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발신제한'의 개봉을 앞두고 배우 조우진은 "한일전 단두대 매치를 앞둔 선수의 마음"이라고 긴장감을 드러냈었다. 그런 배우와 꼭 닮은 걸까? '발신제한'으로 데뷔한 김창주 감독 역시 시사회 전 "단두대 앞에 선 느낌"을 받았다며 그때의 떨림이 이어지고 있는 듯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목이 툭 떨어지느냐 붙어 있느냐, 영화가 끝나고 나서 결정지어지는데 길로틴(guillotine, 단두대) 앞에 서 있는 느낌을 절감했어요. 긴장감, 설렘, 복합적인 수많은 감정을 느꼈고 오늘도 그래요. 긴장이 풀리지 않네요."
연출자로는 데뷔지만, 사실 김창주 감독은 경력만 15년이 넘어가는 영화인이다. '최종병기 활' '퍼펙트 게임' '더 테러 라이브' '설국열차' '관상' '끝까지 간다' '표적' '명량' '계춘할망' '터널' '청년경찰'까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 작품들의 편집 감독이었던 그는 원작이 있는 '발신제한'의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꼭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발신제한'은 스페인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원제 retribution)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영화다.
"시나리오를 보는데 틀은 '폰 부스'라든지 '더 테러 라이브' '스피드'와 비슷했어요. 폭탄이 장치 돼 있고 앞으로 달려가고. 지뢰를 밟은 상태에서 달리는 거에요, 그게 앞으로 나가고, 그리고 그 자동차에 가족이 타고 있는 게 중요했고, 그 형태만 갖고 유지할 수 있으면 리메이크든 뭐든 간에 느낌이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스토리라인은 비슷하지만, 보는 느낌은 다른 영화로요. 훨씬 동물적이고 직관적이고 많은 관객이 같이 주인공이 돼서 희노애락을 느끼면서 달려갈 수 있는 그런…중간쯤 읽었을 때 꼭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제 귀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죠."
'발신제한'의 주인공은 조우진이다. '믿고 보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단독 주연으로는 스크린을 채워보지 않았던 캐스팅이다. 다소 모험이었다.
"배우를 캐스팅 할 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관객들이 주인공이 연기하는 걸 보고 그 사람의 희노애락과 순간 순간 강렬한 반응을 느끼면서 공감을 해야하는 점이었어요. 관객들이 배우를 보면서 '지금 너무 떨리고 무섭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정말 같이 무섭길 바랐죠. 조우진씨는 영화 '1987'에서 삼촌으로 등장해 우는 장면을 보고 같이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단순히 울고 있는 거지만, 관객들은 그 모습을 보고 공감을 많이 했거든요. 조우진 배우라면 이 역할을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김창주 감독은 첫 단독 주연인 조우진과 연출 데뷔하는 자신이 의기투합한 영화 '발신제한'의 콘셉트를 "대항해 시대의 모험"에 빗대어 표현했다.
"안주하거나 보호하는 게 아니라 미지의 세계로 나가고 싶었고, 부딪쳐 보고 싶었고, 궁금해 하고 호기심을 갖고 싶었어요. 이런 대모험이 이 영화의 진짜 콘셉트에요. 그랬더니 놀랍게도 이번 여름 시장의 1번 카드가 된 것 같아요. 조우진씨는 너무 대단한 배우에요. 그 역할을 몇배로 해내셨고, 우진씨와 함께 한 건 엄청난 경험이었죠."
잘나가던 편집 감독이 왜 갑자기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김창주 감독은 "연출에 마음은 있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며 그저 기회가 되고 타이밍이 돼 메가폰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하루 아침에 연출을 해야지 한 건 아니에요. 연출 마음을 먹은 건 중학교 2학년 때부터였죠. 중학교 때 느끼고 봤던 세상이 앞으로 진로나 운명을 많이 결정하는 것 같아요. 우연치 않게 영화라는 걸 친구 통해서 알게 되고, 어린 시절에 서울 시내까지 와서 영화도 많이 보고 극장을 다니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게 편집 감독이라는 직업을 갖게 됐어요. 편집을 하는 와중에는 경황이 없이 하루하루 해내기 바쁠 뿐이었죠. 꿈을 이뤘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연출자가 돼야지' 하고 꿈을 꾼 건 아니거든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을 뿐이었죠."
연출자로 이제 첫 발을 뗀 김창주 감독은 힘 닿는 데까지 연출을 더 해보고 싶지만, 지금까지 해온 편집 일도 완전히 놓지는 않고 싶다고 말했다. 편집 역시 사활을 걸고 하는 작업이라 양쪽 일에서 창작의 에너지가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스스로 다짐하기도.
김 감독은 앞으로도 액션 스릴러 장르를 계속 찍고 싶다고 말했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체험하는 장르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촬영장에 매번 나갈 때마다 초조하고 두렵고 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와요. 그런 감정이 제가 연출하는 영화의 스타일이 아닌가 해요. 제가 만든 영화는 속도감이 빠르고 긴장되거든요, 그런데 그게 제 성격이에요. 저의 생체 리듬인 거죠. '최종병기 활'을 편집하는데 편집 시간이 너무 없는 상황이었어요. 개봉일은 정해져 있고…한번은 그 초조함과 공포가 몸에 쌓였는데 길을 산책하면서 쉬려고 하는데 어떤 치킨집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회사원들이 맥주를 들고 건배를 하면서 치킨을 먹고 있었어요. 나에게도 저런 시간이 올까? 감옥에 있는 것처럼 생각이 됐었죠."
그런 공포심과 초조함이 쌓여 김창주 감독을 만들었고, 그런 것들을 시각화, 형상화 하는 것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었다. 김창주 감독은 구체적인 차기작은 없지만 힘이 닿는데까지 빨리 준비해보고 싶다고 했다. 끝없이 두려움을 감내하고 싶은 마음이란다.
"편집과 연출, 가장 크게 느낀 차이점은 그겁니다. 요리도 양념을 아무리 많이 쳐도 신선한 재료를 쫓아갈 수 없잖아요? 사실 신선한 재료에 단순한 양념 만큼 맛있는 게 없죠. 정말 좋은 재료를 확보하고 해나가는 게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 편집과 연출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현장에서 배우와의 호흡이에요. 교감처럼 중요한 게 없어요. 영화는 연기를 옮기는 작업이라서 연기가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의 캐스팅, 배우와의 교감에서 엄청난 승부가 결정나는구나를 느꼈어요. 다음 연출 때도 여기에 많은 중점을 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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