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저자 탁장한 박사는 도시빈민, 쪽방촌, 빈곤밀집지역의 생태계를 연구하고 있다. 신간 '누가 빈곤의 도시를 만드는가'는 이런 문제들이 우리의 짐작보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을 4가지 주제로 나눠 살폈다.
제1장은 2015년 서울 동자동을 중심으로 가난의 상징인 쪽방촌 거주자들의 기억을 다룬다. 저자는 헌법 제14조 '모든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를 상기하면서 쪽방촌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이곳 거주자들은 주민 인터뷰에 따르면 "여기를 거쳐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종착역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쪽방촌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대표적 빈민 거주지의 한 유형이다. 이곳에 대한 일반적 선입견은 이렇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파고드는 악취, 동네에 여기저기에 온갖 구토와 비둘기 떼의 습격, 주민 사이에서 빈번한 크고 작은 폭력, 고성방가, 알코올 중독이나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 또는 혹독한 외로움의 영향으로 일상화된 고독사 등이다.
저자에게는 이런 선입견을 걷어낼 수 있는 낭만적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선험적일 뿐이었던 투박한 믿음은 낭만화의 위험성을 자각하고서도 시나브로 두 눈으로 충분히 검증되며 어느덧 실재가 됐다"고 썼다. 저자의 선험적 믿음은 쪽방촌 안에 분명히 사람들의 생동하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다는 것과 아비규환과 같은 겉보기와 달리 사람들이 고통을 공유하며 여러 방식으로 서로 돕고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 등 두가지였다.
제2장은 쪽방촌과 영구임대아파트를 비교하면서 빈곤밀집지역 내부의 인간관계를 다룬다. 영구임대아파트는 정부가 1989년 도시 영세민 주거 안정 종합대책의 하나로 제시하면서 보급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영구임대아파트 거주자들이 주민 상호간의 관계를 회피해 관계망을 위축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쪽방 거주자들이 타지역과의 단절 속에서도 이웃과 친밀한 관계을 유지한다는 연구결과와 정반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3장 쪽방촌을 둘러싼 다양한 외부의 시선을, 마지막 4장은 쪽방촌의 언론 보도를 각각 다룬다. 특히 4장은 빈곤을 보도하는 언론들의 관점을 보수매체인 '조선일보'와 진보매체인 '한겨레'의 기사를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언론은 사실보도에 입각해 빈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지 않았다. 가난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매체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한 이해 관계가 밑바탕에 깔렸다는 것. 저자는 특정 언론이 가난을 우리가 비탄하고 애도할 가치가 있는 성질의 것으로 편집하거나 혹은 그 가치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독자의 사회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자는 "우리 시대는 경제 논리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경제 논리에 집착하게 되는 개인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이 책은 권력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탐구"라고 밝혔다. 이어 "쪽방촌은 동정의 대상이자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혐오의 대상"이라며 "이제 동정과 혐오 너머에 있는 실체를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누가 빈곤의 도시를 만드는가/ 탁장한 지음/ 필요한책/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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