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민영 뉴스통신 <뉴스1>(대표이사 이백규)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한국 철학의 큰 산맥'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났다. 한국 현대사 100년을 몸소 겪어 온 그에게 앞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기 위해서였다. 그는 무엇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마음'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서울=뉴스1) 이백규 대표이사,정수영 기자,정윤경 기자,문영광 기자 = 102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 100년을 몸소 겪어온 '시대의 증인'이다.

스물일곱 살엔 공산 치하를 피해 탈북했고, 30세에 경험한 6·25 전쟁과 마흔에 목도한 4·19 혁명은 "눈을 감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고뇌의 짐"이라고 털어놨다. 경제성장, 민주화 시기, 외환위기까지 그를 둘러싼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은 급변해왔다.

한 세기를 몸소 체험한 그가 요즘 한국 사회와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김 교수는 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 우리 국민이 갖춰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는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하는지 명쾌하게 제시했다. 기독교 신자로서 한국 교회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7월 16일 진행된 김형석 교수와 <뉴스1> 이백규 대표 간의 일문일답.

◇ "한국, 대화하는 사회 돼야…50~60년 후에나 가능"

-지금 한국 사회는 남과 북,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등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이 해묵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치유할 수 있을까요?
▶아무 갈등도 겪지 않고, 분열도 없고, 편안하기만 한 사회가 있을까요. 시련을 모르는 민족은 정신적으로 빈곤해지고 창조력을 상실하는 것 같아요. 갈등을 겪어야 성장할 수 있고, 좋은 사회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아야 해요.
선진국들이 '집안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면 3가지 방법이 있었어요. 먼저, 영국, 미국 등 영어문화권 사람들은 경험주의 사회를 살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면 대화를 해요. 너와 나 사이에 생긴 생각의 간격을 극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게 대화죠.
두 번째는 독일, 프랑스와 같은 대륙 계통의 사람들은 갈등이 발생하면 토론을 해요. 서로의 주장을 내놓은 뒤 어느 쪽이 옳다 하고 판단되면 양보하고 그쪽으로 따라가요.
세 번째는 갈등이 생기면 투쟁해서 이기는 방법인데, 공산주의 해결법이에요. 공산주의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를 분열시켜요. 결국 투쟁밖에 안 남죠. 그러면 그 사회는 병들어요. 우리 사회가 변화하려면 '대화하는 사회'가 돼야 해요.

김형석 교수는 이런 사회에 이르기 위해선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라고 담담히 전망했다.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없는 사람이 대화할 수 있지, 흑백논리를 가진 사람은 대화를 못 한다"며 "긴 교육을 거쳐 50~60년이 지난 뒤에야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도 여야의 입장이 뚜렷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특별 사면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법적·정치적·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각기 생각이 다르겠지요. 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교도소에 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거고,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과거와 지금 환경이 많이 달라졌으니 재고(再考)해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하겠고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사면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권도 앞선 정부들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토론해야 하고요.

김형석 교수는 "우리 사회가 변화하려면 '대화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런 사회에 이르는 데에는 50~6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윤석열 만나 첫마디는…"고생 많았다, 국민위로 감사히 받아라"

-지난 3월,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만나셨습니다. 윤 전 총장의 춘부장 어른(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과 친분도 있다고요. 윤 전 총장과의 만남, 어떠셨습니까.
▶내 생각이지만, 윤석열 전 총장이 법조계뿐만 아니라 현 정권에서 밀려나지 않았어요? 밀려나고 나니까 이야기할 곳도 없고, 답답하고, 마음의 위로도 받고 싶었나 봐요. 처음에 날 좀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는데 내가 시간이 없다고 거절했거든요. 그다음에 다시 연락이 와서 만나게 됐어요. 정치 이야기는 안 했고요.
"그동안 고생이 너무 많았고 힘들었겠다. 그래도 많은 국민들이 고맙게 생각하니 위로도 받고 감사히 생각하시라." 윤 전 총장을 만나 자연스럽게 나온 내 첫마디였어요. 정치할 사람은 아니에요. 할 생각도 없었을 거고요. 그냥 있었으면 법조계에서 끝까지 일했을 분인데, '우리 정치사회가 달라져야겠구나' 하고 생각의 껍질이 바뀐 거겠죠. 아마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그랬을 거예요.
잠깐 봤지만, 윤 전 총장에게 내가 느낀 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지, 그건 확실해요.

