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인터넷 투자커뮤니티에서 최저 이율로 대출을 내준다는 글을 보고 작성자에게 연락을 했다. 상대방이 이름은 물론 가족사진과 각종 개인정보를 공개하는데 거리낌이 없어 A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연락을 주고받았다. 상대방은 “나도 두 아이 아빠인데 거짓말하겠나”라며 A씨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A씨는 5000만원을 보내면 2억원 한도로 대출이 진행될 것이란 말을 믿었고 상대방이 말한 ‘뇌물’까지 얹어 총 1억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연락 두절. 그 이후로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금융당국과 검찰이 보이스피싱 뿌리 뽑기에 나섰다. 저소득층을 노리는 대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 20%) 이후 불안 심리를 이용해 불법 금융광고와 연계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자 대대적으로 팔을 걷고 나섰다. 전국에 보이스피싱 전담 검사를 지정하거나 자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며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안전제일” 은행도 나서 예방 시스템 구축 ‘속속’
금융사를 사칭하는 문자·보이스피싱이 늘면서 은행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범죄 단골 수법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불명예가 지속되자 소비자 혼란을 막고 범죄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은 리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RCS)를 이용한 대고객 문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RCS는 국제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의 차세대 표준 문자 규격이다. 메시지 발송 기업의 로고를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홈 기능과 전달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메시지 형태를 이용할 수 있어 기존 문자 서비스보다 진일보했다. 보안 스타트업 ‘에버스핀’과 협업해 악성 앱을 탐지하는 ‘페이크파인더’ 서비스도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기존 ‘안티 피싱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악성 앱 설치 여부 등을 탐지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감시를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AI(인공지능)를 이용해 금융사기 의심 거래를 실시간 탐지하는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광주은행은 인공지능 모델을 결합한 ‘통합 AI FDS 시스템’을 구축해 금융사기 의심 거래 탐지·대응 능력을 높였다.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단말기 정보와 접속 정보, 거래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의심 거래를 탐지하고 이상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김선미 광주은행 금융사기 대응팀 부부장은 “과거 보이스피싱은 종종 유머의 소재로 쓰일 정도로 흔한 범죄로 인식됐지만 서민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고 파고드는 악독하고 중대한 범죄”라면서 “점점 수법도 다양해지고 대담해지면서 금융사 역시 여러 상황에 대응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예방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 보이스피싱 전담자 배치에 ‘그놈 목소리’ 수집
대검찰청과 금융당국도 ‘그놈 목소리’를 추적하고 범죄 뿌리 뽑기에 박차를 가한다. 이달 초 대검찰청은 일선 검찰청마다 보이스피싱 전담 검사를 지정하는 등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강력 전담부서가 설치된 5개 검찰청(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대구)뿐 아니라 전국 모든 검찰청에 전담 검사를 배치할 계획이다.
여기에 반부패·강력부에 자체 보이스피싱 대응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한다. 관련 범죄 근절 대책을 수립할 계획으로 경찰·금융당국 등 유관기관과 힘을 합친다.
검사·수사관 등 수사기관 사칭 범행을 끝까지 추적하고 단순 가담자도 적극 수사하도록 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단체로 규정해 조직 총책에게는 적발 금액과 상관없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고 단순 가담자에게도 중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홈페이지 ‘보이스피싱 지킴이’를 통해 보이스피싱 사전 예방책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피해사례·예방법 등을 제공했지만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이 보이스피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모의 체험과 퀴즈 등을 추가했다. 체험관을 통해 범죄자 목소리를 직접 듣고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경험치’를 확대하려는 취지가 핵심이다.
“불법 금융광고 꼼짝마” AI가 잡는다
이달 7일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금융 이용 축소를 걱정하는 취약계층을 노린 불법 금융광고와 피싱 범죄 우려가 커지면서 감시도 강화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 기존 고금리(20% 초과) 이용자 중 약 87%(208만명)에게 이자 경감 효과(연 4830억원)가 있지만 나머지 13%(31만6000명)는 민간금융 이용이 제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3만9000명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금감원은 대출을 미끼로 서민을 현혹하는 불법 금융광고와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해 AI 기반 인터넷 불법 금융광고 감시 시스템 등 금융감독 고도화 사업에 착수한다. 텍스트 분석 기술을 도입해 게시글과 이미지 변환 텍스트 등을 분석하고 키워드와 연관어 등을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AI 기술을 활용해 불법 금융광고 판별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광학문자인식 기술로 불법 금융 광고 이미지에서도 대부업 등록번호와 전화번호 등을 추출해 불법성 판단 범위도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