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미 만들어 판다?… 익숙한 듯 새로운 ‘싸이월드’가 온다
“7월4일부터 이틀 동안 해외에서 수십차례의 해킹 시도가 있었습니다". ‘토종 SNS’ 싸이월드가 해외발 해킹 공격에 따른 보안 시스템 강화를 이유로 서비스 재개를 미뤘다. 당초 3월로 예정됐던 론칭 일정을 두차례 연기한 이력이 있는 만큼 싸이월드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들끓는 상황. 싸이월드는 추억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신기루에 그칠까, 아니면 새로운 경쟁력으로 제 자리를 꿰찰까. 서비스의 실체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싸이월드 그게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2000년대 초반은 그야말로 ‘싸이월드 천하’였다.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각축전이 한창인 오늘날과 달리 이 시기 싸이월드는 한국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사실상 최초의 SNS였다. 싸이월드는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에 인수되면서 더욱 승승장구했다. SK컴즈의 포털사이트 ‘네이트’와 메신저 ‘네이트온’과의 연동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하면서다.
당시 영향력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싸이월드의 최전성기 가입자는 전국민의 절반 이상인 3000만명에 달했고 월 평균 이용자 수(MAU)는 2000만명을 기록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MAU가 1800만명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에 더해 싸이월드는 ‘도토리’ 판매로만 1년에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도토리는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데 쓰이는 싸이월드의 가상화폐다.
싸이월드가 가진 문화적 가치 또한 매우 크다. 파도타기를 통해 타인의 근황을 엿보는가 하면 투데이(일 방문자 수)를 올리기 위해 이른바 ‘투데이 매크로(자동으로 작동하는 프로그램)’를 돌렸다. 특히 “난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음악만이 유일한 마약” 등 허세로 점철된 '감성' 글을 올렸던 감추고 싶은 과거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그 시대에 청춘을 보냈던 이들을 대변한다.
오늘날 ‘베스트 댓글’(베댓) 문화도 사실상 싸이월드에서 생겼다. 네이트의 커뮤니티 메뉴인 ‘네이트판’에서 베스트 댓글(베댓)로 선정되면 아이디와 연동된 미니홈피의 투데이도 덩달아 급증했다. 이 탓에 “제가 베댓이 된다면…” 공약 댓글을 달기도 했다. 2009년 “베댓 오르면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한복판에서 삼겹살을 굽겠다”고 공약한 김성근씨가 실제 명동에서 이를 실행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자 전국민이 공유하는 추억이 됐다.
◆ㄱr끔은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내가 별로ㄷㅏ… 쇠퇴하는 싸이월드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싸이월드도 영원히 왕좌에 앉아 있을 순 없었다. 2000년대 중반 SK컴즈가 일본과 중국 등에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타격을 입은 것을 계기로 싸이월드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결정적으로 2009년 스마트폰 등장으로 변화한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모바일에 최적화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해외 SNS에 자리를 내줬다.
잠잠했던 싸이월드는 2020년 안타까운 보도로 대중을 마주했다. SK컴즈로부터 분사한 이후 경영난에 시달려오다 지난해 5월26일 국세청에 폐업 신고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시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로부터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전 대표가 직원 임금과 퇴직금 10억여원을 체불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밝혀지자 서비스 재개 여부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메타버스에 내 모든 몸과 영혼을 맡겼다” 미니미, 이젠 사고판다고?
무엇보다 이전과 달리 구체적인 서비스 관련 계획을 공개하면서 이용자의 기대감을 높였다. 싸이월드Z에 따르면 싸이월드는 크게 두단계로 서비스를 재출시할 예정이다. 1단계는 모바일, 2단계는 메타버스 서비스다.
먼저 모바일 버전에선 ‘미니룸’(싸이월드 속 자신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존재하는 공간)이나 파도타기 등 핵심 기능들이 ‘2021년’에 맞게 구현될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미니룸이다. 모바일 버전에선 기존 2D 미니룸과 3D 미니룸을 함께 선보일 전망이다. 싸이월드Z는 지난 2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XR(확장현실) 기업 ‘에프엑스기어’와 함께 제작하고 있는 3D 미니룸 메이킹 영상을 공개했다.
