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 © AFP=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일본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 사령탑인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에 아키바 다케오 전 외무성 사무차관을 임명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키바 국장은 1982년 외무성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국제법 국장과 총합외교정책 국장, 정무 담당 외무 심의관 등을 거쳤다. 그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외무성 사무차관 직을 수행하며 3년 반 동안 재직했다. 이에 '최장수 사무차관'이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그는 외무성 내에서 신망이 높고 정계에서는 '전략가'라는 평가를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일본이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제시한 '인도·태평양 구상'을 입안하는 데 있어 아키바 국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내각에서 경제산업성 출신들이 대거 퇴장하고 '외교의 추'가 외무성으로 이동한 만큼 정통 외교관 출신의 아키바 국장의 행보에 일각에서는 기대감을 가지는 모양새다. 참고로 전임인 기타무라 시게루는 경찰청 출신이었다.

특히 아키바 국장은 지난 2019년 8월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뒤엎는데 막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한미일 3각 협력'의 틀을 중시한 미국의 '입김'이 주요하게 작용했지만, 아키바 당시 차관은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과 치열한 실무협상을 벌였다. 지소미아 종료를 2주 남겨둔 시점에서다. 결국 그해 11월22일 정부는 수출규제 문제 해소를 위해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이를 두고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소미아 유예 결정에 대한 왜곡 발표를 하면서, 한일 간 갈등이 재점화 된 바 있다.

청와대는 당시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이전 상황으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했다'고 설명했었지만, 경제산업성 발표에선 이런 내용이 빠졌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이 한국에 양보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등의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다.

일련의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경제산업성의 브리핑이 무리했다',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보내온 이가 아키바 국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아키바 국장이 사실상 '파국'으로 갈 수 있는 상황에서 '타협안'을 찾은 경험이 있는 만큼, 현재 한일관계에 산적한 사안들을 두고서도 양국간 대화를 중시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파국적 상황을 막았던 선례에 근거, 한일 양국 간 외교가 다시 부활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부에서는 NSS 초대 국장인 외무성 출신 야치 쇼타로와 아키바 국장을 비교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물밑조율'에 주목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야치 국장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중일관계가 악화됐던 지난 2006년 10월 당시 외무차관으로서 아베신조 총리의 방중을 성사시킨 바 있다. 그의 물밑조율이 빛을 발했다는 일부 평가도 있다.

아키바 국장도 중국과장 시절인 지난 2006년 아베 총리 방중 시 '전략적 호혜관계' 정립에 관여했다. 또한 2014년에는 국제법국장으로서 '중일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라는 합의문서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지난 2012년 12월 '아베 2차 정권' 등장 후 악화한 중일관계 개선 움직임 배경에 아키바 국장이 영향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섬 구입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 정권이었던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국유화를 결정하면서 중일관계가 다시 악화된 상황이었다.

조 교수는 "아키바 국장 취임은 우리에게 도전이자 기회"라며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정학적 관점이나 한국의 국력신장을 반영한 새로운 한일관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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