그는 그러면서 과거 정치가들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실패했다고 짚었다. '내가 꼭 정치를 해야 한다'고 고집했거나, '민족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내 정권을 유지할 것인가‘에 관심을 뒀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권 유지를 생각하면 국민이 떠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뭘까요.
▶정치가들이 유능하고 머리가 좋으니 말은 잘하지만 실천을 안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생각은 숨겨놓고 말을 다르게 하는 이중적인 사람이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우리가 구별해야 할 것 같아요. 그다음에 '나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을 추대하겠다' 하는 애국심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지요.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사람, 거짓이 없는 사람, 이중적이지 않은 사람. 이런 사람을 뽑으면 국민이 끝까지 따라가죠. 다음번 대통령은 반드시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형석 교수는 차기 대통령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사람, 거짓이 없는 사람, 이중적이지 않은 사람을 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코로나 내세워 '공짜 돈' 주는 정부, 사실 선거 때문" 쓴소리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계시는데요. 어떤 점 때문인지요?
▶현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하면서 국민들에게 돈을 많이 주잖아요. 나는 사실 선거 때문이라고 봐요. 젊은 사람들한테도 정부가 돈을 베푼다고 하잖아요. 거기에 난 좀 불만이 있어요. 내 아들딸들 사랑하면 공짜로 안 줄 거예요. 그건 자식 버리는 거지요.
미국 사는 내 외손자가 록펠러 손자와 한 반에서 공부했어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잔디 깎거나 접시 닦는 아르바이트 기회를 주는데, 록펠러 손자가 제일 먼저 신청하더니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더래요. 그래서 손자가 '너는 부자인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어봤더니, "내 용돈은 네 용돈과 같은데, 나는 10%를 교회에 헌금으로 낸다. 부족한 돈을 채워야지"라고 했답니다.
기업가가 자녀 키울 때도 공짜로 주지 않아요. 그런데 정부는 공짜로 돈 줄 테니 따라오라고요? 그건 젊은이들을 사랑하는 태도가 아니죠.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영토를 확장했지요. 오늘날엔 우리 기업인들이 광개토대왕처럼 경제적 영토를 넓히고 있다고 보는데요. 기업인들의 역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내가 예전에 이병철 회장(삼성그룹 창업주)과 이야길 한 번 나눴어요. '삼성그룹이 교육 투자를 많이 하는데, 이렇게 직원들 키워 놔도 삼성에서 나가버리면 손해 아닙니까' 물었죠. 그러니 이병철 회장이 '삼성에서 나갔다고 해서 대한민국을 떠난 건 아니잖아요' 라고 했죠. 난 그 마음 가지고 기업을 하면 괜찮지 않나 싶어요. 그게 나라를 위한 자세라고 생각하고요. 돈 벌어서 내가 갖겠다고 하면 남는 게 없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여하게 되면 민족과 더불어 남아요.
민주주의라는 건 학자는 학문을 통해, 정치가는 정치를 통해, 교육자는 교육을 통해 사회 도움을 주듯이 기업가는 기업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주는 거죠. 그게 자유민주주의의 기업이에요.

-마지막으로, 평생을 기독교 신앙 안에서 사셨습니다. 요즘 한국 교회를 어떻게 보십니까.
▶기독교는 기독교 정신이 핵심인데, 교회에 가면 그저 '교회, 교회, 교회'를 강조하는 목사님들이 많아요. 예수는 살아계실 때 교회 걱정을 하지 않았고, 교회를 크게 하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지금 한국 교회는 예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할 위치에 서 있죠. 사랑하고, 용서하고, 원수 맺지 말고 사는 것. 그게 기독교 정신이에요.

'예수' 등 신앙서적을 여러 권 낸 김 교수는 "기독교 정신을 살리는 교회는 남고, 그 정신을 떠난 교회는 사라질 것"이라며 "사랑하고 원수 맺지 말고 살 것"을 당부했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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