘추전국시대’


2010년 국내에서 세계 최초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탄생했다. 당시 스타트업 스토니키즈가 만든 배달통이 그 주인공. 같은 해 배달의민족(배민)과 2년 뒤 요기요 등이 뛰어들면서 시장은 3강 구도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10년 사이 시장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 한해 음식 배달 거래액은 20조1005억원에 달한다. 구도도 재편됐다. 배달앱 시장을 열었던 배달통은 더 이상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배민과 요기요가 10년 동안 지켜온 1·2위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각 서비스의 주인이 바뀌는 데다 3위 쿠팡이츠가 격차를 좁히며 맹추격하고 있어서다. 4위 위메프오도 배달통을 제쳤고 티몬 등 후발주자 진입도 계속되고 있다. 배달앱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주인 바뀌는 배민·요기요… 1·2위 자리 내주나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 66.0% ▲요기요 17.0% ▲쿠팡이츠 13.6% ▲위메프오 0.9% 등이다. 꾸준히 3위 자리를 지키던 배달통은 지난해부터 후발주자에 밀려 각종 집계에서 제외됐다.

2위인 요기요도 자리가 위태롭다. 쿠팡이츠가 턱밑까지 추격해왔기 때문. 업계에선 쿠팡이츠의 2인자 등극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조만간 새 주인을 맞이해야 하는 요기요로선 공격적 대응에도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는 지난해 12월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 결합을 허용하되 DH가 한국법인 DHK를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려서다. DH는 결국 요기요를 버리고 배민을 택했다.

인수전은 상반기 내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DH와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최근 신세계그룹 SSG닷컴과 MBK파트너스·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퍼미라·베인캐피털 등 사모펀드를 적격인수후보로 선정했다. 후보들은 실사를 거쳐 6월 중순 본입찰에 나선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본입찰까지 완주할지는 미지수다. 인수 금액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커서다. 당초 요기요 몸값은 2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적정 가격은 1조원 아래로 거론된다. 업계 2위인 요기요의 애매한 위치와 3위 쿠팡이츠의 추격,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반드시 팔아야만 하는 비자발적 매각 등이 가격 산정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콜(배달 주문) 배차 시스템 등 DH가 요기요에 적용하고 있는 IT 기술을 빼버리면 추후 인수업체가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SSG닷컴과 MBK파트너스는 대어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후보군에도 똑같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선 이들이 요기요를 인수하려는 의지보다는 이커머스 시장 우위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을 살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수전 이후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사모펀드가 요기요를 품는다면 몇 년 후 다른 업체에 되파는 바이아웃(기업 인수 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DH는 앞으로 배민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카카오와 쿠팡을 이번 매각 시 인수 후보에서 제외했으나 추후 사모펀드가 이들에게 요기요를 넘길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요기요의 매각과 동시에 우아한형제들은 DH의 손에 넘어간다. 토종 앱이란 정체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배민의 국적이 한국에서 독일로 바뀌는 셈. DH가 요기요를 떼어 내더라도 아직까지 배민은 시장 점유율 50%를 넘는 독점 사업자다. 때문에 국내 배달앱 생태계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독일계 배달앱에 산업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업계와 업주, 소비자의 방어도 예상된다. 2019년 말 우아한형제들이 DH와 기업결합을 발표했을 때부터 이런 조짐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배민을 향해 ‘국부 유출’, ‘게르만민족’ 등의 비판이 이어졌고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발주자… 소셜커머스 3사 참전

배달앱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쿠팡이츠다. 2019년 5월 출범한 쿠팡이츠는 공격적인 행보로 1년 만에 업계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달부터는 쿠팡에서 분사해 ‘쿠팡이츠서비스’로 공식 출범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쿠팡은 로켓배송 DNA를 쿠팡이츠에 심어 빠른 속도로 승부수를 띄웠다. 한 건당 한 집이란 단건 배달 체제를 도입해 배달 속도를 절반으로 줄였다. 사업 초기 소비자는 물론 식당과 라이더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벌이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위메프가 운영하는 위메프오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위메프오는 배달통을 누르고 4위 자리에 올랐다. 당초 사내 벤처 성격으로 시작했으나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독립 기업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위메프오의 경쟁력은 ‘공정 배달’이다. 과도한 수수료로 논란을 빚는 배달앱 업계에서 공정성이란 다른 전략을 내세웠다. 특히 지난해 9월 ‘중개수수료 0%’ 정책을 시행하면서 반년 사이 입점 업체를 1.6배 확대했다. 소비자도 호응하면서 같은 기간 월간 실사용자(MAU) 수는 2.2배 증가했고 거래액도 2.5배 성장했다.

