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한상희 기자 = "또 어디로 돌아가라는 겁니까?"
14일 오전 11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을 지나던 50대 여성은 경찰이 통행을 막자 실랑이를 벌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국역에서부터 계속 돌아가라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너무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 등 보수 단체들이 이날 광복절 집회를 예고하자 경찰은 이른 아침부터 펜스와 차벽을 동원해 '강력 통제'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광화문광장 인근에는 사실상 진입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차 벽은 시청 방향과 종각역 방향 등에 설치돼 있다.
이날 최대 186개 부대와 가용 장비를 투입한 서울경찰청은 서울 중심부와 한강 다리 등 81곳에서 임시검문소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수가 2000명 안팎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보수 단체가 행사 강행을 시도하며 경찰의 통제를 자초했다며 비판했다.
30대 남성 조모씨는 "집회든 기자회견이든 이 시국에 단체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단체들 때문에 일반 시민까지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인근 카페에서 만난 30대 여성 박모씨는 "돌아오는 바람에 이곳으로 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다들 고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전 11시35분쯤 40대 여성은 "집에 가야 하는데 뭐 하는 짓이냐"며 길을 막아선 경찰에 고성을 질렀다. 그는 주민등록증의 주소를 보여주며 진입을 시도하려 했으나 경찰은 "이곳을 통과해도 다음 골목이 막혀있다"며 우회로를 안내했다.
70대 남성은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방향으로 진입하려다 가로막히자 "길을 왜 막냐"며 실랑이를 벌였다.
식당과 카페를 가는 길목에도 어김없이 통제가 있어 시민들은 경찰관들에게 목적지를 설명해야 했다.
40대 남성 정모씨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계속 어디 가는지 물어보니까 죄를 지은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며 "이렇게까지 통제할 필요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가족 나들이를 나온 30대 부부는 "아이가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고 싶어 하는데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었고, 설치된 펜스를 따라 먼발치에서 볼 수 있는 곳까지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
도심 거리가 가로막힌 가운데 식당과 카페 안은 한산했다. 한 프렌차이즈 카페 직원은 "평소엔 지금보다 사람이 많은데 오늘 길을 통제해서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경찰의 원천봉쇄를 '인권탄압'이라며 "집회가 아니다. 구호 피켓도 없고 집합도 없다. 자유로운 걷기 행사를 집회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행사 현장에서 증거 영상을 채증한 뒤 감염병예방법과 집시법 위반 여부를 살펴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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