모바일 버전에서 익숙한 기능으로 기존 이용자의 향수를 자극했다면 ‘메타버스 싸이월드’는 AR(증강현실)·VR(가상현실)·블록체인 등 각종 신기술을 접목해 MZ세대를 겨냥한다.
싸이월드Z 관계자는 “과거엔 싸이월드가 만든 아이템을 이용자에 일방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라며 “메타버스 싸이월드에선 이용자들이 직접 미니미(싸이월드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캐릭터)와 미니룸 등 콘텐츠들 만들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판매 수익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비스의 기초가 되는 복구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까지 사진 170억장과 동영상 1억5000개에 대한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기존 스토리지 서버에 저장된 미니룸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해상도 차이로 화질이 깨진다”며 “일일이 렌더링 기술로 복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 이상은 naver” 미뤄지는 재오픈 시점, 커지는 의혹들
컨소시엄을 구성한 기업 중 하나인 캡슐 내시경 업체 ‘인트로메딕’이 5년 동안 영업손실을 기록한 사실이 근거를 더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트로메딕은 2016년부터 5년 동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1분기 기준 매출액은 18억원, 영업손실은 13억원이다. 통상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상장 폐지 심사 대상이 되지만 인트로메딕의 경우 기술특례기업이라 이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싸이월드Z 관계자는 “인트로메딕은 기술특례기업으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춰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상장된 기업”이라며 “6월 말 기준 현금 120억원을 보유하는 등 주주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전문가들 역시 인트로메딕의 재무상태에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만으로 열악한 재무 상황이라 보긴 어렵다”며 “적자 폭이 갑자기 커진다든가 총자산에서 부채 비율이 200%를 넘는 것이 아니라면 외견상으로는 당장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트로메딕의 지난 1분기 기준 총자산은 323억원, 부채는 90억으로 부채 비율은 약 27.9%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도 “기본적으로 자본이 많은 회사”라며 “일반적으로 부채 비율이 자본금의 3분의1 정도라면 건실하다고 볼 수 있다. 추후 이익을 낼 수 있을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싸이월드Z는 서비스 출시까지 40억원 정도를 더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달까진 ▲모바일 버전 개발 ▲서버 교체 ▲SK텔레콤 IDC 사용 ▲보안장비 증설 등에 총 70억원을 사용했다.
관계자는 “주주사의 현금투자 여력이 상당하다”며 “지금까지 모든 비용은 주주가 자본금으로 넣은 자금과 고배수의 CB와 RCPS로 투자한 자금으로 충당했다. 등기부등본에 나오는 주주의 투자금만 50억원 이상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만이 유일한 마약”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가 과거 망했을지라도 싸이월드의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플러스인 상황”이라며 “검증된 성공모델을 따라 포지셔닝하거나 메타버스 등 지금의 SNS와는 다른 강점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MZ세대는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세대이니만큼 내가 그 공간 속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기술을 통해 만들어줄 수 있다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Z 역시 차별화된 생존 전략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하면서도 ‘폐쇄형’이라는 싸이월드만의 장점을 안고 간다는 계획이다.
싸이월드Z 관계자는 “싸이월드와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의 가장 큰 차이점은 폐쇄형이냐 개방형이냐다. ‘자랑’과 ‘과시’가 가득한 개방형 SNS에 피로도를 느끼시는 분들이 싸이월드를 많이 그리워하는 상황”이라며 “나만의 공간인 미니홈피에서 다이어리를 쓰고 미니룸을 꾸미고 사진을 올리던 싸이월드만의 감성을 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싸이월드를 기다리시는 많은 분들의 응원을 읽으며 힘을 얻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친 국민 여러분께 아련한 추억과 함께 아름다운 싸이월드를 열어드리고자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전했다.
강소현 기자 ([email protected])
유행 타는 소셜미디어… 미래는?
◆유행 따라 바뀌는 SNS 대세, 이유는?
트위터가 전 세계에 퍼지고 페이스북이 자리 잡으면서 최근 10여년 동안 소셜미디어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까지 서비스하며 소셜미디어의 대표주자가 된 페이스북은 애플·구글·아마존·넷플릭스 등과 함께 글로벌 IT 공룡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860억달러(약 98조8000억원), 영업이익 327억달러(약 37조5700억원)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32.6%·36.3% 증가한 수치다.