쿠팡과 위메프가 약진하자 티몬도 뛰어들 태세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함께 시작한 세 회사가 배달앱 시장에서도 맞붙게 된 것이다. 티몬은 현재 배달 서비스 기획·운영 담당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안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존 배달앱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선발주자의 변화와 후발주자의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시장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는 만큼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음식 배달 시장은 20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외식업 산업 규모(139조원)와 비교하면 7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 시장에서 배민이 압도적인 1위였으나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며 “시장은 계속 성장하겠지만 관건은 어떤 경쟁력으로 승부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쿠팡이츠는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됐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쿠팡이츠 기세에 눌린 배달의민족… 1위 자리 지킬 수 있을까

“배달의민족(배민)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된다고 발표하면서 그 배경으로 언급한 내용이다. 배민이 콕 집어 지목한 C사는 일본 손정의 소프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는 쿠팡이다. 당시 쿠팡은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시작한 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업계에선 우아한형제들이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쿠팡을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기 위해서 언급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배달앱을 넘어 온라인으로 시장을 획정할 경우 배민이 독점 판단을 비켜가기 때문. 결국 배달앱 시장에선 쿠팡이츠가 배민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쿠팡이츠는 배민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됐다. 심지어 배민이 쿠팡이츠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의 전매특허인 ‘단건 배달’을 배민도 시행하기로 한 것. 그동안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하며 후발주자를 수비하는 데 그쳤던 배민이 적극적인 공격에 나선다. 선발주자의 위기가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쿠팡이츠 잘 나가자… 배민도 ‘한 번에 한 집만’

배달의민족은 오는 6월1일부터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시범 운영한다. /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우아한형제들은 6월1일부터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출시해 서울 일부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단건 배달은 배달원(라이더) 1명이 배달 1건만 처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라이더 1명이 인근 지역 배달 3~5건을 묶어서 처리하는 일반 배달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단건 배달은 국내에서 쿠팡이츠가 ‘치타배달’이란 이름으로 가장 먼저 시행했다. 2019년 4월 쿠팡이 쿠팡이츠를 시작할 당시엔 이미 국내 배달앱 시장이 배민·요기요·배달통 등으로 굳어진 양상이었다. 이에 쿠팡은 자사의 강점인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에는 라이더가 한 번에 여러 집 배달을 하다 보니 주문 후 음식을 받기까지 50~60분이 소요됐고 그새 음식이 식거나 불어 소비자 불만이 컸다. 단건 배달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배달 시간은 20~30분으로 절반이 줄었고 이에 소비자가 호응하면서 쿠팡이츠는 급속도로 점유율을 키웠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조사 기관마다 다르게 나타나지만 공통적으로 쿠팡이츠의 비중은 상승곡선을 그린다. 닐슨코리아가 서울·경기권 배달앱 순방문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2%에 불과했지만 올 2월 20%까지 올라섰다. 같은 기간 배민은 59%에서 53%로, 요기요는 39%에서 27%로 각각 떨어졌다. 쿠팡이츠가 배민과 요기요의 떨어진 점유율을 그대로 흡수한 셈이다.

일부 지역에선 쿠팡이츠가 배민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이츠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작해 서울 전역으로, 이후 경기권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처음 시작한 강남 3구에선 이미 쿠팡이츠 주문량이 배민을 넘어섰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업계에선 쿠팡이츠가 배민을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에선 10년 동안 1위를 지키던 배달앱 ‘그럽허브’가 단건 배달을 모델로 한 후발주자 ‘도어대시’에 자리를 내준 전례가 있다. 도어대시는 2018년 초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이 17%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50%까지 올라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과 배달대행업체 모두 음식 배달 수요가 많은 강남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며 “배달 1번지인 강남을 잡은 쿠팡이 시장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쿠팡발 ‘쩐의 전쟁’… 글로벌 ‘쩐주’ 둔 라이벌

쿠팡이츠의 기세에 눌린 배민은 단건 배달 서비스를 출시하며 반전을 꾀한다. 이미 올 초부터 강남 일대 배민라이더스 라이더를 대상으로 ‘번쩍 배달’을 실시하며 단건 배달 시범 운행에 나섰다. 오는 6월부터는 배민1을 통해 쿠팡이츠와 정면 승부에 나선다.

