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의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4일 4박5일간의 방한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기간 동안 한국을 찾은 김 대표의 방한 목적은 '아프가니스탄 사태 후 동맹관리'와 '대북 유화제스처 발신'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1일 방한한 김 대표는 22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조기에 재가동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하루 뒤 김 대표는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보건과 감염병 방역, 식수와 위생 등의 구체 분야에서 노 본부장과 머리를 맞댔다.
그는 또한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한미훈련은 순수 방어적 목적" "남북 인도주의 협력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 등의 발언도 내놨다.
이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신성한 약속'이라고 표현한 점을 언급하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불거진 이른바 '동맹국 손절' 논란을 일축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같은 날 러시아 북핵 협상 담당인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과 미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도 했다. 관련해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한과의 대화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내 언론과의 '스킨십 행보'도 보였다. 그는 23일 한겨레에 게재한 '북미 관계, 비온 뒤 땅이 굳기를 바라며'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사전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으로 북한과의 외교적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한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특히 동시에 북미 협상 진전 전까지 '선(先) 대북제재 철회'는 없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미국은 논의에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북한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할 책임이 있음을 밝혀둔다"고 했다.
북한 인권 부분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더불어 미국은 인권 중시 기조에 발맞추어 북한 주민의 인권 옹호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단 이는 비핵화 진전을 위한 '마중물' 격이 아닌 별개의 사안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또한 김 대표는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을 '친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한미훈련이 방어적 훈련임을 여기서도 강조하며 "미국은 북한을 향한 적대적인 의도가 전혀 없다고, 북한에 있는 우리 친구들에게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의 예상되는 도발이 실제 일어날 경우 미국의 대응에 대해서는 "도발이 없기를 바라지만 만약 도발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한국 및 다른 국가들과 공동으로 적절히 대응하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도발 시 강력 대응'과 같은 표현 대신 톤을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대표는 방한 마지막 날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조찬을 갖고 남북미 대화의 조기 재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전날(23일)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의 협의에 이어 연이틀 통일부 관계자를 만난 것이다. 이를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다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김 대표가 방한 일정 중 발신한 메시지와 그의 행보를 종합하자면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관측이다. 단 '일단 대화의 장으로 나와라' '대화 재개 전 대북제재 해제는 없다'는 기존 입장은 견지했다는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이 바뀐 건 없다는 것을 김 대표의 방한을 통해 알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북한이 일련의 메시지를 비중 있게 들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렇지만 김 대표는 이번 방한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특히 KBS와의 인터뷰에서 '친구'라는 표현은 그가 외교관인 점에 비춰볼 때 미리 준비한 발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갑자기 친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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