페이스북처럼 꾸준히 고공비행을 유지하는 소셜미디어도 있지만 이른바 ‘대세’는 시기마다 바뀌어왔다. 이런 현상은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20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스토리 이용률은 2013년 무려 55.4%에 달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16.6%까지 떨어졌다. 반면 2014년 0.4%에 불과했던 인스타그램 이용률은 지난해 22.3%까지 올라가 페이스북(23.7%)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상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기획팀장은 “세계 시장과 차이가 있다면 국내 고유 서비스 이용률이 건재하다는 것”이라며 “연령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네이버 밴드나 카카오스토리는 4050의 이용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이용 경향이 교류보다는 관심사 공유나 콘텐츠 획득으로 바뀌고 있지만 특정 연령대에서는 여전히 친교와 관계가 주 이용 이유가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소셜미디어 핵심 이용층인 MZ세대는 전 세계 시장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진섭 메조미디어 트렌드기획팀장은 “최근 짧은 영상을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성장세가 눈에 띈다. 특히 틱톡은 2018년 기점으로 급성장해 Z세대를 겨냥하는 브랜드의 주요 마케팅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마케팅으로 시니어 세대를 공략한다면 밴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Z세대 대상이라면 틱톡에서 전략을 펼치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강화되는 개인정보보호… 광고 매출 반토막?
소셜미디어 업체의 주요 수입원은 광고다. 페이스북은 올해 1분기 기록한 전체 매출 261억7000만달러(약 30조700억원) 중 254억3900만달러(약 29조2300억원)이 광고 매출이다. 비율로 따지면 97.2%에 달한다.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선 것도 광고 단가가 전년 동기보다 30% 뛴 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애플이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강화하면서 광고 매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4월 애플은 iOS 14.5 업데이트로 ‘앱 추적 투명성’(ATT) 기능을 추가했다. 이 기능은 모바일 기기에 부여되는 고유 식별 값인 광고식별자(IDFA)가 기본적으로 비활성화되도록 하고 IDFA 공유 여부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한다.
그동안 광고업계에서는 각 기기에 부여된 이 IDFA 기반으로 이용자 행동을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왔다. 페이스북의 경우 소셜미디어 데이터와 앱 사용 패턴 등 정보를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다른 모바일 앱에 게재한 뒤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아왔다. 이에 페이스북은 ATT 도입 전부터 “맞춤형 광고로 도움을 받아온 중소사업자들의 수익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애플을 비난하면서 미국 주요 일간지들에 전면 광고까지 내가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운영체제(OS) 사업자인 애플과 구글의 개인정보보호 강화 정책이 소셜미디어 사업자나 마케팅 시장과 충돌하고 있다. 애플 ATT 정책으로 많은 광고주가 안드로이드로 옮겨가는 상황”이라며 “개인화 추천은 소셜미디어 사업자 생존에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 향후 일차적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가진 OS 사업자 기반 소셜미디어와 기존 대형 소셜미디어 사업자 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영상 다음 트렌드는? 오디오와 메타버스?
숏폼 영상 플랫폼으로 틱톡이 성공을 거둔 이후 경쟁사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줄줄이 내놓았다.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오디오 서비스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잠깐 열풍을 일으켰던 ‘클럽하우스’의 영향이다. 이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에서 세계적인 유명인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시 2개월 만에 전 세계 다운로드 수가 10배 증가하고 하루 만에 이용자가 200만명 증가하는 등 각종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클럽하우스의 흥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월 960만건에 달하던 글로벌 다운로드 수는 2개월 뒤인 4월에는 92만건으로 급강하했다. 이에 대해 메조미디어는 유명인사가 떠나자 이용자도 떠난 것으로 분석한다. 이용자가 클럽하우스의 장점으로 꼽았던 폐쇄성과 휘발성도 ‘양날의 검’이 됐다.
VR기기 분야를 선도하는 자회사 오큘러스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이 분야도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다. 오큘러스 기반 가상 사무실 ‘인피니티 오피스’나 VR 소셜 플랫폼 ‘호라이즌’ 등의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소셜미디어 기반의 광고 매출이 하락할수록 페이스북의 이 같은 사업 다변화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팽동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