요금체계도 쿠팡이츠와 동일하게 설정했다. 배민1은 쿠팡과 마찬가지로 배달비를 5000원(프로모션 미적용시 6000원)으로 하고 업주가 이 비용을 고객에게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업주에게 받는 가맹점 수수료는 12%로 쿠팡이츠(15%)보다 낮지만 실제로 받는 프로모션 요금은 1000원으로 양사 동일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단건 배달은 묶음 배달에 비해 많은 수의 라이더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라이더 입장에선 묶음 배달을 할 때보다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수익 보장을 위해 업체가 프로모션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다.

실제 쿠팡이츠는 사업 초기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책정했다. 배민라이더스 배달비는 기본 3000원, 최대 4000원이었지만 쿠팡이츠는 기본 5000원을 지급하고 최대 한도를 두지 않았다. 거리·날씨·주문량 등에 따라 할증도 붙는다. 지난해 건당 배달비가 2만원까지 오르고 억대 연봉 라이더가 생겨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단건 배달이 확대되면 배민과 쿠팡이츠의 ‘쩐의 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DH에 인수되는 우아한형제들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조 단위 실탄을 쥔 쿠팡 사이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자금 대결인 셈이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 출혈경쟁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계획된 적자’ 기조로 출혈을 감수하며 판을 키우는 쿠팡만큼 우아한형제들이 공격적으로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을 9조원에 인수한 만큼 추가 투자 부담도 상당하다.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창업 이후 적자를 기록하다가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후발주자가 등장하기 시작한 2019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지만 경쟁으로 인한 비용이 늘어 영업손실을 112억원 냈다. 특히 라이더 프로모션에 해당하는 ‘외주용역비’가 전년 1436억원에서 329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 손실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치열한 마케팅 경쟁과 프로모션 비용 지출 등으로 영업손실을 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프로모션 비용이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쿠팡이츠는 2000원이던 가맹점 수수료를 주문 금액의 15%로 조정했다. 아직까지는 프로모션 비용 1000원을 적용하고 있지만 훗날 경쟁구도가 정리되면 이를 없애고 수수료율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업주의 우려 사항이다.

배달 라이더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업계와 라이더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22일 라이더 유니온 쿠팡이츠 라이더들이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배달 라이더 억대 연봉시대 끝났다… 공급 과잉에 수익 ‘뚝’

# 서울에서 ‘배민라이더스’와 ‘쿠팡이츠’ 배달을 하는 김모씨는 요즘 들어 오토바이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건당 지급받는 기본 배달비가 낮아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올 초까지만 해도 하루에 8시간 근무하면 30만원 이상 수익을 냈지만 최근엔 절반도 벌기 어려워졌다. 김씨는 “비수기 영향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단가가 너무 낮아졌다”며 “벌이를 유지하려면 근무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배달 라이더 억대 연봉시대가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음식 배달이 급증하면서 라이더(배달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온라인상에는 하루에 50만원씩 벌었다는 등 수익 인증이 이어졌다. 주 5일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축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고액 배달비에 프로모션 비용을 얹어 인력 수급에 나섰던 업계가 이를 다시 회수하면서다. 라이더는 배달비 인하로 수익이 줄고 있다고 호소한다. 라이더 1명이 배달 1건만 수행하는 ‘단건 배달’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단건 배달이 가능할 만큼 이제는 라이더 공급 과잉 상황이 된 셈이다.

◆배달비 인하에 단건 배달… 라이더 불만 폭발

최근 배달앱 업계와 라이더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배달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치타가 아니라 노동자”라며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 서비스인 ‘치타배달’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쿠팡이츠 치타배달은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한다. 한 번에 여러 집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에 비해 배달 건수가 줄어들어 라이더 수입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쿠팡이츠는 사업 초기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를 높게 책정해 이를 보상했다.

