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로 동결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0.5%로 8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현재의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경우 올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상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전날 발표한 '경기 개선 정도에 상응하는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GDP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전인 지난해 4분기 수준을 상회했다. 월별 경기흐름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도 올 3월 100.2로 기준치인 100을 웃돌았다.

수출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4.1%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도 기저효과와 경기 개선세를 반영해 1.8% 상승할 것이라는 게 한국금융연구원의 관측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실질금리 기준으로 평가해 보면 코로나19 위기 초기는 물론 코로나19 위기 전보다도 더 경기 부양적인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1.25%던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위기 초기인 지난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인하한 후 지금까지 0.5%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차감한 실질금리는 코로나19 위기 직전인 2019년 12월 마이너스(-) 0.45%였는데 지난해 5월 -1.1%로 낮아졌다. 올해 들어 경기 개선과 물가상승 압력을 반영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함에 따라 올 5월 실질금리가 -1.7%까지 낮아졌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월 이후 가장 완화적인 수준이다.
표=한국금융연구원

"경기 개선에도 초저금리 유지하면 금융불균형 확대될 수도"

박 연구위원은 "당장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에는 감염병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하반기 중 불확실성이 상당 폭 줄어들고 경기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경기 개선에도 현재의 초저금리를 유지할 경우 생산능력을 넘어서는 수요 확대로 물가가 불안해지고 자산시장을 자극해 금융불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뒤늦게 여건 변화를 반영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경기침체나 자산시장 경색이 나타나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며 덧붙였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의 강도 높은 대책에도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올 1분기 가계신용이 소득과 경제성장보다 높은 전년 동기 대비 9.5%의 증가세를 보인 배경에는 낮은 차입비용을 기반으로 부채를 확대해 더 높은 수익을 노리도록 여건을 제공해준 초저금리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금 급등한 주택가격이 향후 현재 수준에서 유지되기만 하더라도 앞으로 주택매매거래에서 매도자의 종전 매입가격에 비해 매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현재의 주택각격이 높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하면 경제 전체의 가계부채규모가 늘어나 부채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 금융위기 사례에서는 민간이 부채문제를 정리할 때까지 정부와 중앙은행이 완화적 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었다"면서도" 감염병 확산이라는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코로나19 위기는 예상보다 신속한 백신 개발과 접종 등으로 금융위기와 달리 급속한 회복이 진행될 수 있어 정책대응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미 연준 위원들이 익명으로 제시한 기준금리 전망을 나타낸 표인 '점도표'에서 제시한 일정보다 서둘러 완화정책을 줄여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미 연준은 양적완화 축소로 주택담보대출금리 등 시장금리가 상승하며 통화정책의 방향전환이 시작되는 반면 우리는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만큼 양국의 통화정책 방향전환 시점을 다른 기준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