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의 모습. 2020.6.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1조원대 펀드 사기 사건인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사태'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정·관계 인사 중 검찰이 인지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인 인물은 없었다.
검찰이 새로운 단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추가 수사 계획은 없다고 밝힌만큼 '정치 게이트'로의 확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 허위·과장돼"…정식 입건 '0'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유경필)는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등장하는 인사들의 펀드 사기범행 가담 및 로비 의혹을 수사한 결과, 지난 4일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서 언급한 이른바 옵티머스 고문단의 역할은 허위이고 과장됐으며, 범행 과정에서 고문들이 직·간접적인 도움을 줬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게 검찰의 최종 결론이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등장한 '옵티머스 고문단'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양호 전 나라은행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이다. 성명불상의 또 다른 고문이 1명 더 등장하는데 검찰은 끝내 신원을 밝혀내진 못했다고 한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은 이들 고문단이 정·관계 인맥을 옵티머스 경영진에 연결시켜주는 등 옵티머스 사업에 도움을 줬으며 대규모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양 전 은행장을 비롯한 고문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 옵티머스 펀드의 여러가지 범행 수법이나 불법성에 대해 이들이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고 정식 입건하지 않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왼쪽)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 뉴스1

검찰은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이 김 대표가 감사원 검사를 피하기 위해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로부터 전해들은 말을 토대로 작성됐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 역시 이 점을 인정했다고 한다.
채 전 총장은 옵티머스가 투자한 경기도 봉현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나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채 전 총장 소환조사, 이 지사 서면조사 등을 통해 두 사람이 만나긴 했으나 청탁했다는 혐의는 발견되지 않아 더 이상의 수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성명불상의 또 다른 고문의 경우 금융감독원 등 임직원 직무에 관한 청탁 명목으로 고문료를 받고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는 특경법상 알선수재, 사기방조 혐의를 받았는데, 누군지 밝혀내지 못했고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로비스트 접촉 정관계 인물들도…"혐의점 발견 못해"

옵티머스 로비스트가 접촉했거나 연결고리가 있다고 의심된 여권 정치인, 청와대 관련 수사도 큰 진전을 보진 못했다.

검찰은 로비스트였던 정 전 대표가 도주 전에 연락했던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도주와 관련해 조력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또 다른 로비스트인 전 연예기획사 대표 신모씨가 접촉했던 부장판사와 감사위원도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씨와 더불어 로비스트 4인방이라 불린 김모씨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소에 복합기 임대료 등을 부당지원한 사건에 대해선 신씨와 김씨를 기소했으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전 대표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직접 조사는 없었다. 이 전 대표 비서실 부실장인 이모씨가 사망한 후 주변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지만 이 전 대표의 혐의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직접 조사 필요성이 부족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또한 청와대 자치행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A씨가 신씨로부터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뒤 신씨의 지인 사업을 돕기위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도 검찰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A씨가 오피스텔 월세 비용을 현금 인출해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고 해당 사업 관련 압력이나 특혜는 없었다는 것이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정치적 배경 끝내 '물음표'…이진아·이혁진 등 수사 남아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지난해 10월에서야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옵티머스 사태 수사가 같은 해 6월 시작됐다는 점에 비춰볼 때 다소 늦게 착수한 셈이다. 약 10개월 동안의 수사를 통해 검찰이 기소한 정·관계 인사는 윤모 전 금융감독원 국장이 유일하다.

검찰은 로비스트들이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며 옵티머스 경영진이 1조원대 사기 범행을 벌일 수 있었던 정치적 배경을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이 발견됐을 당시 청와대·여권과의 연관설 등이 불거지며 정국을 뒤흔들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결국 연결고리를 찾진 못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범죄 사실 혐의에 대한 입증 가능한 증거를 수집하고 입증 범위 내에서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다"며 "배경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수사를 진행했으나 확인이 되지 않은 의혹을 갖고 진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의 배우자이자 옵티머스 지분 9.8%를 보유한 이진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옵티머스 2대주주인 이동열씨로부터 수입감소 보상명목으로 금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2012년 12월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 정책특보를 맡은 바 있어 정·관계 로비 의혹의 '키맨'으로 꼽혔던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에 대한 수사는 이 전 대표의 해외 도주로 멈춰있는 상태다.

이 전 대표는 2009년 옵티머스의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설립자로 7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아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던 중 2018년 해외로 출국했다. 법무부가 강제 송환 절차에 돌입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인지하고 신병 확보를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