당초 쿠팡이츠 기본 배달비는 5000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주문량·시간·거리에 따라 할증이 붙어 지난해 장마철에는 건당 2만원이 넘는 배달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기본 배달비를 2500원으로 삭감하고 거리 할증도 기존 100m당 100원에서 70원으로 줄였다.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 중단 촉구 기자회견_에서 대화요청서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미소 기자

라이더가 들고 일어선 것은 이 때문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츠는 라이더가 여러 배달음식을 묶어서 배달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배달 한 건당 2500원을 주면 최저임금도 벌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단건 배달은 1시간에 3건 이상 수행하기 어려운데 이 경우 시간당 수입이 최저임금인 8720원에 못 미친다는 계산이다.

단건 배달에 대한 불만은 배민에서도 나왔다. 우아한형제들은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을 통해 배달 라이더를 직접 수급하는 형태인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고 있다. 배민라이더스는 올 초부터 서울 강남에서 ‘번쩍 배달’을 통해 단건 배달 시범 운행에 나섰다. 하지만 배달비는 묶음 배달 때와 같아 수입이 줄었다는 게 라이더 측 주장이다.

김영수 배민라이더스 노조 지회장은 “기존 배달은 한 번에 5개의 주문을 수행했다면 번쩍 배달은 한 번에 1개만 할 수 있다”며 “번쩍 배달 시행 이후 라이더 수입이 70~80% 줄어든 반면 운행 거리는 오히려 20% 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귀하셨던 몸’ 라이더, ‘삼진아웃’ 대상 된 이유는

라이더는 단건 배달을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런 배경에는 라이더 공급 과잉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이더가 많아지면서 업계가 단건 배달을 하더라도 더 이상 웃돈을 얹어 배달비를 지급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

지난해 업계는 코로나19로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라이더 모시기 경쟁을 펼쳤다. 쿠팡이츠를 시작으로 배민라이더스는 신규 라이더에게 최대 100만원, 요기요는 200만원의 프로모션을 지급했다.

하지만 라이더 모시기에 앞장섰던 쿠팡이츠마저 최근엔 피크타임에만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배달비 인하는 물론 식당으로부터 받는 가맹점 수수료도 손질했다. 라이더와 식당 유치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피크시간대에만 프로모션 비용을 주고 일반 시간대엔 가격을 후려쳐서 안정적인 소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배달앱 업계의 이윤 추구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자가용이나 도보·자전거·킥보드를 이용한 부업 라이더의 진입으로 시장은 더욱 공급 과잉 상황이 됐다. /사진=쿠팡이츠

부업 라이더의 유입도 공급 과잉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 배민라이더스의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쿠리어’ 등 자가용이나 도보·자전거·킥보드를 이용한 배달이 활발해지면서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거나 취업이 늦어진 이들이 이 시장에 대거 몰리며 공급은 더욱 늘었다.

쿠팡이츠는 쿠리어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쿠리어가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빈도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리어 전용 앱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의 MAU(월간순이용자수)는 지난 1월 48만명으로 8개월 만에 12배 이상 늘었다.

배민커넥트 가입자는 현재 약 5만여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2월 1만여명에서 5배 증가한 수치다. 배민은 이 중 고정적으로 일을 하는 라이더를 1만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오토바이가 아닌 수단을 통해 근무하는 전업 라이더도 1만명이나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업 라이더 측에선 공급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 위원장은 “라이더 시장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돼 있고 인력을 운영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아 업계가 무한대로 모집하는 것”이라며 “자전거나 킥보드에도 보험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건 배달 나서는 배민… ‘라이더 모시기’ 재현될까

당분간 업계와 라이더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업계는 ‘귀하신 몸’으로 모시던 라이더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는 최근 세 차례 제재 시 해당 라이더를 영구 정지시키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라이더가 콜(호출)을 거절하거나 무시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콜을 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라이더 사이에선 쿠팡이츠 탈퇴를 인증하는 등 집단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라이더가 배달앱에 등을 돌리는 데다 그동안 시장이 배달 수요와 라이더 공급 상황에 따라 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배민의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 시행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민 관계자는 “현재 배민라이더스 소속 라이더는 3000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단건 배달에 라이더가 많이 필요한 만큼 배민1 시행 이후 추가 모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